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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깜장하트 Jun 27. 2024

Prologue

모호함, 어중간함, 어정쩡함

2월 8일, 엄마가 떠났다.

6월 27일, 나는 노트북을 열었다.



작년 일 년 동안, 나는 브런치에 글을 남기면서 많은 것들을 하나씩 치유하며 나름 살아보려 노력했었다.

소위 '갱년기'라고 하는 생물학적, 화화적 변화들과 싸워가며 아등바등 발버둥 치고 있는 시간이었다.

1월 23일 밤, 엄마가 쓰러졌다는 전화를 받고부터 지금까지 나는 5개월의 시간을 잃어버렸다.

그리고, 엄마의 죽음 앞에 지독히도 나를 힘들게 했던 '갱년기'는 사치라는 것을 알았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는데, 열심히도 살았던 나의 지난 시간들이었다.

최선을 다해 공부했고, 직장을 다녔다.

치열하게 사랑도 했다.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았고 울면서 맞벌이를 했다.

'좋은 엄마'는 아니더라도 '후진 엄마'는 되지 말자는 게 유일한 교육 철학이었다.

내 욕심으로 직장을 그만두었다.

아이는 나 자신보다 더 사랑할 수 있었던 유일한 생명체였다.

무럭 자라 엄마라는 보호자가 필요 없는 나이가 되었다.

봄바람이 야속하게도 살랑거리던 어느 날, 나는 비로소 혼자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분주히 일상을 보내는 모습들이 보였다.

이제 내 내 자리는 어디일까?

그렇게 시작된 곳이 '브런치' 공간이었다.


갑자기 엄마를 떠나보내고,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어찌 보면, 달라진 게 아니라 다르게 보이는 것일 테다.

다시 브런치에서 시작을 해보기로 했다.

이제 내 나이에 내가 쓸 수 있는 단축기는 '새로고침'밖에 없다.


젊지도, 늙지도 않은 나의 나이

놀지도, 일하지도 않는 나의 하루

키우는 것도, 안 키우는 것도 아닌 스무 살 된 아들

시랑인지, 사랑이 아닌 의리일지도 모를 동갑내기 남편

공부를 할 수도 있지만, 새로운 것들을 담아내기엔 용량이 부족한 대뇌

읽을 수는 있지만, 또렷하게 읽어내기엔 탄력성이 떨어진 수정체

걸을 수는 있지만, 뛰기에는 안정성이 모자란 관절

쓰다 보니 참으로 매력적이게 느껴진다.

모호한 나의 시기와 어중간한 이 모든 것들...

이제부터 이 어정쩡함들을 목요일마다 새로고침 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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