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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 Aug 07. 2022

우리 집에 온 반가운 손님

반가워. 고슴도치야.

  며칠 전부터 내가 잔디에 물을 주러 나가거나 빨래를 널러 갈 때면 계속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계속 들렸다. 우리 집 나무에서는 비둘기가 울고 우리 집을 둘러싸고 있는 잎 테두리에서는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위아래로 신경이 여간 쓰이던 게 아니다. 사실 좀 무서웠다.

  우리 집 잔디에는 비둘기 말고 매일 청설모가 왔다 갔다 한다. 내가 그동안 봤던 청설모의 경우는 재빠르게 우리 집에 와서 호두를 먹다가 다른 집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이렇게 소리가 나는 건 청설모는 아닌 게 확실했다. 그래서 바스락 거리는 소리의 주인공이 쥐인가 싶었다. 나무에 비둘기가 있는 것도 신경이 쓰이는데 만약 쥐라면 어떡하지 싶었다.


  오늘 아침 잔디에 나가 있던 남편은 나와 아이들에게 얼른 나와보라고 했다. 왜 그런가 하고 나가보니 고슴도치가 숨어 있었다. 드디어 바스락 거리던 동물의 정체가 밝혀진 것이다. 나는 고슴도치가 있을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고슴도치는 크기 꽤 컸다. 보통 집에서 키우는 고슴도치의 크기는 아니었다. 다행히 고슴도치가 우리를 보고 가시를 보이진 않았다. 우리 가족이 위협적으로 보이지는 않았나 보다.

  나는 쥐를 생각하고 있다 고슴도치를 발견하니 정말 반가웠다. 그리고 독일에 와서 집 잔디에서 내가 고슴도치를 볼 줄은 생각도 못했다. 그래서 더 반가웠는지 모른다

  아이들은 고슴도치가 우리를 보고 놀랄까 봐 고슴도치가 너무 귀엽다는 말도 조용히 이야기했다. 아이들은 고슴도치의 이름을 '고순이'로 이름을 지을 지 '도치'로 지을 지 고슴도치의 의견은 물어보지도 않고 이름을 정하고 있었다.


  고슴도치가 어떻게 우리 집 잔디까지 온 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집에서 동물을 키우지는 않아도 동물들이 알아서 우리 집 잔디로 오고 있다. 집에서 동물을 키우지 않아도 밖에서 동물들이 알아서 왔다 쉬다 간다. 우리 집에 오는 동물들이 자연 속에서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랄 뿐이다.

  반가워. 고슴도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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