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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 Jul 07. 2022

독일에서 냉커피 한 잔에 오고 가는 진심

   

여름엔 역시 시원한  냉커피다.

  내가 사는 독일 빌라는 여러 세대가 사는 세대라 일주일에 한 번씩 복도와 계단을 청소해주는 여자분이 있다.

  나는 일주일에 한 번씩 오는 여자분과 오고 가며 독일어로 인사를 하다 어느 순간부터 날이 추울 때면 따뜻한 커피를 한 잔씩 주게 되었고 무더운 여름이 된 지금은 냉커피를 한 잔씩 드리고 있다. 그냥 인사만 하기에는 매주 보는데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무더운 여름에 경비아저씨에게 시원한 음료수를 대접하거나 이사할 때나 에어컨 설치를 해주러 오는 기사님들이 더운 여름날 일을 하시면 시원한 커피나 차를 한 잔 대접했던 것처럼 독일에서도 만나는 분들에게 커피 한 잔은 나만의 친근함의 표시였던 거 같다.

   커피머신으로 내린 커피지만 그래도 한 잔씩 건네면 나도 기분이 좋아지고 청소하시는 여자 분도 오늘 날씨가 너무 더웠다며 고맙다며 이야기를 해준다. 나의 독일어 수준이 높지가 않아 아주 간단한 독일어 대화만 한다.

  그러다 어느 날 여자분이 우리 집 벨을 눌렀다. 두통약이 있냐고 해서 독일 약국에서 산 두통약과 물을 건넸었다. 독일은 기침을 하거나 아픈 사람들에게 Gesundheit (건강하세요)라고 인사를 하기 때문에 나도 Gesundheit라고 인사도 했었다. 그리고 그다음 주에 그 여자분이 만났을 때 나는 배운 독일어로 머리가 아픈 건 괜찮냐? 를 묻자 괜찮다며 고맙다고 이야기를 해줬다.


   가끔 우리 빌라는 청소하러 오시는 여자분 말고도 손상된 부분을 고쳐주러 오시거나 페인트를 칠해주러 오는 분들이 있다. 처음에 나는 빌라를 도와주러 오는 분들이 있으면 나는 가만히 있었다. 나가서 인사를 하기도 그렇고 독일어 학원을 다니기 전이라 가만히 집에 있었다. 그러다 이제는 독일어 학원에서도 외국인 친구들만 만나니 나의 한국어를 알아들어줄 친구들이 없어 아는 독일어를 총동원해서라도  말을 해야 하기 때문에 나의 독일어 창피함은 사라진 지 오래다.

  이런 나의 말도 안 되는 독일어 용기로 이젠 입구에서 페인트를 칠해주는 분이 있으면 나는 나도 이렇게 더운데 밖에서 일을 하시니 얼마나 덥겠나 하는 생각에 냉커피를 한 잔 드린다. 그러면서 나는 한국에서 왔다고 이야기를 하면 그분은 자기 딸이 한국의 BTS를 너무 좋아한다고 이야기를 하고 나는 바로 우리나라 K-pop이 최고라고 이야기를 한다. 문법이 완벽하지 않지만 대충 아는 단어를 총집합해서 아주 간단하게 독일어로 대화하고 있다.


   비록 커피 한 잔으로 오가는 나의 짧은 독일어지만 더운 날 우리 빌라를 위해 고생하시는 분들에 대한 나의 고마움이 전해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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