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잡동산

아노라

변질된 사랑과 애정의 초상화

by 쏴재

아카데미상을 휩쓴 <아노라>를 향한 나의 호기심은 컸다. 성노동자의 삶을 지속적으로 카메라에 담아 온 션 베이커 감독의 새 작품은 어떤 모습일까? 그런 기대를 품고 영화를 시작했지만, 초반부에는 다소 의아함이 들었다. 이 영화는 마치 퍼즐처럼, 모든 조각이 마지막 순간에야 제자리를 찾는 구성으로 관객을 인도한다.


감독은 어안렌즈 같은 독특한 카메라 앵글로 등장인물 하나하나를 화면에 크게 담아낸다. 캐릭터의 내면세계를 확대해 보여준다. 남주는 한 명이 아니라 여럿으로 분산된다. 여주와 로맨틱 관계의 대상도 반야에서 이고르로 전환된다.


영화 초반, 여주인공 애니(아노라)에게 사랑은 단순히 신분 상승을 위한 도구처럼 보인다. 먹고살기 위한 여러 수단 중 하나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기회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사랑이 단순한 도구 이상의 의미를 가졌음이 드러난다. 그것은 사랑이었고, 기대였으며, 단순한 금전적 이득을 넘어서는 무언가였다.


반야와의 관계가 깨진 후, 이고르와의 대화와 행동에서 우리는 아노라의 뒤틀린 사랑과 애정의 형태를 엿볼 수 있다. 감독은 성노동자가 경험하는 환경이 인간의 삶의 근원이 되는 사랑과 애정을 어떻게 변질시키는지 섬세하게 포착한다.


반야는 모든 면에서 부족한 인물이다. 아노라와의 애정 행각에서는 마치 성숙한 어른처럼 행동하지만, 영화는 그가 미성숙한 '아이'임을 암시한다. 반야의 부모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이러한 관계 역학이 더욱 명확해진다. 그의 아버지의 호탕하고도 기이한 웃음은 영화를 관통하는 시니컬함 어조와도 상관이 있다. '결국 미성숙한 아들과 골치 아픈 엄마가 벌이는 소동이었다'라고 보는 등장인물의 시선뿐만 아니라 어렵고 무거운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려내는 션 베이커 감독 감독의 의도가 녹아있다.


반야와는 대조적으로, 이고르는 관객의 애정과 관심을 받을 것이다. 할머니의 차를 운전하며 과묵하게 존재하는 그의 모습에서 매력이 느껴진다. 폭력적 환경 속에서 성장한 듯하지만, 그는 30세의 젊은 나이임에도 진정성 있는 사랑과 애정을 보여준다. 영화는 그들의 결핍이 만들어낸 성향과 태도에 주목한다. 이고르가 가진 결핍이나 상향은 반야나 아노라와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그녀 자신조차 부정하는 여주인공의 이름'아노라'를 부르며, 상처받고 분노하고 왜곡된 그녀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영화는 사랑과 애정이 지극히 개인적이며 다양한 형태로 존재함을 보여준다. 다양성이 표준인 가치에서 획일화된 이상적 모델을 추구하는 것은 실패의 가능성을 높인다. 채울 수 없는 기대를 품고 자신을 깎아내고 인내하는 것은 가혹한 형벌을 내리는 것과 같다. 특히 사랑과 애정의 영역에서 이러한 태도는 비극적 결말로 이어질 수 있음을 <아노라>는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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