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김 10장이 있어 가족이 좋아하는 김밥을 쌌다. 당근이랑 계란, 오징어채, 고기만 있어도 맛있는 김밥이 되었다. 역시 참기름만 들어가도 고소한 냄새가 나는 김밥이 된다.
독일에 오고 나서 처음으로 첫째 생일이 되었다. 생일 날짜도 평일이었고 남편이 출장을 가있어서 가족이 다 모여 생일파티를 할 수가 없었다. 아빠가 있는 토요일 생일파티를 해주겠노라고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사실 뒷 날 독일어랑 영어가 시험이 있었다. 학교 온 지 5일 만에 시험이라니!!!!!! 선생님은 성적에는 안 들어간다고 했지만 큰 애나 나나 큰 부담이었다.
하루 공부한다고 크게 잘 보지는 않았겠지만 책상에 앉아있어야 마음에 위안이 되긴 하는 거 같았다. 첫째에게 어떻게 시험이 나오는지만 보고 오라고 이야기를 해줬다.
한국식 훈제 닭요리가 완성되었다. 한국에서 우리 동네 트럭에서 팔던 한국식 훈제 닭 냄새에 한국에 온 거 같았다.
드디어 토요일!! 아침에 한국에서 처럼 김밥 재료를 다 넣지는 못해도 있는 것으로 김밥을 싸줬다. 생각보다 정말 맛있었다. 깻잎 대신 초록색 잎을 넣고 색깔만 맞춰 돌돌 말았다. 이젠 냄비밥 고수가 되어 냄비와 쌀만 있으면 밥이 완성된다. 오후에는 오븐에 소금으로 절인 생닭에 칼집을 내어 버터를 틈틈이 넣어주고 야채를 함께 구웠다. 정말 맛있게 되었다. 닭도 맛있었는데 감자도 진짜 맛있었다. 나 스스로 대견했다. 단점이라면 오븐에 넣고 1시간 30분 이후에 먹어야 하니 아이들과 남편이 배고파했다. 그래도 요리가 완성되니 정말 맛있게 먹어주었다.
뒤의 2조각의 내가 만든 식빵을 꽂아두었다. 나름 케이크가 완성되었다.
문제는 케이크이었다. 저녁에 생일 초를 켜서 생일 축하합니다. 노래를 불러주려고 하는데 일반 빵집에는 케이크를 팔지 않았다. 통밀빵이나 피자, 조각 케이크만 있었다. 조각 케이크에다 초를 켜고 해 주기에는 너무 작아 검색해보니 여기서 가까운 프랑스 빵집도 차를 타고 나가야만 했다. 한국의 푹신한 생크림이 잔뜩 들어간 케이크가 그리웠다. 너무 달지도 않은데 너무 맛있고 신선한 과일과 생크림이 듬뿍 들어간 어디든 가도 살 수 있는 한국 케이크가 그리웠다.
우리는 케이크를 사러 가기에 멀고 근처 마트 어디선가 본 거 같기도 해서 마트로 향했다. 피자 등 냉동식품을 파는 코너에 케이크를 팔고 있었다. 2분 정도 해동해서 먹으면 되는 거였다. 첫째는 거기서 제일 큰 걸 하나 골랐다. 이정도는 커야 한다며... 그러나 집에 와보니 동그란 원이 안 만들어졌다. 박스만 큰 거였다. 조각 케이크가 여덟 조각만 있었다. 아...... 우리는 급히 내가 오후에 만들어놓은 건포도 식빵을 잘라 나름 원을 만들어 케이크의 형태를 만들었다. 나름 초를 꽂으니 케이크 모양은 나왔다. 그렇게 한 조각을 먹는데 너무 달고 맛있었다. 이거 다 먹다가는 살이 너무 찔 거 같아 나는 먹다 포크를 식탁에 놓으며 아이들에게 "우리 그만 먹자 이러다 키는 안 크고 배만 나오겠다.!!" 라며 강력하게 이야기하고 케이크를 냉동실로 넣었다. 사실 나도 스트레스가 많았는지 여기 와서 단 게 너무 맛있다. 이건 나 스스로에게 하고 있는 말인지도 모른다. 나중에 스트레스받을 때마다 포크로 한 입씩만 먹어야겠다. 도저히 한 번에 다 먹을 용기는 안 난다. 맛있는 건 칼로리가 너무 높다.
둘째는 케이크를 못 먹게 해서 제일 아쉬워했다. 그리고 나에게 내년엔 자기는 생일파티를 제대로 해달라며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이번에 언니 생일이 대충 지나가는 걸 보고 두려웠는지 모른다. 큰 애에게 내년에는 엄마가 준비를 잘해서 생일파티를 잘해주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여기 와서 뭐가 계속 서튼 엄마의 느낌이다.
이번 한 주는 아이들도 나도 남편도 바쁘고 힘든 한 주였다. 생일파티를 대충 해주고 케이크도 잘 준비를 못해줘서 큰 애에게 미안했다. 그래도 착한 딸은 가족이 같이 축해해 줘서 행복하단다. 내년엔 엄마가 케이크를 한 번 만들어보마. 생일축하하고 많이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