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까만 Jan 06. 2019

사막의 첫 번째 별

조드푸르, 오시안, 그리고 자이살메르

조드푸르의 아침, 시계탑을 둘러싼 복잡한 시장을 지나 찾은 카페에서 팬케이크와 샌드위치, 커피와 레몬소다로 아침을 먹는다. 패트는 식탁 위에 놓여 있는 볼펜을 들어 손등에 ‘BOOKSTORE’라고 적는다. 내가 서점을 좋아한다고 했던 것을 기억하려는 거였다. 

그러나 조드푸르에는 서점이 없었고, 우리는 조드푸르에서 오래 머물지 않고 떠났다. 


조드푸르의 성 @까만


그 후로 며칠간 짐을 풀지 않고 계속해서 길을 떠났다.     

오시안의 텐트형 숙소에 도착해서 모래가 섞인 물로 씻고 입고 온 옷을 다시 입는다. 길의 모든 먼지와 소음이 옷에 그대로 달라붙어 있었지만 짐을 다시 싸는 것보다는 낫다.

오후에 도착해 씻고 저녁을 먹고 곯아떨어져 아침 일찍 일어나 다시 길을 떠나는 일이 계속되었다. 꽤나 피곤하지만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다시, 또 다시 인도의 길 @까만


점점 뜨거워지고 있었다. 사막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눈이 무섭게 부었다. 이것 역시 사막 모래 때문이었다.

한쪽 눈을 뜰 수 없게 부었고, 양쪽 눈이 다 새빨갛게 충혈이 되면서 흰자위가 부어올랐다. 패트는 내게 넌 몽골반점을 가지고 태어난 몽골리안이 아니었냐며 모래바람을 못 견디면 어떻게 칭기즈칸을 따라다니며 활을 쏠 수 있겠냐고 놀렸다. 가려워 미칠 것 같았지만 몽골리안이 아닌 여자가 사막에 들어서기 위해 거쳐야만 하는 통과의례 치고는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길 중간중간에 멈춰 눈에 물을 부었다.   

   

계속해서 달리는 길, 패트는 자주 격려하듯이 내 무릎을 툭툭 친다.

엄지손가락을 들어 괜찮냐고 묻기도 하고 내가 몸이 안 좋을 땐 헬멧 유리를 올리고 큰소리로 내 상태를 묻는다.

나는 종종 패트의 어깨를 주무른다.

패트가 고맙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의 수신호.

말없이 나누는 대화.     


날이 너무 뜨거워 잠시 헬멧을 벗으려 길에 오토바이를 세웠다.

작은 분교의 운동장 만한 호수가 있었고, 얼굴이 까만 양들이 물을 마시고 있었다. 그 옆에서 하얀 옷을 입은 목자가 무표정한 얼굴로 양 떼를 지키고 있었다.

나는 우리가 드디어 도착했음을 알았다.

겉옷을 벗고 헬멧을 팔에 끼우고 오토바이에 타면서 나는 패트에게 “여기에 데리고 와 줘서 고마워.”라고 말했다. 패트는 시동을 걸면서 “여기에 와 줘서 고마워.”라고 말했다.

그렇게 우리는 사막에 닿았다.  

   

사막에서는 더 이상 오토바이가 달릴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짐을 풀었다. @까만


자이살메르, 사막.

우린 낙타 사파리를 권하는 끈질긴 손길들을 뿌리치고 신발을 손에 든 채 함께 걷고 있다. 

일몰이 얼마 남지 않은 사막은 여전히 뜨겁고 수많은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바람이 만들어낸 물결에 남은 발자국을 보며 모래 언덕의 꼭대기에 앉았다. 저 멀리서 우리를 보고 과자와 짜이가 담긴 통을 든 소년이 뛰어 왔다. 우리는 칠리맛 감자칩을 샀는데 그전에 경험해 본 적 없는 끔찍한 맛이었다.

끔찍한 감자칩을 먹으면서 패트는 큰 타이어로 보트를 만들어 메콩강을 따라 여행하자는 이야기를 했다.

“그냥 계속 흐르는 거야.”

패트는 그전에 꼭 수영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 그러지 뭐.”

그렇게 다시 한번 우리는 커다란 약속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 버리고 말았다.     


자이살메르의 샘 사막 @까만


과자와 맥주를 파는 소년이 여러 명 더 왔다 간다.

감자칩을 잔뜩 들고 있는 소년이 한 명 더 다가와 우리 앞에 놓인 네 개의 감자칩을 보더니 한숨을 푹 내쉰다.

우리는 그렇게 다섯 개의 감자칩과 미지근한 맥주를 앞에 두고 일몰을 기다린다.

해가 지기 시작한다.


돌아오는 길,

패트가 가리킨 곳에 별이 떠 있었다.

우리는 같이 하늘을 샅샅이 뒤졌고 이내 그 별이 그날 밤 우리에게 처음으로 나타난 별이라는 것을 알았다.

파란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고, 우리의 첫 별이 어디에 있었는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별이 앞다투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패트가 전조등을 껐다.

나는 목을 꺾어 하늘에서 별이 흘러내리는 것을 보았다.

파키스탄 국경지대에서 돌아서서 다시 시내로 향하는 길이었다.

깜깜한 길 속에서 전조등 불빛도 없이 우리는 계속 달렸다.

패트는 내 무릎에 손을 얹고 있었다.

별은 이내 땅에 닿았고, 나는 패트의 등에 기대 우리가 별에 둘러싸여 있는 것을 보았다.

이전 07화 손가락 사이의 카르마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