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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 Jul 20. 2022

한국급식이 그리운 날

은색 식판이 주는 묘미

     내가 깍두기를 담그던 날 큰 애는 깍두기를 먹더니 깍두기에는 짜장밥이라며 한국 초등학교에서 급식을 먹을 때 항상 짜장 소스와 밥, 그리고 깍두기가 급식에 나왔었다고 이야기를 했었다. 정말 맛있었다며 이야기를 하더니 옆에 있던 둘째가 맞다며 우리도 가끔 한국 학교 급식처럼 밥을 먹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나는 처음 독일에 오고 그릇이 없어 급식판을 4개를 샀었다. 그 후 한국에서 짐이 오고 급식판을 사용할 일이 없었다. 나는 그 때 아이들에게 급식판이 있으니 나중에 짜장밥을 하면 급식판에 주겠다고 이야기를 했었다.


  오늘 아침 큰 애가 오늘 저녁은 짜장밥이 먹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다. 나는 학원을 마치고 오는 길에 독일마트에서 장을 봐서 감자, 양파, 호박, 고기 등을 듬뿍 넣은 짜장 소스를 만들었다.

  다 만들고 나서 나는 지난 번 아이들에게 한 약속도 있고 오늘 아이들의 저녁은 학교 급식처럼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얼른 식판을 찾아 씻었다. 급식실에서 주는 것처럼 계란 프라이, 짜장 소스, 깍두기 그릇, 멸치 그릇, 수박, 김말이를 조금씩 담아놨다. 배식을 하는 것처럼 준비를 한 것이다. 전교생이 2명인 학교이다

  아이들이 학교를 마치고 집에 왔을 때 나는 얼른 손을 닦고 오라고 했다. 급식이 준비되어 있다고 이야기를 했다. 아이들도 오랜만에 경험하는 한국급식이라 기분이 좋았나 보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도 급식이 나오긴 하지만 한국처럼의 급식이 아니다. 은색 식판에 다양한 반찬과 밥, 국이 들어가 있지 않다. 독일이니 당연한 거다.

  우리나라 급식의 경우 영양사 선생님과 음식을 해주시는 조리사들의 정성이 들어가 다채로운 색깔과 맛있는 음식이 준비되어 나온다. 항상 과일도 들어가고 2~3가지의 반찬이 들어가야 한다.   


  어느 그릇에 담든지 음식의 맛은 변하지 않지만 오늘 하루 급식판에 먹어보니 오랫만에 느껴보는 그런 묘미가 있었다.  아이들과 급식판에서 저녁식사를 하니 아이들도 나도 잠시나마 한국에 있는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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