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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쏴재 Jul 25. 2022

미용실과 잡념

머리 자르는데 별생각 다하기

덥수룩해진 머리를 자르러 미용실에 갔다. 매일 아침 머리를 감고 드라이도 하며 정갈함과 스타일도에 신경을 쓰지만 5분을 넘기진 않는다. 객관적으로 보아 지나치게 못 자른 경우만 아니라만 대부분 만족하며 수용하는 편이다. 스타일보다는 가계의 접근성, 이용시간의 편리성 등을 고려하는 편이다.

오늘 아침 온라인 예약을 통해 당일 오후로 약속을 잡았다 조금 일찍 가서 예약 시간을 20분 정도 기다렸다. 아이스커피 한잔을 무료로 마셨다. 커피 맛은 좋았는데 얼음 맛에 살짝 수돗물이 맛이 나는듯했다. 물론 다 마셨다. 코로나 이후 대부분 가계에서는 1회용 마스크를 제공해주던데 여기는 그런 것 없이 그냥 자르기 시작했다. 샴푸를 하고 왔긴 했지만 디자이너가 물어보지는 않았다. 그리고 가위로 자르는데 얼굴에 머리카락을 엄청 떨어진다. 그리고 잘 털어주지도 않았다. 머리카락 한 움큼이 마스크와 코 사이로 계속 떨어졌다. 이발기는 고장 났는지 헤어디자이너가 계속 이리저리 만지는데 영 신통지 않은 소리를 낸다. 면도하듯 까슬하게 자르는 마무리를 하지 못하는 듯 보였다. 내가 긴가민가 갸우뚱대며 면도같이 짧게 자르는 게 필요할지 말지 고민을 하니 디자이너가 필요한지는 물어본다. 굳이 바싹 깎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됐다. 여기서 더 자른다고 상태가 더 좋아질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스스로 얼굴에 묻은 머리카락을 더 털어내고 나가는 길에 새 마스크를 하나 달라고 부탁했다. 캐셔분 표정이 좋지 못하다.

이 가계 뭔가 계속 불친절하다는 느낌이 드는데 과연 다시 오는 게 맞을까?

좋은 경험을 못했으니 안 오는 게 맞을까?  

새로 자른 머리도 별로 맘에 들지 않는다. 인간대 인간보다 자본주의에 익숙한 내가 지불한 요금만큼 바라는 친절인가?

물물교환을 하 문명 이전 시대에서 이런 상황을 겪었다면 서비스 제공자의 불친절한 태도는 사회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까를 상상해본다. 그때도 내 기분은 썩 좋지는 못했을 것 같다. 한편 오늘처럼 높은 서비스의 기준은 가지지는 않았을 것 같다

일단 그들의 기분 나쁨을 이해했다. 공감하려 노력했다. 그들이 기분 좋지 않은 하루를 보내고 있는 중일 수도 있고 그 회사가 복지가 직원들에게 영 별로일 수도 있다. 그들이 매번 고객들에게 자본주의 미소를 가질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들이 내 친한 친구라면 내가 충분히 이해할만한 행동을 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새로 자른 머리를 내가 얼마나 마음에 들어 할지다. 며칠을 더 두고 봐야 알 수 있다. 아침마다 머리를 만지는 게 얼마나 편한지? 스타일링이 잘되는지? 두고 봐야 알 수 있다.

마음에 든다면 다시 가고 아니면 다른 데를 찾아볼 것이다. 내 친구가 디자이너라도 그럴 것이다.

매번 3주마다 머리 자르는 것은 참 귀찮은 일이다. 자르는 시간은 15분 남짓일 텐데 오며 가며 이동하기가 그리고 예약하는 품과 노력이 많이 든다. 회사나 집에 헤어커트 서비스가 있으면 참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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