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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학교 적응기

든든한 존재

by su

오늘은 드디어 아이들이 학교를 가는 날이다. 어제 아이들은 오늘 학교를 간다고 8시에 잠을 청했다. 지각하면 안 된다며 버스도 놓치면 안 된다면서 첫째는 엄마가 일어나는 5시에 깨워달라며 신신당부를 하고 잠이 들었다. 두 딸은 심지어 내일 입고 갈 옷을 입고 잠을 자기로 했다. 양말까지 신고 운동화도 침대 아래 두고.. 이 정도까지 해야 싶나 하지만 나를 닮아 성격이 어디 가나 싶었다.

첫째는 새벽에 수시로 몇 시냐고 묻고 지각하지 않게 깨워달라고 이야기를 하더니 둘 다 5시에 일어나서는 모든 준비를 마치고 버스가 오기를 기다렸다. 아침밥을 항상 먹었는데 오늘은 긴장이 돼서 밥을 안 먹겠다는 걸 엄마가 오늘 냄비밥이 근사하게 잘 되어서 멸치 주먹밥을 해주겠노라고 하고 얼른 하나씩 만들어 입에 넣어주었다.

사실 나도 미리 준비를 다하고 버스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8시 15분 정도 온다고 알고 있었는데 8시에 분리수거를 하러 나갔다가 차가 와 있는 것을 보고 얼른 들어와 아이들에게 버스가 왔으니 나가자고 이야기를 했다. 아이들은 마스크까지 목에 걸고 있어서 바로 가방을 메고 인사를 하고 나갔다.

첫째는 나에게 잘할 수 있다고 이야기해달라고 해서 아이들에게 안아주고는 "충분히 잘할 수 있지. 이렇게 성실한 애가 못하면 누가 잘해. 그리고 지금은 잘 적응하는 게 제일 중요해. 친구 잘 사귀고"라고 이야기를 해줬다. 독일에 와서 느끼는 거지만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적응하는 것이 제일 중요했다. 아이들이 낯선 나라에 왔으니 잘 적응하고 앞으로 어려움이 생기더라도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아이들이 버스를 타고 출발하고 나도 남편과 함께 아이들 유니폼을 사서 입혀주려고 차를 타고 따라갔다. 사실 지난번에 사려 했는데 학교 내 유니폼을 사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 지났으니 등교하는 날 사서 입히라고 학교 관계자가 이야기를 하여 그러면 되는 줄 알았다. 다행히 우리가 도착했을 때 아이들 스쿨버스도 도착을 해서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둘째가 영어만 들리고 다 모르는 사람들이라 긴장을 했는데 언니가 있어서 너무 좋았다고 이야기를 했다. 정말 둘이 있어 서로 의지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나도 안심이 되었다.

아이들과 함께 안내 선생님께 가서 해당 학년 교실에 들어가게 하고 설명을 듣기 시작했다. 뭔가 많이 설명을 해주셨는데 나는 계속 알아듣는 긍정의 표정을 짓고 대답은 남편이 다 해주었다. 신기한데 계속 들으니 대충 뭐라고 하는지는 알 거 같다. 문제는 말이 잘 안 나온다는 것이다.


1시간을 넘게 기다리다 지쳐 가을 나무도 사진에 담아봤다.

