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아는 것이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전자공학부를 전공으로 했지만 하드웨어랑은 도무지 맞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 직장을 고민해야 할 시기에 무엇을 잘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고 전공 중, 배웠던 C언어와 임베디드에 재미를 느껴 소프트웨어를 전공으로 하는 직장을 들어가야겠다고 다짐했다.
쉽지는 않았지만 결국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되었고 그렇게 몇 년 정도를 거쳤을 때, 점점 고민이 생겼다. 내 주변의 정말 잘하는 개발자들을 보면서 내가 앞으로도 저런 사람들 사이에 껴서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분들의 실력은 정말 월등하게 뛰어났고, 그때의 나는 나 혼자만의 몫도 겨우 하고 있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 일지를 열심히 찾아보았고 그 결과, 프로젝트 관리라는 직무를 알게 되었다. 팀 내에서 내가 잘할 수 있다고 열심히 말은 해보았지만 아직 한국에서는 관리라는 단어를 지닌 직군은 연차에 비례하는 직무였다. 그게 최종적으로 이직을 하게 만든 원인이 되었고 지금은 그 당시에 그렇게 원하던 그 업무를 하고 있다.
면접의 순간도 떠올려 보면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아마 인생 중 제일 기억에 남는 순간 중 하나로 손꼽을 수 있을 것이다. 보통 기억에 남는 순간들은 어떤 감정을 주거나 어떤 특별한 느낌을 전해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그 순간을 나의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생각했고 그게 바로 면접이었다.
면접에 들어가서 일반적인 자기소개와 지원하게 된 동기 등을 말하고 난 뒤, 프로젝트 관리와 관련된 일을 수행할 때의 어려웠던 점과 내가 어떻게 그 문제를 해소했는지 등을 이야기했던 것이 기억난다. 하지만 그중 제일 기억에 남는 질문은 바로 이것이었다.
"프로젝트 관리를 하기 위해서는 어떤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나요?"
이 질문을 처음 들었을 때, 잠시 생각에 빠졌었다. 사실 맨 처음 이 질문의 답으로 생각한 것은 소통하는 능력. 즉, 사람이 사람의 말을 잘 전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내가 했던 일들을 생각하니 소통만 잘해서는 일을 잘한다고 볼 수는 없어 보였다. 사람의 말을 잘 전달하기 위해서는 내가 상대의 말을 100% 이해를 하고 있어야 했다. 그러려면 상대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를 잘 알아야 하고 어떤 대상에 대해서 말을 하는지, 어떤 것에 대한 이야기인지에 대해서 나도 알아야만 오해 없이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었다.
실제로 나는 개발 경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개발자들이 이야기하는 내용들의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 밝히지 않은 위험 요소가 무엇인지를 예상할 수 있다. 더불어 기획에 대해서도 상세 기획을 오히려 내가 제시하고 작업을 진행한 경우들이 있다 보니 프로젝트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려야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습관을 가지고 있었어서 무언가를 볼 때, 내가 알지 못하면 도무지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더 알려고 노력했고 그렇게 알아야만 올바른 방향을 말해줄 수 있었다.
내가 만약 어떤 프로젝트 관리를 수행한다고 할 때, 그 프로젝트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다면 문제가 발생해도 그게 문제인지 아닌지 분간할 수 없게 된다. 문제가 되더라도 문제로 누군가가 정보를 전달해 주기 전까지는 알아챌 수가 없기 때문에 올바른 관리를 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내가 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이해가 깊어야 한다. 이 프로젝트가 무엇을 해결하기 위한 것인지, 이 를 수행하기 프로젝트를 위해서는 어떤 작업들을 거쳐야 하는지, 각 작업들은 서로에게 독립적인지 의존적인지,
각 작업들이 꼭 끝마쳐야 하는 시기가 정해져 있는지, 작업 중에서 우리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소로 완료되어야 하는 기능은 무엇인지 등 프로젝트에 대한 이해심을 높이기 위해서 알아야 하는 것은 나열하면 끝도 없다.
결국 누구보다 프로젝트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다른 사람의 작업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 일은 나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잘 알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프로젝트 관리라는 것은 프로젝트가 잘 진행되도록 돕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선 나 자신이 프로젝트를 잘 알고 있어야 하고 잘 알아야 무엇이 문제인지 금방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전체가 잘 진행되고 있는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도 가능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생각을 떠올리고 답변을 했던 게 생각난다.
"프로젝트에 대해 깊이 이해를 할 수 있는 능력이요."
그리고 나는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