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_관찰_01
ADHD 약을 먹으면 심장이 평소보다 조금 더 크게 뛰는 것처럼 느껴진다.
가슴 한가운데에서 “나 여기 있어” 하고 신호를 보내는 느낌이다.
신기하게도 그 감각은 나쁘지 않다.
이 감각이 누군가에게는 불안으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이다.
나도 한때는 커피를 한 모금도 마시지 못했다.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하면
숨이 막히는 것 같았고, 그 감옥에 갇히는 기분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 그 감각을 피하는 사람이었다.
이번에 다시 약을 먹은 것은 1년 만이다.
세 달 정도 복용한 적이 있었는데, 도움이 되었다는 기억이 계속 떠올랐다.
최근 몇 달간 나를 가만히 두지 않은 일이 생겼다. 목디스크 때문이다. 병력이 없던 것도 아니고, 컴퓨터를 오래 사용하는 누구나 겪는 목과 어깨 통증 정도로 여겨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신경 주사를 여러 번 맞았고, 팔 저림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등 깊숙한 곳에서 올라오는 통증이었다. 야속하게도 그 통증은 하루가 끝나고 조용해진 밤, 포근한 이불 속에 누웠을 때 가장 선명해졌다.
낮에는 어떻게든 버틸 수 있었다. 약을 먹고 움직이다 보면 주변이 산만해지면서 통증도 함께 흐려졌다. 그렇다고 참지 못 할 정도의 극심한 고통은 아니었다. 다만, 편안하게 잠드는 것이 어려웠다. 옆으로 누워도, 엎드려도, 자세를 바꿔도 피할 수 있는 곳이 없었다. 통증은 내 머릿속에 자리를 잡고 끝내 나를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도망칠 수 없었다.
나는 원래 잠에 예민한 사람이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잠에 집착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이 상황은 생각보다 빠르게 나를 무너뜨렸다. 강한 진통제를 먹고 누우면 몸은 잠들고 머리는 깨어 있는 상태가 된다. 꿈을 잘 꾸지 않던 나였는데, 얕은 잠 속에서 계속 꿈을 꾸기 시작했다. 오래 누워 있었는데도 아침에 일어나는 건 힘들었다. 그러다 보니 하루를 버티는 일 자체가 점점 버거워졌다. 타인의 감정에 공감할 여유는 줄어들고, 화와 짜증이 쉽게 올라왔다. 그럴수록 나는 나의 감정을 더 억눌렀고, 잠에 더 집착했다. 지금 겪는 이 고통이 목디스크 때문인지, 수면 부족 때문인지, ADHD 때문인지, 아니면 정신적인 문제 때문인지 이제는 더이상 구분할 수 없었다.
이 악순환을 끊어보고 싶어서 약을 줄여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자 통증 때문에 잠들 수 없었다. 신경통은 목에만 머물지 않고 여기저기 옮겨 다녔다. 잠으로, 이불 속으로 도망칠 곳은 없었다.
만성적인 통증과 수면 장애 끝에 병원에서는 항우울제를 처방해주기도 했다. 그래도 깊은 잠은 여전히 어려웠다. 낮 동안 이어지는 몽롱함과 짜증, 그리고 이유 없는 불안은 견디기 힘들었다. 불안은 불안을 키우고, 고통은 고통을 키운다.
그래서 나는 다시 ADHD 약을 먹기로 결정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여러가지를 다 시보는것이였다. 침대와 베게도 바꾸어 보았고 건강식품도 먹었다. 통증과 수면을 지금 당장 바꿀 수 없다면 ADHD 약을 통해 집중력을 올려, 적어도 깨어 있는 시간의 기분과 컨디션만큼은 조금 덜 괴롭고 싶었다. 약을 먹고 나니 집중이 잘되는 것도 맞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변화와 효과는 마음이 덜 불안해지고 덜 집착하게 된다는 점이었다.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다만같은 생각이 끝없이 반복되며 불안을 키우는 회로가 중간에서 잠시 끊기는 느낌이 들었다. 불안과 불안을 잇는 고리 고통과 고통을 잇는 굴레에서 잠시 벗어날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한 사실을 또 알아차렸다(나는 자주 그렇다. 호기심과 깨달음을 반복적으로 느낀다). 그동안 내가 일을 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담배를 끊고 식단을 지킬 수 있었던 강한 동력의 상당 부분이 불안과 결핍에서 나왔다는 사실이다. 어린시절 숙제를 하지 못하면 당하는 체벌을 피하기위해, 가까운 타인에게 사랑받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서 늘 부정적인 시나리오를 먼저 떠올리며 최악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안절부절못하는 방식으로 나를 움직여 왔다.
이 사실을 알아차렸다고 해서 수십 년간 굳어진 생각의 습관이 당장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나는
매 순간 그것을 알아차리고 싶다. 약이 나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사람마다
생각의 회로는 모두 다르니까. 다만 불안과 부정적인 연상이 올라올 때, 나는 요즘 이렇게 해본다. 머릿속에서
천천히 문장을 반복한다. 글을 쓰는 지금 같은 경우에도 그런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왔다고 하면
“글을 쓴다. 숨을 들이마신다. 내쉰다.”
“글을 쓴다. 숨을 들이마신다. 내쉰다.”
그 문장으로 의식을 잠시 묶어두면, 다른 감각들이 조금 더 선명해진다.
심장이 크게 뛰는 것도 느껴지고, 작은 소리가 들리고, 손과 발에 땀이 나고, 허리가 아픈 것도 느껴진다.
나는 그것들을 판단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지금 하고 있는 행동, 숨 쉬는 것, 글을 쓰는 것, 그리고 그에 따라 일어나는 모든 것에 그냥 머문다.
신경통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간밤에 아무리 힘든 일이 있었더라도 지금 이 짧은 순간만큼은 분명히 느끼며
살아갈 수 있는 것 같다. 완전히 괜찮아지지는 않아도, 도망치지 않고 지금 여기에 함께 있는 것. 요즘의 나는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조용히 생각해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