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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 Apr 11. 2022

아이들은 성장해간다.

Holiday Park의 bigFM Expedition GeForce

  나는 놀이동산에 놀러 가는 것은 좋아하지만 놀이기구를 타는 것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너무 무섭다. 위에서 내려오는 그 공포감은 상상하기가 싫다. 그러나 나와 반대로 우리 남편은 놀이기구를 잘 탄다. 운동도 워낙에 잘하고 한국에 있을 때도 무서운 놀이기구는 잘 탔었다. 그러니 바이킹도 무서워하는 나와 놀이동산을 가면 참 재미가 없었겠다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큰 애가 태어나고 놀이동산에 놀러 가더라도 우리는 주로 어린이 놀이기구를 타거나 꽃구경을 하며 사진을 찍곤 했었다. 그러다 큰 애가 나이가 한 살씩 먹어가며 자신의 키에 맞는 놀이기구를 타기 시작했다. 독일에 오기 전 바이킹 등 조금씩 높은 높이의 놀이기구를 타기 시작하며 놀이기구에 재미를 붙였다.



 우리 가족이 독일에 오고 처음으로 놀이동산을 놀러 가기로 했다. 아이들이 가보고 싶다고 했다. 지난주 내내 비가 내렸고 독일의 4월 날씨는 추워 겨울잠바를 입고 나가야 한다. 갑자기 비가 우박으로 바뀌기도 하니 종잡을 수가 없는 날씨이다. 이런 날씨라도 아이들의 굳은 의지를 꺾을 수는 없다. 다행히 오늘은 비가 많이 내리는 날씨는 아니었다.

  우리는 아이들의 소원대로 우리는 옷을 두껍게 입고 우리는 Holiday Park로 출발했다. 우리 집에서 1시간 정도 가면 도착하는 거리였다.

  Holiday Park로 출발하는 동안 날씨는 비가 내리더니 또 그치더니를 반복했다. 독일에서는 하도 비가 많이 오니 이젠 비 오면 맞으면 되지. 하는 생각이 있었다. 폭우만 아니면 된다.

  나는 남편이 운전하는 동안 나는 Holiday Park앱을 다운로드했다. 좋은 세상이다. 앱에서 놀이기구의 기다리는 시간들을 봤더니 다 "0"이었다. 나는 아직 운영이 안되나, 사람 수가 카운트가 안되나 싶었다. 보통 한국의 놀이기구의 경우 인기 있는 것은 정말 오래 기다리다 타는데 여기는 모든 놀이기구 대기시간이 0으로 뜨니 우선 가서 봐야겠다 싶었다. 대기시간이 0이면 그냥 있는 순서대로 타면 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앱에서 놀이기구들을 자세히 안 본 것도 사실이다.

  Holiday Park 운영시간은 10시부터 18시까지만 운영을 한다. 주차장도 우리나라처럼 되어 있는 게 아니라 Holiday Park입구 벌판 같은 곳에 세워둔다. 여기다 세우는 것이 맞나 싶었지만 독일 사람들은 다들 여기다 세우고 들어갔다.

Holiday Park 입구

  


이때까지는 몰랐다. 이렇게 높을 줄은..

 우리는 우선 들어가서 보이는 대로 타보자 했다. 웬만한 놀이기구는 둘째 키의 경우 보호자가 있으면 같이 타도 된다고 나와있었다. 우리가 처음 본 것은 Free Fall Tower였다. 사실 공원에 들어가고 처음 본 거여서 들어갔지 높이와 속도를 알았다면 난 안 타려고 했을 것이다.

  큰 애는 키가 되는데 둘째의 경우 보호자가 있으면 같이 타도 된다고 해서 들어갔다. 둘째가 절대 안 탄다는 것이다. 무서울 거 같다고 했다. 둘째는 엄마도 같이 있자고 해서 결국 남편과 큰 애만 탔다. 내심 고마웠다. 그렇게 남편과 큰 애는 위로 출발을 했다. 그런데 기다려도 내려오지를 않는 것이다. 지금 글을 쓰며 놀이기구 명을 이름을 알았지 이걸 탈 때만 해도 몰랐다. 둘째는 아빠와 언니가 왜 이렇게 안 내려와. 하며 걱정을 했다. 그렇게 한 참을 올라가더니 엄청난 속도로 내려왔다. 큰 애는 놀이기구에서 내리더니 큰 애는 할 말이 많은 표정이었다. 나오더니 계속 올라가더라면서 위에 올라가니 바깥세상이 보이더니 농장이며 말이 돌아다니는 걸 봤다며 아마 엄마와 둘째가 이거 탔으면 기절했을 거라고 했다.



