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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 Apr 24. 2022

독일에 오고 꽃이 참 좋아졌다.

꽃이 좋아지는 나이

  

  독일에 오고 제일 신기했던 것 중에 하나가 꽃집을 가지 않아도 마트에서 꽃을 살 수가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내가 꽃이 예뻐서 꽃집을 찾아가 꽃을 사는 스타일은 아니다. 세상의 모든 꽃은 예쁘나 시들어가는 꽃의 마지막을 보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아이들 입학식이나 졸업식 등 특별한 날이나 샀던 꽃을 독일에서는 동네 마트를 가면 흔히 볼 수 있다. 독일 마트에서는 화분이나 씨앗도 많이 팔고 심지어 꽃다발을 묶어서 마트에서 판다. 꽃다발 같은 경우 장미꽃 10송이 정도에 2.99유로 정도 한다. 한화로 하면 4,000원 정도다.

  한국에 있을 때 누군가 나에게 선물로 화분을 주면 참 열심히는 키웠던 거 같다. 그러나 나 스스로 꽃이 예뻐서, 화분이 예뻐서 산 적은 없었다. 그랬던 내가 마트에서 만나는 꽃들이 참 예뻐 보이기 시작했다.



독일 마트 입구에는 꽃과 화분, 퇴비 등이 진열되어 있다.

  내가 살고 있는 독일 지역은 빌라가 많은데 사람들이 베란다 같은 장소나 창가 앞에 화분과 꽃을 많이 키운다. 지나다니면서 참 예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사람이나 사물을 자주 보면 낯이 익고 정이 드는 것처럼 어느새 내가 자주 가는 마트 입구에서 꽃을 자주 보니 한 다발 정도는 사볼까 생각이 나도 모르게 들기 시작했다. 집안에 꽃이 있으면 화사하고 좋을 거 같았다.

  독일 마트 계산대에는 서 있으면 생각보다 독일 사람들이 화분이나 꽃, 씨앗, 퇴비 등을 많이 사는 것을 볼 수 있다.

  나도 이제 독일 사람들처럼 꽃을 하나 사겠노라 하고 마트 입구에서 꽃다발을 하나 골랐다. 빨간 꽃이 예쁠까, 노란 꽃이 예쁠까, 분홍꽃이 예쁠까를 얼마나 고민했는지 모른다. 결국 나는 알록달록 꽃을 하나 집어들고 계산을 하고 나왔다.

  그동안 독일 마트에서 먹을 것만 사봤지 꽃을 사다니 내가 벌써 꽃을 좋아하는 나이가 되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근데 신기하게 꽃다발을 하나 사고 나오면서 기분이 참 좋았다. 나에게도 봄이 온 거 같았다.



꽃다발을 하나 샀을 뿐인데 집의 분위기도 달라지고 그냥 기분이 좋아졌다. 4천 원에 나의 기분도 산뜻해졌다.

  그동안 우리 집에는 생화는 없었지만 조화는 있었다. 물을 주지 않아도 시들지 않고 해를 비치지 않아도 영원히 살아있는 꽃이다. 그런 조화도 예쁘지만 그래도 살아있는 꽃, 생화가 주는 느낌은 좀 더 다른 거 같다. 물론 언젠간 시들어질 거고 그럼 나는 독일의 음식물쓰레기 통에 버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나는 꽃이 나와 좀 더 오래 지낼 수 있도록 물을 갈아주며 해가 잘 들게 위치도 바꿔주며 좀 더 오래 살 수 있도록 열심히 키울 것이다.

  내가 나이가 들어가는 건지 독일 마트에서 꽃을 자주 봐서 익숙해진 건지 모르겠지만 꽃다발 하나에 미소가 지어진다. 나는 꽃 덕분에 난생처음 2유로를 주고 1유로 마트에서 꽃병까지 하나 샀다.

  이제 꽃병까지 샀으니 앞으론 우리집에서 꽃을 자주 보게 될 거 같다. 언제 보아도 꽃은 참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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