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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깜장하트 Dec 15. 2023

나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나 될까?

어떻게 죽을 것인가?

사모예드 온돌이, 나는 견생 9년 차 대형견이다.

"하... 시간이 너무 빨라."

인간엄마를 포함하여, 요즘 만나는 인간들이 덕담은 아닌 것 같은데 저런 말을 주고받으며 인사를 한다.

2023년이 며칠 안 남은 12월 중순이다.

나는 다음 달에 견생 10년 차가 되는 노견에 들어선다.


오, 마이 갓!!!

노견이라니.... 나는 아직도 소파에서 껑충 뛰어내릴 수 있는 튼튼한 두 다리가 있고, 질긴 돼지귀를 씹어댈 수 있는 날카로운 이빨이 멀쩡하게 있다고!!



나의 9년의 지난 시간들을 돌이켜 본다.

이 집에 와서 인간 엄마아빠 덕분에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러 다녔다.

췌장염과 항문낭파열로 조금 고생했던 몇 달 빼면, 그래도 건강하게 잘 살았다.

가끔 혼자 있는 시간이 외로웠고, 기다림이 힘들었고, 천둥이 치는 날 무섭기도 했지만 그래도 잘 버텼다.


유시민 작가님의 <어떻게 살 것인가?> 읽으면서, 얼마 남지 않은 생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언젠가는 죽어야 하고 잊힐 수밖에 없는 것이 숙명이라면,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오직 하나이다. 살아 있는 동안, 지금 바로 여기에서, 나를 '나'로 인식하는 철학적 자아가 삶의 기쁨을 누리는 것이다. '나는 왜 자살하지 않는가? '

카뮈의 질문이다. 인간이 아닌, 동물인 개에게는 너무나 어려운 질문이다.

나는 자살을 할 수 없으니까, 사는 거다. 하지만, 인간은 다르다. 언제든지 원하면 자신의 생을 마감할 수 있다. 어떻게 살 것인가는 결국, 어떻게 죽을 것인가와 일치한다. 인간들에게 죽음은 삶의 완성이다.

인간들의 삶에서 뚜렷한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는 산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과제일 것이고, 그걸 시작도 못하고 삶이 끝나는 사람들도 많지 않을까? 그런 걸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동물의 입장에서 보니, 갑자기 복잡한 인간들의 삶이 측은해진다.



나는 오늘도 적당히 애교를 부려 인간에게 간식을 얻어먹고, 늘어지게 낮잠을 자며 하루를 보낼 거다.

여전히 호르몬의 불균형을 억울해하며, 갈팡질팡하는 인간엄마에게 이따금 엉덩이를 비벼주며 내가 해줄 수 있는 위로를 건넬 거다.



가족들이 가끔 나의 남은 시간에 대해서 염려하고 미리 아파하는 것도 안다.

벌써 무지개다리를 건너 별이 된 친구들도 있다. 대형견은 보통 10년에서 15년 정도의 삶을 살다가 간다.

내게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보다,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건 사실이다.

나는 대형견이니까, 동물에게 주어진 시간만큼 살다가 가는 거다.

나의 가족들이 오지 않은 미래에 살면서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그럼 살아있는 동안 잘하든지..)

인간도 평균수명이라는 것이 있으니, 지금까지는 어설픈 삶을 살았다 치더라도 남은 인생을 품위 있고 단정하게 만들어 갈 시간은 누구에게나 충분하다.

오늘은 어제의 미래였다. 어차피 내일은 오늘이 된다. 내가 말하고 보니, 이것이야말로 개똥철학(?)이다.


근심과 걱정 속에서 살아가지 말았음 한다.

오늘 충실히 오감을 느끼고, 후회하고 뉘우칠 잘못된 행동은 하지 말고,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있을까... 오늘 하루도 살기 힘들다 궁시렁거리면서, 내일을 위해 살지는 말았음 한다.

인간엄마야, 내 마음 알겠지?


그러니, 그만 손에서 아이폰을 내려놓으시고 산책을 갑시다 :)

똥봉투 챙기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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