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도 추석은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엄마, 우리는 추석에 뭐 할 거야?

by su
엄마, 우리는 추석에 뭐 할 거야?



어제 아이들과 밤에 보름달을 보고 추석에 대한 기억들을 이야기를 하다 큰 애가 갑자기 우리는 추석에 뭘 할 건지를 물어봤다. 나는 독일에 와서 지난 설도 아이들이 학교를 가는 평일이라 떡국만 끓여서 먹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추석엔 특별히 계획을 한 건 없다고 하자 큰 애는 그래도 추석인데 동그랑땡도 먹고 싶고 외할머니표 고깃국도 먹고 싶다고 했다. 큰 애의 말을 듣는 순간 내가 이런 추석에 대해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걱정 말라고 너희들이 학교 끝나고 집에 오면 고깃국에 동그랑땡에 잡채까지 준비해두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내가 학원이 끝나고 집에 오면 이래 저래 1시에 아이들이 4시 50분 정도 오니 빨리하면 3개의 요리는 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추석에는 한국 과자도 먹어줘야지.


학원을 마치고 집에 오는 길에 나는 독일 마트에서 장을 보니 제법 무거웠다. 그리고 근처 한인마트에 들러 아이들이 좋아하는 한국 과자도 샀다. 한국 고유명절이니 이런 날은 한국 과자도 먹어줘야 한다. 이건 아이들을 위한 추석 깜짝 선물이다.





추석에 빠질 수 없는 고깃국

아이들은 고기를 푹 삶은 국에 소금, 후추, 마늘 등을 넣어 양념한 고기에 국을 말아먹는 걸 좋아한다. 2시간 푹 끓이니 맑은 고깃국물이 완성되고 고기도 잘 익어 양념을 하니 맛있었다. 신기한 게 어깨너머로 친정엄마가 하시던 걸 보고 자란지라 엄마의 요리를 하나씩 하고 있다.



잡채는 덤이다.


잡채를 추석에 먹은 기억은 없다. 근데 그냥 했다. 동그랑땡과 고깃국만 하고 밑반찬만 주기에는 그래도 추석인데 가족에게 미안했다. 이번 주가 추석인지 알았는지 독일 마트에서 당면 비슷한 면이 세일을 해서 샀다. 잡채는 남편도 좋아하고 아이들도 좋아하는 우리 집 대표 음식이다. 고기와 당근, 어묵, 양파, 버섯을 듬뿍 넣어 면과 함께 버무리니 맛있는 잡채가 완성되었다.



추석에는 동그랑땡이 빠지면 안 된다.

한국에서 추석이나 설에 항상 동그랑땡을 시댁에서 했었다. 어머님은 동그랑땡을 크게 하셔서 우리 아이들이 먹을 수 있게 냉동을 해서 필요할 때마다 먹게끔 많이 하시곤 했다. 그동안 전을 부친 실력이 오늘 발휘되었다.



추석선물을 받았다.

그동안 내가 알게 모르게 배운 동그랑땡과 고깃국을 이젠 내가 나의 아이들과 남편을 위해 해주고 있다. 학원을 갔다 와 밥도 안 먹고 얼른 음식을 마무리하고 깔끔한 부엌을 만들기 위해 너무 발 빠르게 열심히 만들었더니 배가 고파 요리가 완성되고 깔끔한 식탁에 앉아 나는 동그랑땡 3개를 순식간에 먹었다. 배가 고파서 그런지 내가 만들었지만 너무 맛있었다.

아이가 학교를 마치고 지금 집에 간다며 전화가 왔길래 엄마가 약속대로 동그랑땡도 만들고 잡채도 하고 고깃국도 끓여놨다고 하니 '야호'라는 소리가 들린다.

가족을 위해 음식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것이 그저 고맙다.

아래 사진은 어제 둘째가 추석에는 종이접기를 해야 한다며 열심히 유튜브를 보고 접은 한복인형이다. 나에게 주는 추석 선물이란다.

독일에서 처음 맞이하는 추석이지만 가족이 있어 풍요롭다


모두 행복한 명절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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