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주말 아침 우리는 조금 늦은 아침을 먹고 자전거를 타러 나가기로 했다. 자전거를 2시간 이상 타고나서 집에 와서 먹는 밥은 더 맛있다는 것을 요즘 들어 느끼고 있기 때문에 우리 가족은 주말에 자전거로 갈 수 있는 거리는 자전거를 타고 나간다.
오늘의 목적지는 수영장이었다. 아이들이 독일 수영장을 가보고 싶다고 예전부터 이야기를 했었던 터라 나도 좋다고 했다. 독일은 동네마다 수영장이 있고 입장료가 저렴하다.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이용한다.
우리가 갈 수영장을 지도에서 검색해보니 30분이 걸린다고 나와 있었다. 나는 그 정도는 갈 수 있지 하는 생각에 얼른 수영복과 수건, 간단한 간식, 물 등을 준비했다. 짐을 싸고 보니 생각보다 가방이 꽤 무거웠다. 가방을 자전거에 싣고 출발했다.
처음 가보는 이 길은 오르막길과 너무나 가파른 내리막길이 계속 나온다. 올라가다 자전거를 끌고 가기로 했다.
지도에서 30분이라고 나왔지만 우리가 수영장까지 실제 걸린 시간은 50분이었다. 말이 50분이지 생각보다 나는 힘들었다. 그냥 평탄한 길만 나오면 좋으련만 독일의 자전거 길은 나에게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난생처음 자전거를 타고 이렇게 가파른 흙길을 달릴 줄은 생각도 못했다. 도대체 이런 곳을 독일 사람들은 어떻게 자전거를 타고 다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내 생각과 다르게 그 길을 독일 사람들은 잘 타고 다닌다.
힘들었지만 수영장까지 아이들과 안전하게 도착을 하니 기분은 좋았다. 아이들도 이제 이 정도 거리는 힘들어하지 않고 잘 타고 다닌다. 나는 아이들에게 여기서 수영까지 하고 가면 집에 가서 밥을 먹어도 살이 안 찔 거 같다고 이야기했다.
우리는 수영장에서 열심히 물놀이를 했다. 자전거까지 타고 수영까지 하니 배가 고파져서 감자튀김을 하나 사 먹었다. 독일에 와서 아이들이 감자튀김의 맛을 알아버렸다. 나도 배가 고팠는지 집에서 싸온 빵과 감자튀김을 열심히 먹었다. 역시 운동 후에 먹는 것이 간식이 제일 진짜 맛있다.
우리는 3시간 동안 물놀이와 휴식을 취하고 다시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출발했다. 이번에는 나도 지도를 틀어놓고 타기로 했다. 혹시 못 따라가면 길이 안내하는 대로 따라가면 되고 목적지까지 도착할 시간들을 미리 알면 더 좋을 거 같았다.
한참을 자전거를 타고 가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수영을 하고 나와 가방이 더 무거워졌는데 비까지 내리니 당황스러웠다. 다행히 헬멧도 쓰고 선글라스까지 쓰고 있어 괜찮겠지 하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 동네 역에 도착했을 때 일어났다. 이제 지도 없이 가도 아는 길이 나왔으니 안심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가도 되는데 계속 내리는 비로 길이 미끄러웠다. 내 앞에는 사람들이 많이 걸어 다니고 있어 나는 다른 길로 가려다 빗길에 미끄러졌다. 내 옆의 독일 아주머니가 놀라며 내 자전거 손잡이를 잡아주었다. 그리고는 Alles in Ordnung?(괜찮니?)라고 해서 나는 Kein Problem, danke.(문제없어요. 고마워요) 하고 아무렇지 않게 얼른 자전거를 탔다. 그 후 정말 열심히 페달을 밟았다. 자전거를 타고 이렇게 넘어진 적은 없었는데.. 아픈 건 둘째치고 창피했다. 그래도 같이 내 뒤를 따라온 둘째가 안 다쳐 다행이었다.
나는 이 와중에 괜찮니?라는 독일 아주머니의 말을 듣고 대답까지 하고 왔다니 스스로 참 잘했다 싶었다.
지도를 따라 자전거를 타고 오니 이렇게 알림이 떴다.
핸드폰에서 집에 잘 도착했다는 알림이 뜨고 자전거에서 내렸는데 그때서야 종아리에서 피가 나는 걸 알았다. 남편과 아이들이 놀라며 우리 딸들은 엄마 종아리에 피.. 이러는 게 아닌가. 뒤를 돌아봤더니 넘어지면서 종아리가 자전거 어디에 부딪혔나 보다. 넘어지면서 아프긴 했지만 창피해서 괜찮다고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얼른 페달을 밟았던 터라 종아리가 다친 건 생각도 못했다. 아픈 것보다 창피함이 먼저였나 보다. 한동안 긴바지를 입고 다녀야 할 거 같다.
넘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자전거로 왕복 50분씩 2번을 타고 수영까지 하고 왔으니 기분은 상쾌했다. 자전거의 오르막이 나오면 남편의 '할 수 있다.'라는 격려의 소리와 '기어를 변경해'가 들린다. 가는 도중은 힘들 때가 있긴 한데 그렇게 도착을 하면 아이들은 "어느 구간이 힘들었다."라고 이야기를 하고 나는 "이 구간이 힘들었다." 라며 서로 이야기를 한다. 도착하면 서로가 대견스럽다. 자전거로 더욱 끈끈해지는 거 같다.
넘어진 종아리를 큰 애가 연고를 발라주고 밴드를 붙여주었다. 한동안 피가 많이 났는데 큰 애가 어떻게 참고 왔냐고 해서 내가 넘어질 때는 창피해서 그런지 아픈 지 몰랐다고 이야기를 했다. 집에 오니 아프네.라고 이야기를 해줬다.
어릴 때 넘어지면 아픈 게 아파서 울었던 거 같은데 나이가 들어 넘어지니 아픈 것보다 창피함이 먼저인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