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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 Aug 03. 2022

우리집 잔디 주인, 비둘기 가족

비둘기의 눈치를 보고 살고 있다.

  지난번 내가 비둘기에 대한 글을 썼을 땐 나는 비둘기가 알을 품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러나 나는 이틀 전 보고야 말았다. 어미 비둘기가 이미 새끼를 낳아 새끼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 모습을 말이다.

  나는 아직 비둘기를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안 되어 있었던 거 같다. 나는 그 모습을 본 순간 얼른 집에 들어가 아이들에게 비둘기가 새끼가 있었어. 라고 이야기를 했다. 큰 애는 안 그래도 줄넘기를 할 때 새소리가 계속 들렸다고 했다. 그리고 자기도 비둘기 눈치가 보인다고 했다. 둘째랑 물총 놀이를 할 때도 자기도 모르게 나무로 물이 쏴질까봐 항상 조심스럽다고 했다. 나는 큰 애에게 나도 그렇다고 했다.

  정말 그렇다. 이제 비둘기가 한 마리가 아니라 새끼까지 있으니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생각보다 내가 살고 있는 아주 가까운 곳에 새가 집을 짓고 산다는 것은 굉장히 신경이 쓰이는 일이다. 나는 잔디를 나가 하루에 2번씩 물을 줘야 하고 빨래도 밖에다 말리다 보니 잔디를 나가는 일이 많다. 아이들 줄넘기까지 잔디를 나가서 시키고 있으니 나는 항상 잔디에서 해야 할 일을 하기 전 조심스럽게 나가 비둘기의 상태를 확인한다.

  비둘기가 새끼에게 먹이를 주고 있을 때는 나갔다가 그냥 들어온다. 엄마 비둘기가 새끼에게 집중하는 시간이기 때문에 조용히 있게 둔다. 물론 비둘기는 전혀 나를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나만 비둘기를 신경 쓰고 살고 있다.

  특히 내가 아침에 잔디에 물을 주러 나갔을 때 아빠 비둘기가 먹이를 갖고 오는 걸 보면 나는 더 긴장한다. 우리집 나무에 비둘기가 3마리 이상이 모여있기 때문이다.  

  당분간 나는 계속 비둘기의 눈치를 보고 살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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