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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 Apr 11. 2022

우리 집 텃밭의 생태계  

자연의 순리

  

둘째가 발견한 달팽이

  지난주 토요일 아침을 준비하는데 둘째의 소리가 들렸다.

  "엄마, 달팽이가 있어."라고 이야기를 하며 나보고 빨리 오라고 했다. 아침 일찍 일어난 둘째가 우리 집 마당에서 달팽이를 발견했다. 나는 둘째랑 나가봤다. 유리문 앞에 처음엔 한 마리만 있는 줄 알았는데 옆을 가니 다른 한 마리도 천천히 기어가고 있었다. 달팽이를 한 마리도 아닌 두 마리나 보니 반가웠다. 천천히 열심히 기어가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나는 둘째에게 이 두 달팽이는 연인인가? 친구일까? 이야기를 하자 둘째는 그건 자기도 잘 모르겠다고 고민을 했다.

  아시는 분이 독일에서는 달팽이가 많아 씨앗을 심고 순이 나면 달팽이가 먹기도 한다고 했다. 말로만 들었지 우리 집에 달팽이가 있는 건 처음 봐서 신기했다. 달팽이가 먹으면 얼마나 먹겠어 하는 생각과 이미 나는 우리 집 텃밭은 마음을 내려놨다.

  4월 초에 눈이 많이 내려 냉해로 죽은 식물도 있고 새의 먹이로 사라진 씨앗들도 있어 남은 것만 잘 키우자고 마음을 먹은 지 오래다. 여기에 달팽이가 먹는다고 이젠 속상할 단계는 넘어섰다.

  전날 금요일까지 계속되는 비 이후로 만나 달팽이가 더 반가웠다. 애완동물을 키우지는 않지만 애완동물을 키우고 사는 느낌이다.

우리 집 텃밭. 내내 내린 비로 뿌리가 드러나기도 했다. 너무 일찍 심었나 보다.



이 달팽이를 찾을 수가 없었다.

  아침 준비를 끝나고 나는 둘째에게 우리 달팽이한테 상추를 줘볼까 하고 상추를 들고 마당에 나갔다. 처음 만난 달팽이 한 마리는 열심히 기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두 번째 본 달팽이는 아무리 찾아도 없었다. 혹여나 밟을까 봐 아주 천천히 밑을 보며 걸어 다녔는데 한 마리는 열심히 기어서 가고 있는데 다른 한 마리는 아무리 찾아도 없었다. 10분도 안된 사이에 다른 집으로 갔을 리는 없고.. 나는 얼른 인터넷에서 새가 달팽이도 먹나 검색을 했더니 벌도 먹고 달팽이도 먹는단다.

새가 또 알을 낳았다. 새 껍질이 또 떨어져 있었다.

  둘째는 방금 본 달팽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게 충격이었나 보다. 사실 나도 충격이었다. 내가 새가 먹었나 봐.라는 나의 이야기를 듣고는 슬프다고 했다. 우리 집에는 새도 있지만 다른 새들도 많이 온다. 아마 우리 집 말고도 마당에 텃밭이 있는 집들은 새들이 많이 올 것이다. 요 며칠 사이 우리 집 둥지에 있는 새가 알을 또 낳았다. 껍질이 떨어져 있었다.

  나는 씨앗을 먹는 건 그러려니 하는데 달팽이가 없어진 것은 꽤 충격이 컸다. 학창 시절 과학시간에 배운 자연의 생태계를 우리 집 앞마당에서 배우고 있다. 나도 모르는 사이 우리 집 앞마당의 생태계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었다. 본의 아니게 둘째에게 생태계에 대해 알려주게 되었다. 그날 오후 다른 달팽이도 없어졌다. 열심히 기어서 다른 집으로 갔다고 생각하고 싶다. 둘째에게는 다른 달팽이는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일요일날 아침에 무당벌레를 발견하고 둘째가 신났다.  

  다음 날 달팽이는 없었지만 둘째는 무당벌레를 발견했다. 우리집 텃밭은 매일 매일 새로운 벌레들이 오기도 하고 가기도 한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그냥 자연스럽게 놔두는 게 최선이다. 그래도 처음 만난 달팽이가 바로 없어진 건 좀 충격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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