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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 May 02. 2022

독일의 모든 길은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다.

kobelt-Zoo  

kobelt-Zo

   어제 내내 내린 비로 독일의 아침 날씨가 꽤 쌀쌀했지만 10시가 넘어가면서 햇빛이 따사롭게 비치기 시작했다. 남편이 자전거를 타고 동물원을 가보자고 했다. 우리 집에서 동물원까지 자전거로 30분이 걸리는 곳이 있다고 했다. 독일은 한국보다 주차비가 굉장히 비싸고 워낙에 자전거 도로가 잘 되어 있어서 자전거로 갈 수 있는 지도를 설정해서 가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우리가 자전거를 타고 가다 보면 자전거를 타는 독일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역시 자전거의 나라이다.


  우리는 얼른 옷을 입고 출발했다. 날 좋은 날은 무조건 나가서 햇빛을 쐬야 한다. 흐린 날이나 비가 오는 날이 많기 때문에 날이 좋으면 자전거든 걸어서든 밖을 나가야 하는 게 우리 가족의 규칙 아닌 규칙이 되었다. 그럼 나는 항상 개인별 마실 물과 물티슈, 선크림 등을 단단히 준비한다.

  자전거를 타기 시작할 때는 쌀쌀하다가도 한참 달리다 보면 금세 더워진다. 특히 독일의 햇빛은 굉장히 강력하여 금세 얼굴이 탈 수 있어 선크림은 필수이다.

  열심히 지도의 안내의 따라 자전거를 타고 가다 보니 오리 떼도 볼 수 있고 봄을 맞아 오리 떼가 새끼들을 많이 나서 아기 오리들이 돌아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오늘 만난 오리 가족은 꼭 우리 부부의 모습 같았다. 맨 앞에 남편이 수신호를 하고 자전거 지도의 안내를 따라 출발하면 그 뒤에 큰 애, 그다음 둘째, 내가 제일 마지막이다. 뒤에서 둘째까지 잘 가는 모습을 보고 따라가면 내 마음이 제일 편하다.

독일은 공원에 오리들이 돌아다닌다. 처음엔 나에게 다가와서 당황했는데 이젠 괜찮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 새끼를 나서 보호하고 있는 오리 부부를 만났다. 꼭 자전거를 타고 갈 때 우리 부부의 모습이다.



우리 집에서 30분 자전거를 타고 가다 보니 반가운 표지판이 보였다.

  독일이 자전거의 나라이긴 하지만 자전거 도로와 차도가 같이 있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 최대한 집중해서 앞을 따라가야 한다. 아이들도 이야기를 하지 않고 거의 자전거 경기 수준으로 달린다. 안내로는 30분 걸린다고 나왔지만 동물원까지 갈 때는 40분이 넘게 걸렸다. 자전거로 열심히 페달을 밟다 오르막길이 계속 이어지면 다리가 아파지기 시작하고 차를 타고 와도 좋은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게 앞을 향해 열심히 가다 보니 동물원 안내판이 나왔다. 너무 반가웠다.

   





맨 왼쪽 사진은 라이브 무대였는데 빨간 잠바를 입은 독일 할머니, 할아버지가 노래를 부르셨는데 너무 멋졌다.

  우리는 자전거를 세워두는 곳에 세우고 동물원 안으로 들어갔다. 입장료는 무료였다. 사람들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 동물을 조금 보다 보면 소시지, 스테이크, 맥주, 케이크, 쿠키 등을 파는 간이음식점들이 있었다. 노랫소리도 들렸다. 실시간 라이브로 독일 할아버지와 독일 할머니가 빨간 잠바를 입고 노래를 부르시고 사람들은 음식을 먹으며 구경을 했다. 독일 할아버지가 노래를 너무 잘 부르셨다. 동물원이지만 동물원 같지 않는 분위기였다. 신기했다.

  나는 40분 자전거를 탔다고 3.5유로를 주고 사 먹은 소시지빵이 너무 맛있었다. 사실 가격이 비싸서 더 맛있게 먹으려고 했던 것도 있다. 내가 나갈 때 항상 물을 가지고 다니는 이유는 독일은 싼 게 없다. 주차비에서부터 심지어 먹는 물도 비싸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나갈 때 준비물을 챙겨 다녀야 한다. 그래도 나와서 이렇게 내가 음식을 주문하고 가격을 알아듣고 돈을 내고 올 때 기분은 좋다. 이젠 점원이 숫자로 얼마라고 하는 건 좀 알아듣는다. 나는 아이들에게 엄마가 알아들었다고 세상 뿌듯한 표정으로 자랑을 한다. 독일에 오니 사람이 참 소박해지는 게 있는 거 같다.



  우리는 음식을 먹고 본격적으로 kobelt-Zoo를 구경했다. kobelt-Zoo는 크지는 않았지만 규모에 비해 사람들이 많았다. 알고 보니 오늘 개장날이었다. kobelt-Zoo는 5월 1일 개장해서 9월 30일까지 운영하고 다른 날은 닫는다고 나와 있었다. 규모에 비해 동물들은 꽤 있었다. 독일의 동물원은 한국의 동물원과 다르게 약간 야생에서 키운다는 느낌이 좀 더 강한 거 같다.

  둘째랑 지난번 독일어 단어시험에서 동물 편을 같이 외웠는데 아는 단어를 같이 같이 찾아다니며 구경을 했다. 독일 사람들이 하는 말 중 우리가 아는  동물 단어가 나오면 상당히 재밌었다.

  우리 가족은 동물도 구경하고 독일 사람들의 노래도 듣고 같이 박수도 치고 맛있는 음식도 먹었다. 그리고 다시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올 때는 갈 때의 거리를 대충 알아서 편한 마음으로 갔다.  

  동물원 구경 시간보다 자전거를 타고 오다가다 하는 시간이 더 길었지만 그래도 자전거 타고 동물원을 구경하고 오니 운동이 된 거 같아 좋았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다 보면 독일 지리에 확실히 밝아지는 게 있다. 자전거를 타고 나갈 때는 언제 도착하나 싶다가도 도착하고 나면 자전거를 타고 오길 잘했다 싶다. 그리고 다시 집까지 타고 오면 자전거도로를 타고 온다고 긴장을 했는지 손이 아프다.

  이젠 동물원도 자전거를 타고 갔다 오니 점점 독일이 좀 편해지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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