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내리는 버스에서 내리는 둘째가 막 울 거 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나를 보고 토요일 산 머리끈을 잃어버렸다며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나는 둘째에게 잃어버린 건 어쩔 수 없지. 엄마는 네가 안전하게 온 게 제일 중요해.라고 이야기를 해줬다. 누가 들으면 거짓말 같지만 정말 이렇게 이야기했다. 사실 한국이었으면 어디서 잃어버렸냐, 왜 잃어버렸냐 했겠지만 해외생활을 하다 보니 혼내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여기서는 무조건 건강하고 서로 사랑하며 안전하게 살자가 나의 모토이다.
나의 이런 말에 둘째는 더 이상 울지는 않았다. 둘째는 쉬는 시간에 화장실을 갔는데 거울에서 머리끈이 보이지 않았단다. 아무리 찾아도 어디 있는지 몰랐다며 너무 슬펐다고 했다. 둘째의 이런 말을 듣더니 큰 애는 둘째에게 그런 일이 있으면 나한테 왜 이야기를 안 했어. 언니한테 해야지 하는 것이다. 그리곤 나에게 엄마 내가 내일 학교 분실물을 모아두는 곳이 있는데 거기 가서 있나 확인해볼게. 라며 이야기를 했다. 이런 기특한 딸이 있다니. 고마웠다. 큰 애는 그러더니 둘째에게 나는 너 나이 때 연필을 많이 잃어버렸다며 누구나 잃어버릴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해줬다. 둘째는 얼마큼 잃어버렸어?라고 하자 거의 하루에 한 자루씩 잃어버렸다며 엄마한테 혼난 이야기를 영웅담처럼 해주고 있는 게 아닌가!
단발머리로 독일에 왔는데 어느새 머리가 많이 길었다.
뒷 날이 되었다. 집으로 올 때 큰 애는 항상 전화를 하는데 그날따라 목소리가 굉장히 밝았다. 둘째 머리끈을 분실물 센터에서 찾았다며 집에 가서 자세하게 이야기해줄게 하고 끊었다. 버스 안에서는 전화를 할 수가 없다.
집에 와서 큰 애는 분실물센터에서 핑크색 머리끈을 발견하고는 거기 있는 선생님한테 이거 제 동생 건데 잃어버렸다며 가져가도 되냐고 묻고 갖고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쉬는 시간에 둘째를 만났는데 손 모양으로 너 머리끈 찾았어.라고 했더니 둘째가 찰떡같이 알아듣고 좋아했다며 집에 와서도 한참을 이야기를 해줬다. 둘째가 놀이터에서 놀다가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러 올 때 자기를 보고 둘째가 달려오더란다. 둘째는 나에게 언니가 최고라며 너무 좋다고 했다.
작년 12월쯤 일이다. 큰 애가 집으로 오기 전 오는 전화에서 둘째가 오늘 방과 후를 못 갔다며 나에게 이야기를 했다. 집에 가서 자세히 이야기해주겠다며 잘 해결되었다고 걱정 안 해도 된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집으로 온 큰 애의 말은 이랬다. 큰 애가 수업이 끝나고 방과 후 수업을 하러 다른 교실로 내려가려는데 창문 밖에서 둘째랑 같은 잠바를 입고 있는 애가 놀이터에서 놀고 있었다는 것이다. 큰 애는 자기 동생이랑 같은 잠바를 입은 애가 있구나 생각했단다.
그날은 둘째가 처음으로 방과 후를 하는 날이었다. 나는 둘째에게 교실 장소를 이야기해주고 큰 애에게도 이야기를 해주었다. 근데 내가 음악수업이라고 해야 하는 걸 춤 수업이라고 잘 못 이야기해준 것이다. 생각해보면 나의 잘못이 제일 크다. 둘째는 그 교실 앞에 서 있는데 아무리 봐도 춤 수업이 아니었을뿐더러 다른 학생들이 교실에 있었단다. 거기 선생님이 나와서 조금 기다리면 수업이 끝난다고 했다는데 둘째는 여기가 아닌가 하고 놀이터로 갔단다. 나중에 큰 애가 자기 방과 후 수업이 끝나고 둘째의 방과 후 교실로 가니 동생이 없어 내 동생은 oo인데 여기 없냐고 했더니 안 왔다고 해서 큰 애가 oo이가 내 동생인데 첫날이라 잘 몰랐던 거 같다며 다음 주에는 제가 데리고 오겠다고 담당 선생님한테 이야기를 했단다. 선생님이 알았다며 괜찮다고 했다며 다음 주에는 제대로 가면 된다고 했다. 둘째는 이미 버스에서 언니한테 혼난 모양이었다. 둘째 표정이 안 좋았다. 둘째에게 엄마가 과목 이야기를 잘 못해줘서 그랬네.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해결을 해준 큰 애에게 고맙다고 이야기를 해줬었다.
마냥 어린 줄 알았던 큰 애가 어느새 성장해 동생의 학교생활도 챙겨주고 힘이 되어주는 건 엄마로서는 너무 고맙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나도 엄마로서 자녀들에게 매일 배우고 고마움을 느끼고 살아가고 있다. 어떨 땐 나보다 아이들이 더 어른 같을 때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