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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 Mar 15. 2022

독일 우리 집에 새 식구가 생겼다

앞으로 잘 지내보자.

우리 집에 새 집이 하나 생겼다.

  우리 가족이 독일에 온 지 벌써 5개월이 다 되어가고 있다. 작년 가을에 왔는데 기나 긴 어둠의 겨울을 지나 이제 봄을 맞이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새소리가 정말 많이 들렸다.  나는 항상 새벽에 일어나 창문을 활짝 열어두는데 요즘 들어 더 유독 새소리가 많이 들렸다. 지난번에는 저녁에도 우리 집 부엌 쪽 지붕에 새들이 앉아있어서 계속 노래를 하길래 처음엔 귀엽네.라는 생각이 들다가 계속 노래를 하니 조금 시끄럽네라고 느낄 정도였다.

  나는 처음엔 새들도 봄이 와서 좋은가 싶었다. 사실 독일에 와서 해가 너무 늦게 뜨고 해가 너무 빨리 져서 겨울은 참 우울한 감정도 들었었다. 너무 어둠이 빨리 찾아왔었다. 그러다 보니 해가 빨리 뜨고 늦게 지는 3월이 나는 너무 좋다.




  

잘 지내보자

  그런데 우리 집 새소리는 그냥 지나가는 새소리가 아니었다. 우리 집 잔디에 나무가 하나 있는데 그 위에 새가 집을 지었다. 아이들이 인라인 연습을 한다고 집 앞에서 인라인을 타는데 큰 애가 "엄마, 엄마. 새가 집을 지었어. 나뭇가지를 계속 갖고 왔어."라고 이야기를 했다. 사실 나는 아이 둘도 잘 못 키우기 때문에 아이들이 항상 애완동물을 키우자고 해도 너희도 키우기 어려운데 애완동물을 잘 키울 자신이 없다고 이야기했던 사람인데.. 우리 집에 새집이 생기다니.. 처음에 이야기를 듣고는 당황했다. 그럼 같이 울던 새들은 우리 집 새들의 친구들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세입자인데 세입자 집 나무에 주인 허락 없이 새가 집을 짓다니...

  아니나 다를까 지난주 토요일에 우리 가족이 봄을 맞이하여 이제 식물을 키워보자고 마트에서 씨앗을 잔뜩 사 왔었다. 심지어 나는 잔디 흙 10kg짜리가 세일을 하길래 마트에서 사 오다 팔이 나가는 줄 알았다. 나는 남편과 아이들에게 우선 집안에서 씨앗을 키우고 싹이 난 다음에 밖에다 키워야 새나 달팽이가 안 먹는다고 이야기를 했건만 어느새 아이들과 남편은 사온 씨앗을 화분에다 심고 남은 씨앗을 밖에 다 심어버렸다. 결과는 바로 새들이 다 먹었다.

  나는 겨울에 우리 집에 오는 청설모들이 혹시 겨울이라 먹을 게 없을까 봐 해바라기 씨를 잔디에 잔뜩 두었는데 어느 순간 없어졌다. 지나다니면서 먹으라고 곳곳에 뿌려두었다. 그래서 그런 소문이 났는지 새까지 집을 지었다. 이미 새가 집을 지었으니 나가라고 할 수 도 없고 잘 지내봐야겠다. 이미 우리 집에 집을 지었으니 알도 잘 낳고 건강하게 새끼들이 태어나면 좋겠다.

  이제 새가 알까지 나면 더 새소리가 많이 들릴 거 같다. 왠지 우리 집 텃밭은 새들의 밥상을 위해 만들어진 텃밭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일에 와서 청설모도 우리 집이 제 집인 양 돌아다니고 새들까지 집을 지으니 뭐랄까 자연 속에서 살고 있는 느낌이 든다. 나는 새가 많이 울어도 괜찮다. 다만 바람이 하나 있다면 내 머리에 새똥만 안 맞으면 좋겠다.

이 씨앗의 반은 없어졌다.


잔디에 심기 전에는 실내에서 싹을 틔어서 나가야 한다.


새들의 먹이가 된 우리 집 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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