Free Fall Tower.  보기만 해도 너무 높다.

  정말 나와서 보니 정말 엄청난 높이였다. 나와 둘째가 이걸 탔다면 정말 기절했을 것이다. 큰 애와 남편은 놀이기구에서 완전 단짝이 되었다. 안 그래도 큰 애는 아빠와 워낙에 사이가 좋은데 더 좋아졌다. 나와 둘째는 낮은 높이의 공포감 없는 놀이기구만 골라 탔다. 아직은 2:2로 짝이 잘 맞는다

  우리가 추운 날씨에 가서 그런지 대기시간 없이 그냥 탈 수 있어 너무 좋았다.

  Free Fall Tower 옆에  bigFM Expedition GeForce가 있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만 해도 11시쯤이라 춥고 비가 내리고 있어 날씨가 좋아지면 운영하겠다고 적혀있었다. 남편은 나중에 와서 타야겠다고 이야기를 하자 큰 애도 자기도 타보고 싶다고 했다. 둘째는 자기는 키도 안되지만 절대 안 탄다고 해서 나는 둘째에게 둘째가 안 타니 엄마가 같이 있어줄게.라고 이야기를 했다. 어찌나 고맙던지.. 이건 키가 140 이상이 되어야 탈 수 있는 놀이기구였다.

  다른 놀이기구들을 타고 있다 보니 bigFM Expedition GeForce가 운영되고 있었다. 사람들의 비명소리와 환호가 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남편에게 놀이기구 타다가 떨어질 수 있으니 나에게 지갑과 핸드폰을 맡기라고 했다. 남편은 나에게 핸드폰과 지갑을 맡기고 큰 애와 놀이기구를 타러 들어갔다.

  나와 둘째는 bigFM Expedition GeForce의 사진 명소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나 말고도 가족들이 타는 걸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동양인이 없어서 그런지 자꾸 사람들이 나와 둘째만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대기시간도 없으니 금방 나오겠지 하며 둘째에게 언니랑 아빠가 나오면 회전목마를 타러 가자고 이야기를 하고 앞의 놀이터에서 놀고 있으라고 했다.

  핸드폰을 나에게 맡기고 갔으니 연락을 할 길도 없고 7번이나 bigFM Expedition GeForce가 운영되었는데 내가 찍은 사진에는 남편상 큰 애가 없었다. 날도 추운데 내가 찍은 사진에 남편과 큰애가 있을까 연신 핸드폰 버튼을 누르니 손가락이 아팠다. 아무리 찍어도 남편과 큰애는 없었다. 우리는 순간 무서워졌다. 연락도 안 되고 나오지는 않고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남편을 찾으러 갈려고 하던 찰나 8번째 운영되는 bigFM Expedition GeForce에서 남편이 있었다. 내가 찍은 사진의 첫 번째 자리에 남편과 큰애가 앉아있었다. 엄청난 속도와 거의 직각에 가깝게 내려오고 보는 내가 심장이 터질 거 같았다.

  둘째와 나는 출구에서 기다렸다. 내가 진짜 대단하다며 어떻게 이 무서운 걸 그것도 첫 번째에서 타냐고 출구에서 나오는 남편과 큰애에게 묻자 남편은 맨 앞에 타는 줄에 잘못 서있어서 그랬단다. 그러니 내가 기다려도 나오지를 않았던 것이다. 남편은 줄이 2개가 있었는데 짧은 줄에 섰더니 알고 보니 맨 앞에서 타는 줄이었다고 했다. 열차가 한 번 갈 때마다 계단 한 칸 올라가니 오래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며 한 참을 기다렸으니 옆으로 갈 수도 없고 해서 계속 기다리다 탔다며 핸드폰도 나한테 맡겨서 연락을 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심지어 핸드폰 놓는 자리가 있었다며 갖고 갔어도 되었겠다고 했다.

