선택의 순간
그가 마지막까지 고민했던 집은 두 곳이었다.
첫 번째 후보는 초소형 2층 주택이었다. 1층에는 주방과 식탁, 그리고 소파가 있었고, 2층은 방과 옷장, 침대로 구성된 복층 구조였다. 특히 2층에는 테라스가 있어 햇살을 즐기거나 쉬기에 적합해 보였다. 1층 현관에도 작은 야외 테이블과 세탁기가 있어, 간단한 바비큐 파티나 불멍을 하기에도 좋았다.
두 번째 후보는 게스트하우스로 사용되던 2층 주택이었다. 1층은 테이크아웃 카페로 운영된 흔적이 남아있었다. 이 집의 가장 큰 장점은 넓은 공간과 바다와의 근접성이었다. 첫 번째 후보가 마을과 마트와 가까워 편리성을 강조했다면, 두 번째 후보는 자연과 가까워 진정한 힐링을 기대할 수 있었다. 그가 좋아하는 서핑, 낚시, 러닝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또한 여행을 다니며 늘 부러워했던 관광 숙박업—게스트하우스 주인장이 되는 꿈을 실현할 가능성도 열려 있었다.
고민의 범위는 좁혀졌다. 이제는 마음만 정하면 될 순간이었다.
"가격과 편리성, 그리고 리스크를 최소화한 1번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욕망과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2번으로 갈 것인가?"
그러나 그는 그 두 집 모두 선택하지 못했다.
1번 후보는 건축물 대장에 테라스가 불법 건축물로 등재된 부분이 문제가 되었다. 세입자로서 직접적인 피해를 볼 가능성은 적었지만, 영 찜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2번 후보는 임대인이 돌연 매물을 철회해버렸다.
그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집 구하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나.'
그러다 문득 베트남에서의 기억이 떠올랐다.
'하긴, 베트남에서도 집 구하는 데 정말 고생했지. 그때도 거의 100군데를 둘러보고 겨우 결정했던 것 같네.'
그는 수년전 서울에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무작정 해외로 떠난 적이 있었다.
처음엔 중국이었다. 휴직 중인 친구와 함께 여행을 떠났고, 그의 여정은 중국 남서쪽 윈난성에서 시작되었다. 윈난성은 동남아와 접경한 지역으로, 아름다운 자연과 독특한 문화가 공존하는 곳이었다. 중국 본토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자랑하며, 알프스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이국적인 풍경이었다. 티베트로 이어지는 실크로드를 따라가며 그는 중국 같지 않은 중국, 새로운 세계를 경험했다.
이후 그는 인도네시아 발리로 향했다. 발리는 이번이 세 번째 방문이었지만, 한 달 동안 머물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한국의 겨울을 피해 동남아를 찾는 사람들이 많지만, 발리의 메인 시즌은 오히려 한국의 여름이었다. 발리는 후덥지근한 동남아 날씨와는 조금 달랐다. 적도에 가까운 기후 덕분에 연중 온도 차가 크지 않았고, 6월부터 9월까지 이어지는 건기에는 바람이 불어 그늘 속에서 선선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곳에서 살고 싶은 마음에 발리에서 일자리를 찾아봤지만, 그는 하던 일과 비슷한 직종을 발리에서 찾을 수 없었다. 건축은 그가 원했던 분야는 아니었지만,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었고, 남들이 보아도 그의 본업이었다.
그때 그의 시선을 끈 나라가 베트남이었다.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 중 하나였으며, 무엇보다 한국인 커뮤니티가 크고 활발했다. 베트남에서는 건축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어, 직업을 찾기에 적합해 보였다.
그래서 그는 주저하지 않고 베트남으로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