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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쏴재 Jul 21. 2022

베트남에서 취업하기(1)


왜 하필 베트남을?

거긴 안 덥데?

사람 살만하니?

부럽다. 놀러 가도 되니?


베트남으로 간다고 했을 때 주위 사람들의 반응은 그리 신선하지 않았다. 여러 사람들이 이미 베트남을 가봤거나 베트남에 대하여 잘 아는 지인이 있는 듯했다. 그 지인들의 대부분은 한국 회사의 베트남 지사에서 근무하는 것 같았다. 베트남 현지 법인이라 해도 한국인 관리자가 운영하는 한국 회사가 대부분이라 내가 원하는 정보 습득이 쉽지 않았다. 글로벌 회사에서 취업하고 싶었지만 그런 사례를 찾기란 어려웠다. 외항사에서 근무하는 사람 몇 명을 온라인에서 찾아본 것 말고는 전무했다.


그냥 무작정 퇴사하고 싶기도 했다.

베트남 경제 성장률이 높고 건축경기도 좋다는 것만 믿고 무작정 한국을 떠났다.


중국 윈난성과 인도네시아를 여행하고 한국을 떠난 지 50일 만에 호찌민에 입성했다.

영어도 좀 할 줄 알고 미국 경력도 있었다. 이것을 장점으로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서구권에서 많이 이용되는 indeed와 linkedin 등의 웹사이트로 잡 헌팅을 시작했다. 회사 인사팀으로 바로 메일을 보내기도 했고 헤드헌팅 회사에다 이력서를 넣기도 했다. 이곳 현지에서 일하는 외국인 친구들과도 어울리며 정보를 얻었다. 영어를 쓰는 대부분의 백인 친구들은 영어 강사 또는 국제학교 선생님들이었다. 유럽의 비영어권 국가 출신이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필리핀 선생님보다 더 선되고 월급도 더 많이 받는 것 같았다. 한국처럼 여기에도 백인 사대주의 있었다.

친구를 통해서 알게 된  vietnamwork 현지 사이트를 통해서도 지원하기 시작했다. 많은 업체들 급여조건이나 기본 조건들은 나의 기대 수준이 이하였다. 내가 원하는 급여가 높아서인지 서류통과도 쉽지 않았다. 처음엔 너무 연락이 없어 영어 선생님으로 일해야 하나? 한국식당에서 알바를 해야 하나?라는 걱정이 들었다. 이곳에 오기 전 두바이 회사 화상 면접을 보기도 했었는데... 다른 나라로 갔어야 했나?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이곳 한국 회사들은 주로 국내 구직 사이트를 통하여 채용 공고를  했다. 산업인력공단과 연계된 취업 프로그램이나 국내 대기업이 진행하는 해외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을 통하여 첫발을 내딛는 신입사원들도  보았다.

그래도 꾸준히 지원한 끝에 총 3번의 면접 기회를 얻었다. 


첫회 사는 이탈리아 건축회사였다. 일반 주택에다가 오피스를 꾸며놓았다. 이곳에서는 흔한 일이다. 중소 회사들은 한 주택 건물에다 사무실, 직원 숙소와 창고를 같이 쓰는 게 일반적이었다. 한국처럼 큰 오피스 건물보다 이런 소규모 건물에 사무실이 있는 게  흔한 경우이다. 아파트그냥 사무실처럼 쓰는 경우 있. 면접을 보기로 한 사무실 위치를 찾기가 쉽지 않아서 주변 큰 마트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나는 셔츠와 정장 바지까지 갖춰 입고 나왔는데 면접관인 지사장은 반바지에 티셔츠를 입고서는 빨대로 콜라를 마시고 있었다. 면접관이라고 한 번에 알아차리기 쉽지 않은 패션이었다. 누가 봐도 딱 관광객 패션이다. 전혀 프로페셔널하지 않았다. 바로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그의 스쿠터 뒷자리에 매달려 주택 겸 사무실로 향했다. 

 꾸며 놓았지만 가정집 같은 사무실 모습에 실망했다. 학생 때 작은 규모의 사무실에서 알바를 해본 적은 있지만 이건 너무 심했다. 

뉴욕 맨해튼의 대형 오피스에서도 일했고 서울 강남에서도 일을 했는데. 이런 곳에서 일을 한다고 생각하니 나의 가치가 염가로 할인된 느낌이 들었다. 나는 역시 외적인 것을 중요시한다. 해외 노동자의 삶이 쉽지만은 않다. 

자기소개도 끝이 나고 그의 회사 소개도 끝났다. 주 업무이탈리아 본사의 일을 이곳의 저렴한 인력으로 처리하는 일이었다. 이곳에는 한국 자본이 많이 들어와 있으니 내가 일하게 된다면 추후 한국 기업들을 상대로 업무 확장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이탈리아 본사 업무처럼 한국의 회사들의 업무 이곳 저렴한 노동력으로 대체 가능한 것처럼 보였다

그가 제시한 금액은 월급 1500달러. 너무너무 낮았다. 내가 10여 년 전 학생 때 받던 아르바이트 월급 수준이었다. 그리고 이곳은 대부분이 아직 주 6일 근무제이다. 

이런 내 생각을 말해주었다제시한 금액이 너무 낮아서 불가능하고 주 6일 근무도 힘들다. 추후에도 좋은 기회가 있으면 연락 달라고 했다. 내가 거절했으니 연락은 다시 오지 않았다.


두 번째 면접은 한국 회사였다. 이곳에서 사귄 한국 분들과 순댓국을 먹고 있을 때 전화를 받았다. 한국음식을 먹다가 한국 회사에서 전화가 오는 게 신기하게 느껴졌다. 긴 통화를 하면서 회사에 대한 소개를 듣고 면접을 보기로 했다. 회사의 위치는 7군 한인타운이 있는 곳이었다. 이곳에 집을 구하게 된다면 밥 먹는 거나 통근하는 것 등 여러 가지로 매우 편리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사무실은 일반 오피스 건물에 있었다. 대표 소장님과 다른 분 한 명 단 2명만이 한국인이고 나머지 약 15명 정도는 현지 근로자였다. 주로 하는 프로젝트는 공장 플랜트 건축이며 한국 기업들이 고객이었다. 내가 해왔던 일반건축, 주거 건축과는 조금 차이가 있었지만 업무적으로 문제가 될 건 없었다. 

면접관에게 나에게 말했다. 원하는 인재보다는 좀 더 오버스펙이란다. 월급이 안 맞는다는 말이다. 그래서 회사는 3번째 한국인을 채용하기보다는(비싸서) 현지 경력자를 (저렴한 월급으로) 원하는 듯이 보였다. 생각보다 인터뷰는 일찍 끝났다. 

한국에서 용역 서비스의 단가가 일반건축이 주거건축보다 훨씬 높다. 일반 오피스나 호텔 병원 등을 디자인하고 건설하는 단가가 아파트를 짓는 단가보다 높다는 말이다. 그래도 아파트는 대단지다 보니 면적당 단가는 낮지만 매출액은 상당히 크다. 회사에 큰 현금흐름을 주는 프로젝트이다. 일반건물보다는 아파트를 더 많이 짓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그래서 이곳의 저렴한 노동력으로 아파트 설계용역을 수행할 수 있는지 회사에 물어봤다. 현실적으로 여기 공장 설계단가가 더 이윤이 좋다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이 회사에 취업이 되진 않았지만 영 소득 없는 면접은 아니었다. 현지 업무환경이나 건축업계 현황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베트남에서 취업하기(2)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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