  남편은 bigFM Expedition GeForce가 이 정도인 줄 몰랐단다. 거의 직각으로 내려오고 속도도 빠르고 너무 길었다고 했다. 큰 애는 다행히 기절을 하지 않았는데 울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눈물이 위로 흐르고 있었단다. 큰애는 처음에 오래 기다려서 기다리는 동안 한 칸만 올라가도 행복했다며 맨 앞에 탈 때는 진짜 무서웠다고 했다. 아니 무서움의 단계를 넘어 소리도 안 나오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나는 큰 애에게 정말 대단하다고 했다. 정말 존경스럽다고 했다. 엄마는 40년 살며 한 번도 타보지 못한 걸 그것도 앞자리에 탔다니 대단하다고 이야기를 해줬다.

bigFM Expedition GeForce  사람들은 심지어 손을 들고 탄다. 존경스럽다.

  나중에 찾아보니 bigFM Expedition GeForce의  최고 속도는 120km/h이고 유럽 최고의 롤러코스터로 미국 무역 잡지 "Amusement Today"의 GOLDEN TICKET AWARD를 여러 번 수상을 했단다. 자세히 알면 못 탔을 것이다. 큰 애는 남편과 bigFM Expedition GeForce을 한 번 더 탔다.

  남편이 큰 애에게 bigFM Expedition GeForce나 Free Fall Tower 둘 중에 하나 더 타면 선물을 사주겠다고 이야기를 하니 큰 애는 그럼 bigFM Expedition GeForce를 타보겠다고 했다. 이게 더 안 무서운 거 같다고 했다. 두 번째 탈 때는 3번째에 탔다며 큰 애가 손을 들고 웃으며 탔다며 남편이 신기하듯 이야기했다. 큰 애는 너무 재밌다고 했다. 처음은 무서웠는데 두 번째 탈 때는 하나도 안 무섭고 너무 재밌었다고 했다. 큰 애가 이런 부분은 나를 안 닮아 정말 다행이었다.

  둘째와 나는 Wickie Splash라고 물에서 배 타는 건데 생각보다 높은 데서 내려오는 걸 타도 높다며 무섭다고 했는데 남편과 큰 애는 이건 하나도 안 무섭다며 시시하다고 했다. bigFM Expedition GeForce를 2번이나 탄 사람들이니 말이다.



우리 집에 인형이 하나 더 늘었다.  뭔가 의미가 많은 인형이다.

  큰 애는 선물샵에 가서 소원대로 큰 인형을 하나 골랐다. 큰 인형을 사고 싶다고 했다. 아직도 이런 캐릭터 인형을 좋아한다. 나는 집에 인형이 많으니 다른 걸 사자고 권했지만 큰 애의 소원이니 들어주기로 했다. 집에 와서 큰 애는 오늘 선물로 받은 인형을 자기 방 소파에 세워두었다.



  집으로 오는 내내 우리의 주제는  bigFM Expedition GeForce였다. 나는 큰 애에게 엄마가 대견스럽다고 이야기해줬다. 남편은 워낙 놀이기구를 잘 탔지만 큰 애가 이런 걸 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많았다. 어느새 커서 큰 애가 커서 이런 놀이기구가 재밌다고 타니 신기하고 대단했다.

  아직은 둘째가 어려서 놀이동산을 가도 남편과 큰애, 둘째와 나 이렇게 짝이 맞아 놀이기구를 타는데 언젠간 둘째도 커서 남편과 큰애, 둘째가 놀이기구를 타러 다녔으면 좋겠다. 짝이 안 맞아도 좋으니 말이다. 웃긴 게 나는 못 타면서 둘째도 용기 있게 큰 애처럼 잘 타기를 바란다.

  내가 용기를 보여줘야 하는데 사실 나는 그런 용기가 없다. 나이가 드니 더 없어지는 거 같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이젠 엄마인 내가 옆에서 도와주지 않아도 혼자 체험하고 경험을 통해 얻어내는 것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젠 내가 하지 못하는 것도 큰 애는 해내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앞으론 지금보다 더 많아질 것이다.

  아이들이 해내는 모습들이 대견할 뿐이다. 이번 놀이동산에서 둘째도 회전목마만 탄 게 아니라 물에서 운전하는 놀이기구도 타보고 지난번보다 더 높은 높이의 배도 타보며 자기 나름의 자신감을 얻었다.

  그렇게 아이들은 하나씩 경험해보며 성장해가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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