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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 Aug 09. 2022

초급반 배드민턴 경기에 관중이 한 명 생겼다.

꼬마 관중을 위한 쇼맨쉽

  나는 요즘 우리 집 마당에서 딸들과 배드민턴을 치고 있다. 아이들이 나랑 배드민턴을 치는 걸 좋아한다. 남편은 워낙 운동을 잘하기 때문에 배드민턴 실력이 좋고 나도 뭐 나쁘지는 않지만 남편보다는 잘 못 친다. 그래도 아이들보다는 잘 친다.  

  아이들에게 줄넘기를 시켰더니 딸들이 줄넘기를 다 하고 엄마도 운동을 해야 한다며 같이 하자고 해서 줄넘기를 하고 나면 큰 애랑은 배드민턴 라켓으로 치고 둘째와는 작은 배드민턴 채로 친다. 운동이 되긴 한다.

  딸들과 나는 배드민턴장에서 치는 것이 아니니 아이들과 배드민턴을 치다 보면 셔틀콕이 지붕 위로 3개나 올라가서 내려오지 못하고 있고 나무 가지에 꽂혀 의자를 갖고 와서 빼기도 했다. 치는 것보다 나무에서 배드민턴 셔틀콕 빼는 게 더 힘들다. 특히 나무에 비둘기가 있는데 셔틀콕이 걸리기라도 하면 비둘기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까 여간 신경쓰이는 게 아니다.


  나는 여느 때처럼 저녁을 먹고 아이들과 배드민턴을 열심히 치고 있었다. 배드민턴을 치고 있는데 아이들이 옆 집 빌라에서 꼬마 여자애가 자꾸 우리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뒤돌아보니 정말 창문 너머로 우리를 보고 있었다. 나는 처음에 당황했지만 당황하지 않은 척을 하며 반갑게 배드민턴 채를 흔들며 Hallo.라고 인사를 했다. 아마 그 꼬마 아이도 당황했을 수 있다. 내가 반갑게 인사를 하자 그제야 몰래 보고 있던 외국인 꼬마 아이도 손을 흔들어 인사를 했다. 그 후 나는 배드민턴을 치고 있을 때 그 꼬마 아이가 창문 너머로 우리를 보고 있으면 미리 반갑게 인사를 해준다.

  점심때 눈이 마주치면 Guten Tag, 아침에 눈이 마주치면 guten Morgen,라고 말이다. 그럼 그 꼬마 아이도 같이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해준다. 내가 인사하는 이웃이 한 명 더 생겼다.

  독일은 사람들은 환기를 위해 창문을 항상 열어두고 창문에 방충망이 없기 때문에 밖을 훤히 내다볼 수 있다. 우리집 옆의 빌라는 3층짜리이다 보니 1층인 우리 집 잔디가 다 보인다. 빨래를 널다가도 3층 터키 부인과도 눈이 마주쳐 인사를 하기도 한다. 처음엔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이젠 무조건 조금 익숙해졌다.



   그렇게 아이들과 나의 초급반 배드민턴 경기에 관중이 한 명 생긴 것이다. 꼬마 아이가 배드민턴 칠 때마다 우리 경기를 창문 너머로 보고 있으니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운동복도 갖춰 입고 쳐야할 거 같고 배드민턴 셔틀콕을 강력하게 날려줘야 할 거 같은 느낌이었다.

  한 명의 관중을 위해 나는 발도 신나게 왔다갔다 하며 배드민턴라켓도 요란하게 날리고 있다. 안되는 점핑도 열심히 하며 배드민턴을 치고 있다. 덕분에 꼬마 관중도 웃지만 우리 아이들이 배드민턴을 치며 신나게 웃는다.

  큰 애가 엄마 재밌다고 이야기를 하길래 원래는 더 재밌었는데 나이가 드니 진지해진거야. 라고 이야기를 해줬다.

  우리 초급반 배드민턴 경기에 꼬마 관중 덕분에 나는 아이들과 재미있게 배드민턴을 치고 있다.

왼쪽은 둘째와 치는 라켓이고 오른쪽은 큰 애와 치는 라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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