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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독일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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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 Apr 05. 2022

 독일 마트에서 밀가루와 오일을 발견한 날

  지난달 부터 였을 것이다. 내가 마트를 가는데 밀가루가 없었다. 원래 독일 마트를 가면 베이킹 코너에 밀가루가 정말 많이 쌓여있다. 독일 사람들은 빵을 직접 만들어 먹기 때문에 밀가루가 떨어진 걸 못 봤는데 마트에 밀가루가 없어서 이상했다. 근데 옆 코너에는 오일도 없었다. 언제 밀가루가 오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언젠가 들어오겠지 하는 생각과 빵은 안 만들어 먹으면 되고 오일은 집에 하나 더 있으니 나중에 나오면 사야지 하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계속 우리 동네 마트에 오일이 없었다. 그리고 어느 날 안내문이 하나 붙었다. 오일이 언제 들어올지 모른다는 내용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다른 큰 마트를 가도 밀가루가 없었다. 그 마트에는 오일이 있어서 오일이 나올 때마다 있으면 하나씩 사 왔었다. 그러나 예전보다 가격이 올랐다. 독일 마트 물가는 지금 매일매일 오르고 있다.

오늘은 거의 한 달 만에 오일이 마트에 들어왔다.  하나씩만 살 수 있다.

  지금 독일 뉴스를 보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 코로나가 주 내용이다. 그리고 요즘 물가가 너무 올랐다고 시민들 인터뷰를 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teuer(비싸다.) 이 단어가 많이 들렸다. 물론 내가 이 단어만 확실히 알아서 그럴 수도 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독일 옆이 폴란드이고 그 옆이 우크라이나이다. 독일 뉴스를 틀어놓으면 전쟁 이야기이다. 한국에 있을 때 해외에서 전쟁 이야기가 나오면 나와 거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 크게 와닿지는 않았었다. 그러나 독일에 있는 지금 베를린 중앙역으로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오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고 매일 우크라이나의 피해 상황을 보니 나에게 전쟁이 가까워있는 느낌이다.

  독일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인해 기름값도 많이 올랐다. 이는 독일 뿐만은 아닐 것이다. 이번에 알게 된 거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세계 최대 밀수출국이었다는 것이다. 전쟁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죽어 가고 피해를 보는 상황에서 당장 마트에 오일이 없다고 밀가루가 없다는 것을 불평하지는 않는다. 코로나로도 전 세계가 힘든데 전쟁으로 더 이상 힘들어지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일 뿐이다.



어제 갔더니 밀가루가 들어왔다. 하나 남은 밀가루는 내가 갖고 왔다. 이것도 하나씩만 살 수 있다.  그러나 오늘 갔더니 없었다. 오늘은 오일이 들어와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어제는 기대 없이 마트를 갔는데 밀가루가 하나 남아 있었다. 나는 잘못 봤나 싶었다. 독일을 베이킹 설탕 포장과 밀가루 포장이 거의 비슷해서 단어를 잘 보고 사야 한다. 나는 하나 남은 밀가루를 보고 누가 설탕을 여기에 놓고 갔나 했다. 밀가루였다. 나는 사진을 찍을 겨를도 없이 얼른 집었다. 밀가루 하나에 너무 기뻤다. 나는 밀가루를 담고 기쁜 마음에 계산 줄에 서 있는데 어떤 독일 아주머니는 용기 있게 4개의 밀가루를 들고 계산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마트 계산원이 einmal(한 개) 이라며 남은 3개를 다른 곳으로 치웠다.

  오늘 아침에 마트에 갔더니 밀가루는 없고 오일 코너에 오일이 들어와 있었다. 나는 얼른 하나를 집었다. 2개를 들고 싶었지만 어제 밀가루 4개를 집은 독일 아주머니처럼 난감한 상황이 오면 안 되기 때문이다.

 어제 밀가루, 오늘 오일 하나에 이렇게 기쁘다.

언제 오일이 올 지 모른다고 쓰여있다.
한 달 만에 만나는 밀가루

  한국에 있을 때는 한국사 영상을 즐겨 보거나 책으로 접했다면 독일에 와서는 세계사에 관심이 많아졌다. 특히 이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으로 1차 세계대전, 2차 세계대전에 관하여 영상들을 보며 더 많이 알게 되었다.   

  밀가루는 다른 것으로 대체하면 되지만 사랑하는 가족은 그 누구와도 대체할 수가 없다. 연일 뉴스에서 전쟁으로 마음이 아픈 우크라이나 사진과 영상들을 보며 얼른 전쟁이 끝나 행복한 평화의 세상이 오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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