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 깎기=노동의 시간

그래도 가족이 함께라 행복하다.

by su
토요일 아침 잔디 깎기가 시작되었다. 둘째는 춥다고 거실에서 바라보고 첫째와 남편이 잔디를 깎고 쓸고 있다.

이젠 제법 독일 날씨가 아침에 쌀쌀하다. 주중에 비가 내려 그런지 잔디가 많이 올라와 오늘 주말을 맞아 잘라주기로 했다. 남편의 머리카락만큼이나 독일에서 빨리 자라는 건 잔디이다. 독일에 와서 유일하게 두 번째 하고 있는 일은 잔디 깎기이다. 정원에 사는 삶을 꿈꿔왔는데 벌써 충분하다.

아침부터 남편, 아이들과 함께 잔디를 깎기 시작했다. 둘째는 오늘은 춥다며 자기는 거실에서 보고 있겠다고 하고 남편이 잔디 깎기 기계를 돌렸다. 열심히 기계를 돌리는 모습을 보니 어제 남편에 머리를 이발기기로 돌리는 내 모습이 상상된다. 역시 기계는 정확했다. 지나간 자리만 짧아진다. 두 번 지나가면 파인다. 남편에 뒤통수처럼..... 첫째는 열심히 깎인 잔디와 낙엽을 쓸어 모았다. 지지난주에 해봤다고 이젠 제법 한다.

독일은 잔디나 나뭇가지를 음식물쓰레기로 버린다. 이렇게 모아진 잔디와 나뭇가지들은 음식물쓰레기 봉지에 버리는데 그 봉지는 나중에 퇴비로 만들 수 있는 특별한 봉지이다.

우리는 아침에 땅에 붙어있는 잔디를 열심히 깎았지만 문제는 테두리에 둘러싸인 조경나무들을 다듬어야 한다. 아직 우리는 조경나무를 자르는 기계가 없어 사러 나갔다. 초록색 테두리 풀들을 그대로 두었다간 역시나 남편의 옆머리처럼 뽑아버리고 싶게 옆으로만 자란다.



잔디 가위를 사러 공구 마트에 갔다. 벌써 독일은 크리스마스 준비가 시작되어 우리 아이들은 자기 방에 걸 크리스마스 장식품을 고르고 있다.

우리는 차로 20분 정도를 가서 To*l라는 공구 마트에 갔다. 독일 대형마트는 컸다. 공구 마트에는 정원을 가꾸는 기계들부터 소소한 장식품, 새집도 있었다. 나는 이렇게 많은 장비가 있는지 처음 알았다.

정원이 있는 집에 살아보는 게 소원이었지만 역시 살아보니 자식같이 손이 많이 간다. 또한 얼마나 친구들을 불러되는지 벌레들과 벌들이 매일매일 가든파티를 즐긴다. 환기를 위해 문을 열어두면 마치 지네 집인 양 들어와서 여기저기 음식들을 들쑤셔 당황했지만 이젠 달팽이와 무당벌레, 모기, 벌 등이 집에 들어와도 언젠간 나가겠지 하고 집을 내준다. 참고로 독일 벌레들은 다 크다. 한국에서도 모기와 달팽이, 벌들을 봐왔지만 확실히 크다. 그냥 다 크다. 사람도 크다. 근데 느리고 힘이 없다. 맘만 먹으면 모기나 파리나 다 손으로 잡는다. 한국 애들보단 확실히 느리다. 다음에 독일에 큰 것들에 대해 특집으로 글을 써봐야겠다.

잔디를 깎는 기계는 집주인이 줘서 할 수 있었으나 조경나무를 자르는 기계는 주지 않아 사야 했다. TV에서나 보던 나무 자르는 기계를 사게 될 줄이야 꿈에도 몰랐지만 막상 다양한 기계들을 보니 남편이 욕심을 부린다. 다양한 기능과 가격대, 역시나 과소비를 조장한다. 이럴 땐 짜증을 좀 내야 과소비를 안 한다. 역시 급 짜증 보여줌으로써 남편은 가장 싼 나무 자르는 기계와 장갑을 사서 돌아왔다.

독일은 이미 크리스마스 준비가 시작되어 공구 마트에 크리스마스트리와 예쁜 장식들이 즐비했다. 아이들은 자기 방에 걸 장식들을 하나씩 고르는데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역시 급 짜증을 보여줌으로써 사주지 않았다.

이제 독일 온 지 3주 되었지만 주말에 마트에 나와서 구경하며 사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가족과 함께 하나씩 꼼꼼하게 물건들을 보면서 장을 보는 평화로운 토요일 아침이 좋았다. 다음에는 한국에서 해보지 않았던 크리스마스트리를 한번 만들어볼까 한다.



우리는 집에 도착해 얼른 점심을 먹고 새로 산 기계로 조경수 테두리를 자르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힘들었다. 큰 거 하나 자르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무엇보다 소리가 너무 컸다. 그리고 문제는 나뭇가지와 잔디가 굉장히 많이 나왔다. 음식물쓰레기봉투로 10 봉지가 나왔는데 나뭇가지는 일일이 가위로 잘라서 넣고 생각보다 나뭇잎에 무당벌레며 애벌레가 많아 일일이 확인하며 봉지에 버렸다. 자세히 봐야 벌레들이 보였다. 그러고 보니 잔디 위에 많은 벌레들이 우리랑 살고 있었다.

우리 아이들도 신나서 서로 버리겠다고 해서 각자 봉지를 들고 나뭇잎과 가지 등을 모으기 시작했다. 작은 손이지만 아이들이 도와주니 금방 끝났다.

다는 못 잘랐지만 우선 수많은 조경수 중 3개를 다듬어놔서 내 마음이 후련했다.

다음 주부터는 아이들이 학교를 가기 때문에 주중에 내가 시도해보려고 한다.




오늘 잔디를 깎고 잔디를 쓰레기봉투에 버리고 하는 과정에서 일손이 많이 필요했지만 가족이 같이 하니 힘든 시간도 즐겁게 지나갔다. 잔디를 모으는 시간 동안 아이들은 서로 많이 넣겠다고 열심히 하는 모습이 고마웠다.

우리가 흔히 텔레비전에서 보는 잔디 깎는 모습은 멋있어 보이고 멋진 영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완전 노가다같다. 뒤처리며 일일이 손으로 주워야 하는 노동이지만 그걸 가족이 같이 해내니 행복한 시간이 되는 거 같다고 마음에 위안을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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