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 알을 낳았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by su

나는 새벽 5시에 항상 핸드폰 알람을 울리게 해 둔다. 이 습관은 꽤 오래되었는데 새벽에 일어나 할 일을 다하고 아이들과 남편을 깨우면 그냥 기분이 좋다. 근데 이제 알람을 울릴 필요가 없어졌다. 이젠 4시면 눈이 떠진다. 그 이유는 바로 우리 집 나무에 집은 지은 새들인지 그 새 친구들인지 열심히 노래를 해주기 때문이다. 굳이 새벽에 안 해도 되는데 낮에만 하면 좋으련만... 저녁까지 노래를 해준다. 덕분에 핸드폰 알람 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새벽 4시면 이제 눈이 떠진다.


새 새명이 태어났다.

며칠 전 우리집에 큰 경사가 하나 났다. 바로 우리 집 둥지의 새가 알을 낳았다. 밖을 나가보니 알 껍질이 떨어져 있었다. 새가 알을 낳기 위해 우리 집 텃밭의 씨를 먹었었나 보다. 나는 새 새명을 위해 사용된 씨앗이란 생각이 드니 기분이 좋았다. 뭔가 우리 집 텃밭이 새의 산후조리를 위해 만들어진 텃밭 같았다. 근데 이제는 다른 새들까지 소문을 듣고 왔는지 우리 집 텃밭에 모여든다. 덕분에 새 똥도 같이 바닥에 떨어진다. 작년 겨울 낙엽과의 전쟁으로 매일 낙엽을 쓸었는데 이제 봄이 되니 새똥과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낙엽은 쓸어서 버리면 되는데 새 똥은 닦아야 한다. 아무리 내가 청소를 좋아하는 성격이지만 새 똥까지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사실 최근에 우리 빌라의 분리수거 문제로 집주인과 메일을 쓰고 FES에서 드디어 분리수거 통을 비워진 날 나는 속이 뻥 뚫렸다. 하나가 해결되니 다시 하나의 문제가 시작되는 거 같았다. 그래도 뭔가 새들이 텃밭에 많이 오니 집이 북적되는 느낌은 받긴 한다. 텃밭에 씨앗이 다 없어져야 다른 새들은 안 올 거 같다. 그래도 예의바른 새들은 씨앗을 먹고는 한 곳에 가지런히 모아두었다. 한편으론 기특하다 싶었다.

예의 바른 새는 씨앗을 다 먹고 가지런히 모아두었다.


이걸 밖에다 어떻게 심어야 할지 고민이다. 너무 잘 자라고 있다.

텃밭의 심어놓은 씨앗과 다르게 집 안에서 모종을 만들어 텃밭에 심으려고 했던 씨앗들은 하루가 다르게 잘 자라고 있다. 근데 이걸 밖에다 심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거 같다. 독일은 달팽이도 많아서 씨앗을 심어두면 다 먹는다고 한다. 나는 차라리 마트에서 파는 꽃모종이나 살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또 그럼 벌들이 그렇게 모여든단다. 나같이 걱정 많은 성격은 자연과 더불어 살려면 적응이 필요한 거 같다.

처음 독일에 와서 집안의 환기를 위해 문을 항상 열어두니 집안에서 벌레들이 파티를 열었다. 나는 음식물을 냉장고 외에는 밖에 두지 않는 성격인데 왜 이리 벌레들이 많은가 했더니 열어둔 창문 사이로 들어왔다. 그러다 입구를 못 찾고 못 나가다 입구를 열어둬서 나가게 해 주면 그때서야 나간다. 처음에는 집안에 벌레, 벌 들이 들어왔을 때는 많이 당황했었다. 근데 이젠 좀 적응이 되었다.

새들의 노랫소리가 새벽에 들려서 처음에 당황했지만 이제 조금씩 적응을 하다 보니 지금은 자다 새소리가 들리면 '아 새벽 4시쯤 되었겠구나. " 싶다. 그리고 나는 한 시간을 더 잔다.

다른 집에도 나무들이 많았을 땐데 우리 집에 둥지를 만든 새도 신기하고 그 둥지에서 알까지 낳았으니 보통 인연은 아닌 거 같다.

나는 오늘도 새똥을 닦으며 투덜대며 잔디에 해바라기 씨 등을 조금씩 뿌려둔다. 우리 집을 지나다니는 청설모나 우리 집 새나 잘 먹고 건강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말이다. 근데 새 똥은 아직도 적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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