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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 May 21. 2022

친절한 독일 부부의 도움을 받았다.

 

   지난 주말 가족이 다 같이 나가 자전거를 타고 돌아오고 있었다. 이젠 자전거 도로에서도 자전거를 잘 타고 다닌다. 자전거로 왕복 2시간 이상을 타고 우리 동네 역에 거의 다 왔을 때이다. 남편과 둘째, 첫째, 나 순서로 자전거를 타고 오는데 갑자기 내 자전거가 앞으로 나가지 않았다. 아무리 페달을 돌려도 안 되는 것이었다. 여기서 자전거를 끌고 집으로 걸어가면 20분은 걸리는데 난감했다. 더구나 나는 자전거 도로를 따라 자전거를 타고 오고 있었기 때문에 뒤에서도 오는 사람들이 있기 있어 얼른 자전거를 세워 옆으로 갔다. 남편과 아이들은 나의 상황을 모르고 달렸다. 자전거를 타고 갈 땐 앞으로 보고 달리니 당연한 것이었다.  

   나는 아는 길이고 핸드폰까지 있으니 낙오돼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나는 자전거를 세우고 뭐가 문제인지 파악한 후 심각하면 남편에게 전화를 하려고 했다.



  길가에 자전거를 세우고 자전거를 보고 있는데 내 옆으로 젊은 독일 부부가 유모차를 끌고 오고 있었다. 내가 자전거가 안 나가는 걸 확인하는 걸 보더니 독일 남자가 나보고 더 안 쪽으로 오라고 손짓을 했다. 그러더니 자기가 밀던 유모차를 부인에게 잡으라고 줬다. 독일 남자가 나에게 뭐라고 말하는데 다 못 알아들었는데 나에게 체인이 빠진 거 같다고 이야기하는 거 같았다. 나는 아는 단어만 들린다. 그러더니 자전거 안장을 들고 바퀴를 돌리다가 나보고 Halt hoch. (높이 들어라.)라고 이야기를 했다. 근데 나는 당황해서 안장을 높여준다는 걸로 이해하고 Nein.(아니오.)라고 대답을 했더니 다시 Halt hoch. (높이 들어라.)이라고 이야기를 하자 그제야 이해하고 나는 안장을 들었다. 독일 남자는 바퀴를 돌리고 손잡이에 있는 기어를 맞춰주었다. 너무 고마웠다. 독일 부부의 아이가 엄마에게 아빠가 뭐하냐는 거냐고 묻는 거 같았다. 부인은 아이에게 아빠가 부인의 자전거를 도와주고 있다고 이야기를 했다. 독일 남자가 몇 번 바퀴를 하니 금방 체인이 맞춰졌다.            

  나는 독일 부부에게 향해 아는 단어를 사용해서 Sie sind sehr nett. Vielen Dank. (당신들은 정말 친절합니다. 너무 고맙습니다.) 하고 양손으로 엄지 척을 하고 인사를 하고 다시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중간에서 첫째와 남편이랑 둘째가 기다리고 있었다. 왜 안 오나 걱정했단다. 나에게 전화를 했는데 가방 속에 있어 전화도 받지 못했다. 나는 남편에게 전화도 하기 전에 독일 부부가 내 자전거 체인을 맞춰줬다며 독일은 역시 자전거의 나라인 거 같다고 이야기를 했다. 아이들에게는 엄마가 독일어를 당황하니 엉뚱하게 알아듣고 Nein.(아니오.)이라고 대답을 했다며서 아이들에게 역시 언어는 많이 들어야 한다고 듣기가 중요하다고 이야기를 해줬다.   

  자전거를 타고 오며 나는 Halten도 알고 hoch도 아는데 왜 한 번에 못 알아듣고 Nein.(아니오.)라고 했을까를 계속 생각했다. 좀 창피했다. 5월 말부터 독일어 학원을 다닐 생각에 그동안 독일어 공부 안 하고 놀아서 그런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냥 지나갈 수도 있었을 텐데 나의 어려움을 보고 도와준 친절한 독일 부부 덕분에 나는 자전거를 타고 다시 집으로 올 수 있었다. 언어는 달라도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고자 하는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은 똑같은 것 같다. 지금도 그 자리를 자전거를 타고 가면 내 자전거 체인이 빠진 날과 함께 도와준 독일 부부의 고마움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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