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아이들의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나는 아이들과 하루하루를 열심히 보내고 있다. 방학이 2 달이다 보니 한 달은 나도 독일어 학원을 가야 해서 학교 여름캠프를 보냈고 남은 한 달은 나와 함께 재밌게 지내야 한다. 아이들의 학교가 개학하면 또 언제 나랑 이렇게 맨날 모든 걸 함께 하겠냐 싶어 최선을 다하다가도 폭염의 독일 날씨에 가끔은 아이들도 힘들고 나도 힘들 때가 있다. 아직까지는 사이좋게 지내고 있다.
방학 기간 동안 나는 아이들에게 영어로 일기를 써보자고 제안했다. 한국에 있을 때는 한국어로 일기를 자주 쓰게 했다. 특히 아이들 방학 때는 거의 매일 일기를 썼다. 그러다 독일에 와서는 일기를 안 쓴 지 오래다. 그러다 방학 동안 일기를 쓰면 기록도 되고 좋을 거 같았다. 아이들은 처음에 어떤 내용을 쓸지 고민을 하다가 이젠 오후가 되면 둘이 오늘은 어떤 내용으로 일기를 쓰자고 이야기를 한다. 둘째가 어렵다고 하면서 큰 애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큰 애는 둘째를 도와주며 열심히 쓰고 있다. 이제 4일째지만 말이다.
그러다 아이들이 영어일기를 쓸 때 아이들에게 엄마도 독일어로 일기를 써볼까?라고 이야기를 했다. 나는 독일어 초보 단계라 연습이 많이 필요한 단계이다. 나도 독일어 학원이 3주간 방학이다 보니 뭔가 꾸준히 해야 할 과제가 필요했다. 나의 독일어 선생님이 나와 다른 학생들에게 방학 기간 동안 계속 독일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만나자고 이야기를 하셨다. 선생님이 숙제를 내주신 건 아니지만 3주 뒤에 만났을 때 그동안 배운 건 까먹지 않고 가야 할 것만 같다.
우선 나는 책장에서 일기장을 찾았다. 독일은 우리나라 공책처럼 줄로 된 공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 독일은 모눈종이 같은 공책만 팔다 보니 우리나라 일기장처럼 줄로 된 공책은 소중하다. 큰 애 1학년 때 입학 때 일기장을 많이 사놨는데 아직도 남아있어 내가 독일어 일기장으로 쓰기로 했다.
그렇게 아이들은 영어 일기, 나는 독일어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독일어가 모국어가 아니다 보니 생각보다 어려웠지만 그동안 배운 문법과 부사를 최대한 넣어서 써보았다. 내용은 굉장히 간단하다. 아이들과 마트를 갔다. 걸어서 갔다. 날씨가 더웠지만 마트를 가야 했다. 아이들과 대화를 하며 갔다. 아이들을 위해 요리를 해줬다. 등등 독일어로 일기를 쓰며 나는 아이들에게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일기를 쓰니 생각보다 어렵다고 이야기를 해줬다. 일기를 쓰며 아이들을 공감해줄 수 있었다. 아이들도 나의 말을 기다렸는지 "그렇지. 생각보다 어려워 엄마."라고 이야기를 했다. 아이들을 공감해줄 수 있는 부분이 하나 더 생겼다.
나는 아이들에게 엄마도 쓰니까 너희는 나보다 똑똑하니 더 잘 쓸 수 있을 거라고 이야기를 해줬다. 그렇게 딸들과 나는 서로의 하루를 공유하고 각자 다른 언어로 일기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