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 사랑
설국열차부터 이미 세계적 명성을 쌓아온 봉준호 감독. 그가 다시 한번 한국을 넘어 세계와 만나는 작품을 선보였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 감독 중 한 명이 거장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가슴을 웅장하게 만든다.
⚠️ 스포일러 주의! ⚠️
로버트 패틴슨의 이미지 변신이 돋보였다. 봉준호 감독과 함께한 그는 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마크 러팔로도 분노 표현에서 더 이상 '헐크'로 변할 것 같은 불안감이 들지 않았다. 출연진 모두가 뛰어난 연기로 작품에 깊이를 더했다.
이 영화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는 '죽음과 탄생'이다. 내가 매우 흥미로워하는 주제라 시작 전부터 내가 좋아할 것을 알았다. "인생에서 죽음을 걷어내고 나면 남은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영화는 복제인간 미키를 통해 답을 제시한다.
주인공 미키는 복제되어 죽음과 탄생을 반복하는 반면, 다른 인물들은 단 한 번의 삶을 사는 'one and only'의 존재다. 역설적으로 여러 번 살 수 있는 미키가 오히려 더 불쌍해 보인다. 영화는 삶이란 고통이며, 그 번뇌는 반복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국 모든 인간은 각자의 방식으로 고통받는 존재임을 깨닫게 한다. 영화 마지막에 마크러팔로, 마샬이 미키에게 말한다. "우리 결국 살려고 이러는 거잖아"
봉준호 감독은 불편함과 소동을 코믹하게 녹여내면서도 관객의 인내심을 시험한다. 모든 주인공과 그 상황이 정말 답답하게 흘러간다. 희미한 영상과 번잡한 소리로 부정적인 감각을 더하고 그 긴장이 폭발하기 직전 여주인공의 강렬한 일갈이 터진다.
"그렇게 살지 말라! 제대로 살아라!"
한편으로 이 영화는 미키의 사랑과 성장을 그린 이야기이기도 하다. 두 명의 미키는 모두 실존하는 진정한 미키다. 하나의 미키가 죽음을 맞이함으로써 비로소 온전한 미키로 성장하게 되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죽음 대충대충 넘어가다 살아남으려고 노력해야 하는 순간 변곡점을 맞이한다. 여주인공과 사랑에서도 행복함을 느끼지만 그 사랑을 쟁취하기 위할 때부터 새로운 삶이 펼쳐진다.
4 각관계를 통해 사랑을 대하는 다양한 자세를 보여준다. 미키에게 사랑은 독점적이지 않다. 고독한순간 키라가 들이댔을 때 그는 흔들리며 또 다른 미키는 나샤의 사랑을 공유하는 것에 거부감이 없다. 여주 나샤에게 사랑은 열정적이고 독점적이다. 미키 둘 다 나샤의 사랑이며 경쟁자 카이에게 강력하게 맞선다. 키라에게 사랑은 오픈릴레이션쉽이다. 대사를 통해 직접적으로 미키에게 묻는다 "너는 나샤랑 오픈된 관계니?" 그녀는 양성애자인 것으로 보인다.
단지 개인적 취향일 뿐이지만, 영화가 끝난 후 찝찝한 감정이 남는다. 영화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해답까지는 아니더라도, '무엇이 문제고, 무엇이 불편해'를 조목조목 더 구체적으로 짚어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슈를 제기하는 불합리와 문제점들은 한바탕의 소동으로 보여주어서 무엇이 문제인지 이해하기가 혼란스럽다. 그리고 해결까지 해버린다.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현실의 복잡한 삶을 살아가야 하는 관객으로서는 묘한 찝찝함이 남는다.
한 번 더 보고 싶은 영화다. 그리고 이 감상평도 다시 써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