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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 Apr 27. 2022

독일에서 만나는 비둘기가 남 같지 않다

나의 의사와 상관없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독일에서 와서 우리 집 텃밭에서 청설모, 노란 부리의 검은 새, 달팽이, 무당벌레는 거의 매일 본다. 그러다 보니 나는 우리 집 앞 텃밭을 나갈 때 달팽이를 밟을 우려가 있어 아래를 잘 보고 나간다. 그러나 한국에서 자주보던 비둘기는 신기하게 우리집에서 많이 보지는 않았었다. 아니 우리 동네에 비둘기는 거의 없다. 거의 노란 부리의 검은 새가 걸어 다니거나 날아다닌다. 이 새도 비둘기처럼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한 때 우리 집 텃밭이 새들의 급식소가 되었을 때는 정말 많이 새들이 몰려왔지만 비둘기는 많이 보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 동네 역 부근을 가면 많은 비둘기들을 만날 수 있다. 사람들이 지나가도 잘 비키지 않고 통통한 비둘기의 모습이 한국과 비슷하다. 우리 동네 역 부근에는 커피숍, 마트, 음식점 등이 있기 때문에 그곳에 가도 먹을 것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계속 지난주부터 아침마다 텃밭을 나가면 비둘기 털이 떨어져 있었다. 새 똥 치우는 것도 싫은데 털까지 버려야 하니 내심 치우면서 마음이 그랬다. 집에서 핸드폰을 늘 들고 다니는 것이 아니어서 사진으로는 못 찍었지만 안방 창문 사이로 보이는 우리 집 나무에  비둘기가 나뭇가지를 들고 나뭇잎 사이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 모습은 많이 목격되었다. 사진을 찍으려는 순간 비둘기는 나뭇잎 사이로 들어간다. 찍으려고 핸드폰을 들고 다니면 안 나타나고 해서 결국 포기했다. 나랑 시간이 안 맞나 싶었다.

비둘기 깃털은 매일 떨어져 있다. 나는 고무장갑끼고 버린다.



이 사이에 비둘기 집이 있다. 나뭇잎이 빼곡하다.

  나는 나뭇가지를 들고 나뭇잎 사이로 들어가는 비둘기를 보며 다른 집도 나무가 많은데 왜 우리 집으로 왔을까? 여기에 집을 지으려고 왔나. 알을 낳으려나? 하는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사실 우리 집 말고도 나무가 많다. 그러나 우리 집 나무를 자랑하자면 하루가 다르게 나뭇잎이 빼곡하게 자란다. 아래에서 봐도 빼곡하게 자라 있다. 작년 가을 내가 낙엽을 주울 때가 상상이 안 간다. 자연은 참 신기한 거 같다.

  나는 비둘기가 집을 짓는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앞으로 당분간 깃털과 똥은 계속 치워야겠군. 하는 생각을 했다. 많은 집들의 나무가 있을 텐데 우리 집에 와서 집을 짓는 게 한편으로 신기하기도 했다.



  남편과 아이들에게 비둘기가 집을 짓는 거 같다고 이야기를 했다. 남편은 자기도 많이 봤단다. 남편은 알을 낳으려고 온 애를 쫓을 수 없으니 당분간 나무를 빌려주자고 했다. 그러면서 비둘기가 우리 집 나무가 나뭇잎도 많고 집 안에 들어와 있어 안전하게 생각해서 온 거 같다며 알 낳고 새끼 키울 때까지 기다려야 할 거 같다고 했다. 그리고 역 주변의 먹을 것이 많으니 나중에 새끼 비둘기에게 역 부근에서 먹이를 갖고 와 주기도 적당한 거리라는 것이었다. 남편 말을 듣고 보니 그럴듯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비둘기의 임신기간은 12일에서 17일간이란다. 지난주부터니 이번 주나 다음 주에 알을 낳던가 할 거 같다. 아님 이미 낳았을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면 나도 아이들을 출산할 때 나에게 맞는 산부인과를 찾아 진료를 보고 아이들이 건강하게 태어나기를 얼마나 기도했는지 모른다. 비둘기도 새끼를 낳으려고 하니 천적을 피해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우리 집 나무를 찾아왔는지 모른다.  

   그래서 인지 나는 이제 우리 동네 역 근처에 장을 보러 나가도 비둘기들이 예사로 안 보인다. 새를 키우는 건 아니지만 꼭 내가 새를 키우는 거 같다. 한국에서 비둘기를 보면 피해다녔는데 우리집 텃밭에 심어진 나무에 둥지를 틀다니 나와 이 비둘기는 보통 인연은 아닌 거 같다. 나의 의사와 상관없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집에 있는 화분들은 아침마다 밖에 내놓는다. 자연의 햇볕만큼 좋은 건 없는 거 같다.  햇볕을 받으면 꽃잎들도 하루가 다르게 활짝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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