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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 Jan 25. 2022

독일에 와서 우편물에 진심이 되다

매일 확인하게 되는 우편함

  나는 독일에 와서 매일 우체통을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독일은 이메일도 쓰지만 우편물을 많이 사용하는 나라이다. 특히 비가 오는 날이 많은 독일의 경우 우체통을 늦게 확인했다간 비에 젖은 우편물을 말려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매일 확인이 필수다.

  처음 독일에 와서 우체통을 확인하지 않았다가 한꺼번에 중요한 서류들을 확인하는 실수를 한 적이 있어 그 이후는 열심히 확인하고 아는 단어를 확인하고 모르는 건 번역기를 켜고 난리도 아니다. 독일어와 친해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데  매번 내 눈엔 새로운 단어만 보인다.

  보통 남편 서류가 주로 오는데 나는 미리 확인하고 대충 어느 내용인지 파악하고 이야기해주는 재미를 붙었다.

  한국의 경우 카드나 중요한 서류들은 등기로 발송해서 본인이나 가족이 직접 받는 시스템이지만 독일은 신용카드나 신용카드 비밀번호 등 중요한 서류도 우체부가 우체통에 넣고 간다. 다행히 우체통마다 이름이 적혀있고 내가 갖고 있는 열쇠로 열어서 우편물을 가져오기 때문에 안전하다고는 하는데 등기에 익숙한 나는 처음에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내 우편물이 우리집으로 오면 다행이다.



잘못 온 우편물은 다시 우리 집으로 오지 않았다. 원래 주인에게 잘 돌아갔길 바라다.

  여느 때와 같이 나는 아이들을 보내 놓고 우체통을 열어보았다. 주소는 우리 집주소인데 이름은 우리 가족 우리 이름이 아니었다. 보아하니 독일에 왔다고 등록해서 시민번호 같은 것을 받은 우편물인 거 같았다. 나도 독일에 와서 받았던 우편물 봉투였다. 이름도 한국 이름 같고 아무리 봐도 나와 남성의 성에 들어있는 알파벳이 없거늘 한국인 이름이 비슷해 보였는지 우체부가 넣어놓고 갔다.

  사실 말도 잘 안 통하는 독일에서 집에 우편물도 잘못 온 데다 개인정보가 들어있는 서류들은 너무 중요한 것인데 이런 게 잘못 오니 너무 신경 쓰였다. 가지나 걱정이 많은 성격인데 걱정을 하나 더 생긴 거다.  

  나는 우편물을 열어볼 수도 없고 해당 기관에 전화해서 독일어로 우편물이 잘못 왔으니가져가라고 이야기를 할 수도 없고 물론 해당 기관 전화번호도 모른다.

  내가 선택한 방법은 우선 집에서 한참을 걸어가 노란색 우체통에 우편물을 넣는 것이었다. 동네마다 우리나라 빨간 우체통처럼 독일은 노란 우체통이 있다. 여기에 편지를 넣으면 우체부가 해당 시간에 가져간다. 나는 이렇게 우리 집으로 잘못 온 우편물을 넣어두면 잘못 왔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 우편물을 보낸 기관으로 가겠지 하는 생각이었다. 우체통에 넣어놓고 오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러다 한 4일 정도 지났을 때쯤 우리 집 우편함을 열어보니 또 그대로 다른 사람 우편물이 왔다. 아.. 한숨이 나왔다. 또 걸어서 우체통으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번에는 안 되겠다 싶어 이 사람은 여기 안 산다고 다시 가져가 달라고 포스트잇에 독일어로 적고 다시 우체통으로 향했다. 나는 포스트잇을 뗄 수 있게 풀이 아닌 스카치테이프로 붙였다. 혹시 봉투를 훼손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걱정도 사서 한다.

  나는 잘못 보내진 우편물의 당사자가 왜 우편물이 안 오는지 걱정을 하고 있을 수 있다는 생각과 다시 우편물이 잘못 온다면 해당 기관에 내가 메일을 써야 하나 하는 깊은 걱정이 되었다. 생각해보면 해당 기관이 잘못 보낸 건데 걱정은 내가 하고 있다. 다행히 그 이후 3주 이상의 시간이 지났지만 그 이후엔 해당 우편물이 오지 않았다. 이렇게까지 보냈으니 우체국에서 해당기관으로 반송을 해서 해당 기관 담당자가 다시 확인하고 보냈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가야 할 분에게 잘 도착했길 바라며 다시는 우편물이 우리 집에 잘못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오늘도 우리 집 우편함을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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