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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독일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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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 Apr 03. 2022

독일의 4월 첫날 눈이 내렸다.

 봄이 온다.

  아이들이 지난주 목요일 학교를 끝나고 집에 오면서 "엄마, 이번 주에 눈이 내린대. 버스 기사 아저씨가 이야기를 해줬어" 라며 들어오며 나에게 이야기를 했다. 지난주의 독일 날씨는 더웠다. 나도 독일에서 처음 맞는 봄이라 날씨를 가늠하기가 어려워 더워서 긴팔을 입혀 아이들을 학교를 보내면 둘째는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면 "오늘은 볼케이노 데이였어." 라며 얼굴이 익어서 집에 오곤 했다. 그러다 반팔을 입히고 잠바를 입히면 또 선선해서 약간 코가 나올 때도 있었다.

  이번 주는 수요일부터 날씨가 우중충하더니 금요일부터 시작한 눈은 토요일까지 내렸다.

  남편은 내린 눈을 보며 지난주 토요일 집에서 싹을 틔워서 정원 밭의 잔디에 심은 새싹들은 눈을 듬뿍 맞아 냉해를 입을 거 같다며 걱정을 하였다. 우리가 산 씨앗 중 반은 새가 먹고 남은 반을 심었건만 4월에 눈까지 내렸으니 여기서 자라나는 식물들은 대단한 생명력을 갖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눈이 녹은 다음에 사진을 찍었다. 역시 사람은 부지런해야 한다.

   

    눈이 언제 왔냐는 듯  하루 사이 눈은 녹고 봄꽃과 새싹들이 더 환하게 피어있다. 이제 피어나는 새싹들에게 4월에 내린 눈은 굉장한 시련이었을 거 같다. 그러나 또 그 눈이 녹아 어느새 언제 눈이 왔냐는 듯 파란 새싹들이 올라오고 있다.

  요즘 나는 잔디에 피어나는 꽃들을 보면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다. 나도 나이가 들었는지 꽃만 보면 사진을 많이 찍는다. 왜 부모님들이 꽃 사진을 좋아하는지 이해가 되기 시작하는 나이가 된 거 같다.

  우리의 모든 인생이 항상 평탄할 수는 없지만 약간의 어려움들이 나에게 오더라도 잘 이겨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다음 주 독일 우리 동네 일주일 날씨는 내내 비가 온단다. 내리는 비에 눈도 이겨낸 새싹들이 충분한 물을 먹고 쑥쑥 잘 자랐으면 좋겠다.

자전거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노란색 꽃이 봄이 온 걸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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