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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 Mar 09. 2022

독일 동네에서 지역주민이 된 느낌

Bücher Markt(책 마켓)

  지난주 마트에서 장을 보고 집으로 향하고 있는데 우리 동네 성당 입구에 Bücher Markt(책 마켓)을 한다고 안내문이 쓰여있었다. 책 한 권당 0.5 EURO에서 1 EURO까지의 저렴한 금액에 책의 종류도 다양하게 적혀있어 우선 사진을 찍어왔다. 집에 와서 자세히 읽어보니 새 책도 있고 더구나 책의 구입금액은 기부가 이루어진다고 적혀 있었다. 독일어 책도 사고 좋은 곳에 기부도 할 수 있으니 좋은 뜻인 거 같아 아이들과 남편과 저녁을 먹을 때 토요일 우리 동네에서 Bücher Markt(책 마켓)를 가자고 이야기를 했다.

  사실 우리 동네는 독일 마트나 코로나 테스트하는 곳이나 약국, 병원 등은 굉장히 많으나 한국인이 많이 사는 동네는 아니다. 그러다 보니 더 독일에 와서 이방인의 느낌을 많이 받고 있다.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그래도 우리 동네 살면서 길을 가다 내가 이 정도 안내문은 읽을 수 있다는 것에 자신감을 가끔 얻곤 한다.  


  

다양한 책들이 진열되어 있다.

 토요일이 되어 우리는 자전거를 타고 성당으로 향했다. 이젠 우리 가족은 어디를 가나 항상 자전거를 타고 나간다. 덕분에 이제 나와 아이들은 자전거 도로에서 차와 함께 두려움 없이 달릴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성당 안에 있는 Bücher Markt(책 마켓)에 도착해 들어갔다. 안에는 구경하는 사람은 없었는데 인자하게 생기신 독일 아저씨가 앉아계셨다. 우리는 인사를 하고 책을 고르기 시작했다. 짧은 독일어 동화책부터 두꺼운 독일어 책까지 다양한 책이 있었다.

  요즘 우리 둘째가 아이유를 넘어 마이클 잭슨에 빠져서 마이클 잭슨의 노래를 매일 듣고 있다. 지금 마이클 잭슨의 일대기를 연구 중이다. 둘째의 그런 마음이 통했는지 마이클 잭슨의 옛날 화보집이 독일어로 나와 있었다. 둘째는 이건 사야 한다고 얼른 집었다. 물론 깨알 같은 독일어로 쓰여있는 책들이라 이걸 읽을 줄 알게 될 때는 한국으로 돌아갈 때가 될 것이다. 아님 장식품으로 둘 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 외의 2차 세계대전의 역사, 영국 소설 올리버 트위스트 등 보관해두고 읽으면 좋을 거 같은 책들을 구입하고 우리는 금액을 지불했다. 남편이 지갑에 현금이 더 있으니 기부하자고 이야기를 해서 내가 영어로 이야기를 해달라고 했지만  남편은 나보고 독일어로 하라고 말을 하라고 했다. 나는 속으로 영어로 해주지 하는 마음속의 말과 다르게 또 내 자존심에 나는 돈을 더 꺼내 독일 아저씨에게 Ich werde spenden.(저는 기부하려고 합니다.) 하고 웃으며 공손히 돈을 드렸다. 아는 동사를 급히 조합해서 이야기를 했어도 알아듣고는 독일 아저씨는 고맙다고 이야기를 했다. 나는 Einen schönen Tag.(좋은 날 되세요.)라고 이야기를 하고 나왔다.

이 책을 읽을 줄 아는 날이 오면 좋겠다.



  집으로 와서 구입한 책을 책장에 책을 꽂으며 뭔가 내가 사는 독일 동네에서 하는 조그만 행사에 참여했다는 내 나름의 뿌듯함이 느껴졌다.

  나이 40대가 되어 독일어를 배운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취업을 했을 때는 거의 매년 하나씩 자격증도 땄었는데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직장을 다니면서는 공부와는 담을 쌓고 살았다. 그러다 독일에 와서 독일어 공부를 하고 있으니 공부가 더 어렵게 느껴지는 거 같다. 그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드는 것은 길을 가다 눈에 보이는 단어들이 제법 보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주변에 붙어있는 안내문들을 잘 보고 다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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