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독일의 첫눈 내리던 날 남편은 첫 안경을 맞췄다

시간과 함께 우리 부부도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

by su

지난주 토요일. 새벽 창문을 여니 눈이 소복이 내렸다. 독일에서 맞이하는 첫눈이다. 차를 차고에 넣었어야 했는데 출근하기 편하게 밖에 세워 뒀더니 차가 하얀 눈을 흠뻑 맞았다. 어릴 적에는 눈이 오면 좋아했는데 지금은 정리할 생각에 눈이 반갑지는 않다.

아침 일찍 남편의 시력검사를 하러 안경점에 가는 날이라 토요일의 내 마음이 더 분주했다.

사실 며칠 전부터 남편이 눈이 잘 안 보인다고 이야기를 했다. 남편은 시력을 항상 2.0을 유지해왔다. 그러던 남편이 눈이 아프고 가까운 게 잘 안 보인다고 하니 왠지 벌써 돋보기를 써야 할 나이가 되었나 싶었다.




처음 만들어 모양이 별로인데 맛은 꿀맛이다♡

나는 남편과 아이들이 일어나기 전에 얼른 반죽을 해서 커스터드 크림빵을 만들었다. 안경점에 9시까지 약속을 잡아놔서 8시 30분에는 출발해야 하니 일어나자마자 바로 한입 먹고 출발하려 만들어놨다.

둘째가 항상 계란을 먹을 때 프라이나 삶은 계란에서 흰자만 먹기 때문에 노른자의 영양분이 필요했다. 인터넷에 커스터드 크림을 만드는 영상들이 많이 나와 있어 얼른 찾아 만들었다. 처음 만들어서 모양은 별로였지만 맛은 꿀맛이다. 요즘 제빵에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독일 안경점

빵과 우유를 한 입씩 먹고 안경점으로 출발했다. 남편은 시력검사를 했고 결국 시력은 정상인데 돋보기를 맞춰야 한다고 했다. 멀리 있는 것은 잘 보이는데 가까이 있는 것이 잘 안 보인단다. 왠지 서글퍼졌다.

남편과 연애하고 결혼하고 같이 산 세월이 10년이 넘어가며 머리에 흰머리도 하나씩 나고 업무 할 때 돋보기도 써야 한다니 마음이 이상했다. 문제는 내 시력도 나빠졌단다.



아이들은 남편이 실력 검사하는 게 신기했는지 계속 보고 있다.

아이들이 커가는 속도에 따라 나와 남편은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 아직은 40대이기 때문에 우리 부부는 살아온 시절만큼 40년 이상의 시간이 더 나이가 들어갈 것이다.

두 아이를 행복하고 건강한 아이들로 성장시키기 위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나무 같은 부모가 되기 위해선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우리 부부의 나이가 더 들어갈 것이다.

흐르는 세월만큼이나 삶의 지혜와 겸손이 겸비된 부모, 부부가 되어야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