등교 당일날 다른 아이들이 다 유니폼을 입고 등교하는 모습을 모고 미리 준비해둘 걸 하는 아쉬움과 함께 먼저 유니폼을 사겠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선생님은 우선 설명을 듣고 사도 괜찮다며 자꾸 돈 워리만 이야기했다. 결국 우리가 아이들 학교 생활에 대해 설명을 다 듣고 갔을 때 또 시간이 지나 Close안내판만 볼 수 있었다. 남편은 바빠서 도저히 시간이 안 되고 내가 지하철을 타고 사러 와야 하는데 3시 15분에 연다고 해도 내가 빨리 산다고 하지만 아이들이 학교를 마치고 4시 20분 정도 올 때까지 도착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두려움이 있었다. 아무리 지하철 최단거리를 해도 30분이 넘었다. 지하철 역은 2구역이었지만 걷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리고 독일 지하철은 노선도 많고 특히 30분에 한 대씩 온다. 결국 나는 걷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뛰기로 했다. 그래서 바보스럽지만 2시에 10분 정도 도착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나왔다. 너무 빨리 가서 추운 날씨에 밖에서 내내 기다렸지만 뒤에 사람들이 유니폼을 사러 오는 모습을 보면 일찍 와서 기다리는 게 나았다 싶었다. 내가 1등으로 들어가 아이들 유니폼과 체육복을 샀다. 영어와 독일어를 사용하며 뭔가 해낸 느낌이었다. 사실 유니폼을 파는 선생님이 너무 친철하셔서 나의 초보 독일어도 잘 들어주셔서 부담 없이 살 수 있었다. 그리고 미리 와서 무엇을 살 지 미리 다 적어놨기 때문에 시간도 단축할 수 있었다. 나는 이대로라면 4시 20분 안에는 집에 들어갈 수 있겠다며 열심히 달렸다. 사실 출발 역의 역시간까지 확인을 해놓은 상태였다. 혹여나 내가 늦게 도착하게 되면 아이들이 밖에서 기다려야 하고 모든 게 걱정이었다. 나는 정말 날아갔다. 한국에서도 나는 항상 가방을 뒤로 메고 정해진 지하철을 타고 퇴근을 했다. 1,2분으로 엄청난 시간의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에 도착했을 때 이미 아이들은 와 있었다.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왜 이리 일찍 왔어?라고 이야기를 하자 첫째는 핸드폰을 잃어버릴 수 있으니 안 가져가서 연락을 할 수가 없었다며 원래 방과 후 수업을 하려고 했는데 어떤 선생님이 스쿨버스 왔으니 타고 가라고 했단다. 둘이 버스를 타고 왔다며 핸드폰이 없어 얼마를 기다렸는지 모른다고 했는데 내가 계산을 해보니 20분 정도를 기다리고 있었다. 첫째에게 그러니 내가 핸드폰 들고 가라고 했잖아.라고 이야기를 하고 원래 방과 후 수업을 하는 거였다고 하자 첫날이라 뭔가 학교와 소통이 잘 안 된 거 같다. 둘은 엄마가 마트 간 줄 알았지. 라며 심지어 첫째가 언니가 4유로가 있으니까 앞에 마트 가서 뭐 살 줄까? 라며 둘째를 안심시키고 있었단다. 눈물이 날 뻔했다. 아이들에게 내일부터는 엄마가 어디 안가. 오늘은 유니폼을 사야 해서 학교를 간 거라고 이야기를 해줬다. 내일부터는 집 앞에 서있을 거라고 이야기를 하고 내일부터는 방과 후도 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해줬다. 첫째는 알았다고 했다. 내일부터 지퍼있는 바지를 입고 다녀서 핸드폰도 들고 다니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러더니 둘은 학교가 너무 재밌었다며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다며 어떤 친구는 나중에 같이 집에서 놀자고 했단다. 앞으로 기대가 된다며 서로 점심은 어땠는지, 수업은 어땠는지. 등등을 이야기하며 음식이 입에 안 맞아 안 먹었다며 배고프니 빨리 밥을 달라고 했다. 얼른 나는 저녁밥을 해서 아이들의 등교 첫째 날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큰 애는 5학년이라 중학교에 들어가 당장 독일어 단어시험이 있어 부담감이 있었지만 그래도 시험이 수요일이라 내일 시간이 있다며 오늘은 20개 중 10개만 외우고 자겠다며 이미 꿈나라로 들어갔다. 둘째는 자기도 오늘 짐도 많았고 재밌게 놀았다며 피곤하다며 잠들었다.



오늘은 유니폼을 사려고 1시간을 넘게 밖에서 대기하고 있어서 피곤했다. 그래도 내일은 아이들 학교 유니폼을 입히고 보낼 수 있으니 마음이 놓인다. 독일 학부모 하루 해봤으니 내일은 잘할 수 있으리라 믿으며 생각보다 아이들이 긍정적으로 학교생활에 대해 이야기해줘서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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