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로 입국하기 전 나는 지우개를 많이 사온다고 사왔었다. 독일 학용품이 비싸다는 이야기가 들어서 (사실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특히 아이들의 방학이 끝나고 한국 지우개를 사서 친구들에게 나눠주면 외국 친구들이 좋아하는다는 글을 본 적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한국에서 동네 문방구에서 지우개를 이만하면 많이 샀다고 생각하고 사 왔었는데 독일에 온 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사온 지우개가 바닥이 나고 있다. 이제 5개 남았다. 더 사올 걸 하는 후회가 밀려들고 있다.
지우개도 역시 Made in korea
아이들도 학생이고 나도 학생인지라 지우개는 늘 만나는 친구이다. 나도 아이들처럼 독일어 학원에서 연필과 지우개를 가장 많이 사용한다. 공책 필기는 볼펜으로 하지만 문제를 풀고 문장을 쓰는 시간이 많아 선생님의 정답을 듣고 또 고쳐야 하니 지우개는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이다. 또 왜 이리 틀리는 것은 많은지... 그러다 보니 나는 지우개를 자주 쓴다. 물론 다른 외국인 친구들도 많이 쓴다. 우리는 지우개를 안 갖고 오면 빌리기도 한다. 우리는 서로 학용품을 잘 빌려준다. 나도 연필 깎기, 자 등 을 빌려달라고 하면 Natürlich(당연하지), kein Problem(문제없어).라고 빌려준다. 내가 없을 때는 친구들도 빌려준다. Natürlich(당연하지), kein Problem(문제없어).이 말은 독일어 학원에서 자주 쓰인다.
근데 요즘 들어 자꾸 내 짝꿍이 내 지우개를 가져가서 지우는 거였다. 근데 그 친구도 지우개는 필통에 들어있다. 심지어 지우개도 책상 위에 둔다. 내가 지우개를 쓰려고 하면 자꾸 지우개가 그 친구 책상에 가 있었다. 나도 지우개를 써야 하는데 지우려고 하면 그 친구가 자기 자리로 가져가서 지우고 나에게 돌려주면 좋은데 자리 자리에 둔다. 그럼 나는 내가 다시 갖고 와서 지운다.
처음에는 지우개를 헷갈리나 했지만 아니었다. 그 외국인 친구는 쉬는 시간에 나에게 내 지우개가 잘 지워진다고 이야기를 했다. 자기 지우개는 잘 안 지워진다고 했다.
칭찬에 약한 나는 내 지우개 칭찬에 이거 한국에서 만든 거라며 독일에서 Made in korea를 자랑하기 시작했다. 나는 공책에 연필로 쓰고 지우는 걸 다시 한 번 보여주며 한국 지우개를 자랑했다. 한국 지우개는 정말 잘 지워졌다. 한국은 독일에 비해 지우개 가격이 저렴하지만 지우는 성능이 최고다. 한국 지우개로 나의 틀린 답을 지우면 순간 흔적이 없이 지워진다. 이제 이 지우개도 5개 남았다. 더 많이 사올걸 하는 후회가 든다.
5개의 지우개 중 하나를 선물하기로 했다.
나는 오늘 학원을 가는 가방을 챙기면서 5개 남은 한국 지우개 중 외국인 친구에게 1개를 줄 지우개를 하나 챙겼다. 외국인 친구가 한국 지우개의 성능을 알아버렸으니 남은 5개 중에 1개 쯤은 기쁜 마음으로 선물로 줄 수 있다.
독일에서 느끼지만 지우개는 역시 Made in korea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