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둘째가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는데 굉장히 기분이 좋아 보였다. 같은 반 친구는 아닌데 같이 친하게 노는 외국인 친구의 생일파티에 초대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나에게 자기가 갈 수 있냐고 하자 시간이 되면 당연히 가야지 하고 이야기를 해줬다.
그리고 며칠 뒤에 그 친구의 초대장을 받아왔다. 그러더니 그 외국인 친구에게 선물로 무엇을 주면 좋아할지 한참 고민하더니 핸드폰을 검색하고 같이 선물을 고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나보고 친구 엄마한테 문자를 보낼 때 꼭 영어로 쓰라면서 독일어로 쓰지 말라는 당부까지 해줬다. 나는 걱정 말라고 이야기를 하고 초대장을 받은 뒷날 아침 9시에 맞춰 초대해준 친구 엄마에게 답문을 보냈다. 번역기를 틀고 최대한 예의 바르게 영어로 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고맙다는 답문이 왔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그 친구 생일잔치가 있는 주가 되었다. 남편이 출장을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남편이 없으면 나는 큰 애와 같이 둘째를 데리고 지하철로 둘째를 생일파티에 보내거나 자전거를 타고 가서 자전거를 세워두고 큰 애랑 놀다가 둘째를 데리고 올 생각까지 했다. 그러나 둘째의 생각은 달랐다. 자전거를 타고 가면 땀이 날 수도 있고 지하철로 가면 50분이 걸리니 반드시 아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주 동안 둘째가 아빠의 출장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갖고 걱정을 했는지 모른다. 다행히 남편은 그 주에 출장이 없었다. 남편의 출장이 없다는 소식에 둘째는 정말 행복해했다.
생일파티가 있던 토요일 둘째는 점심도 안 먹고 계속 시간을 보며 생일파티에 빨리 가고 싶다며 이야기를 했다. 전날 둘째랑 제일 친한 외국인 친구와 선물은 무엇을 샀는지도 이야기하고 몇 시에 올 건지 등등 이야기를 했단다. 이렇게 친구 생일파티에 진심일 줄이야.. 남편과 차를 타고 가는 둘째는 행여 생일파티에 늦을까 남편보고 빨리 가야 한다고 얼마나 재촉했는지 모른다.
생일파티를 마치고 집으로 온 둘째는 굉장히 밝은 표정이었다. 너무 재밌었다며 생일파티에서 만든 몇몇 작품들을 보여주며 나와 큰 애에게 얼마나 자랑을 했는지 모른다. 남편은 이미 둘째를 데리고 오면서 한참을 들었나 보다. 둘째는 그러더니 생일 파티할 때 진행하는 선생님이 있었는데 자기에게 질문을 했는데 좋아하는 영화를 해리포터 3편을 이야기해야 하는데 다른 걸 이야기했다며 아쉽다며 한참을 이야기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