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국에서 살 때는 자연과 친하게 지내고 살지 않았다. 그러나 독일에 오고 난생처음 잔디가 있는 집에 살아보면서 자연이 나의 일부가 되었다.
엄청난 독일 햇볕에 잔디가 마르면 안 되기에 매일 하루에 2번 이상은 나가 잔디에 물을 줘야 하고 매일 떨어지는 낙엽을 열심히 주워서 버려야 한다. 생각보다 잔디를 가꾸는 건 나에게 어려운 과제였다.
나는 매일 잔디에 물을 주며 낙엽을 정리하다 비둘기 깃털이 많이 떨어져 있길래 우리 집 나무에 집을 지은 비둘기겠거니 했다. 그러나 사실 나는 나무를 아래서 위로 쳐다보기가 두려웠다. 비둘기가 집을 짓는 것은 보았지만 나무속으로 들어가 내가 둥지를 직접 보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 나무 아래에서 위를 쳐다보다가 비둘기와 눈이 마주칠까 두려웠다.
그러다 나는 잔디에 물을 주면서 나무에도 물을 주다 우리 집 나무에 둥지를 만들어 알을 품고 있는 비둘기를 보고 말았다. 다행히 비둘기와 눈이 마주치지 않았지만 얌전하게 앉아있는 비둘기의 꼬리가 보였다.
엄마 비둘기는 우리 아이들이 줄넘기를 하고 있을 때도 내가 잔디를 깎고 있을 때도 요동하지 않고 둥지에 가만히 앉아있는다.
비둘기 꼬리만 매일 보고 있지만 우리 집 나무 둥지에 앉아있는 비둘기를 보고 있자니 그동안 내가 길거리에서 보던 비둘기를 볼 때와 느낌이 좀 달랐다.
나는 우리 집 비둘기를 본 이상 매일 조심스럽게 나무 아래에서 위로 오늘도 비둘기가 잘 있나 쳐다본다. 오늘도 알을 열심히 품고 있는지 주변의 소란스러운 소리에도 가만히 있는다.
비둘기 알이 몇 개 인지 모르지만 알들이 엄마 비둘기의 따뜻한 품 속에서 있다 건강하게 태어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