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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독일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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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 Sep 22. 2022

나는 6kg세탁기 하나에 빨래하는 게 즐거워졌다.

  독일 세탁기가 서서히 고장이 나기 시작했다. 


  올 여름 갑자기 우리집 세탁기의 탈수기능이 되지 않았다. 한 번에 고장이 난 건 아니다. 어느 때는 탈수가 되고 어느 때는 또 안되고 몇 번을 그러더니 계속 탈수가 안 되고 세탁만 되었다. 독일에 올 때 한국에서 사용하던 세탁기는 버리고 왔다. 나와 같이 산 세월도 오래되고 갖고 온다고 해도 독일집 다용도실에 들어가지도 못하는 크기였다. 그렇다고 독일집에 세탁기가 새것이 아니었다. 독일집 세탁기 또한 오래된 세탁기였다 . 

  탈수만 안되니는 거니 세탁된 빨래를 다시 짜서 나는 우리집 마당에 널었었다. 여름은 해가 워낙에 강해 아침에 빨아서 말리면 저녁에는 거의 다 말랐었다. 그래서 빨래는 짜는 것만 힘들었지 그런대로 괜찮았다. 그러다 가을로 들어오며 연이어 내리는 비로 인해 더이상 빨래를 뜨거운 햇볕에 말릴 수가 없었다. 빨래는 늘 눅눅했고 냄새도 나는 거 같아 여간 신경쓰이는 게 아니었다. 그 때부터 나는 독일 마트를 돌며 세제공부는 정말 열심히 했다. 


결국 세탁기는 자기 수명을 다했다. 


  여느 때 처럼 빨래를 돌리고 시간이 다 되었겠지 하고 다용도 실로 내려갔는데 세탁기 문은 잠긴 상태로 열리지는 않고 세탁기는 멈춰있었다. 결국 세탁기는 자기 수명을 다 했다. 남편과 나는 세탁기를 하나 사기로 했다. 우리집 다용도 실에 들어올 수 있는 폭은 6kg가 딱이었다. 



 나는 6kg세탁기 하나에 빨래하는 게 즐거워졌다. 



  6kg 세탁기 하나에 나는 기분이 날아갈 거 같았다. 나는 세탁기를 사고 이번주 내내 집안의 이불, 침대커버, 쇼파 천, 쿠션이며 아이들 침대에 있는 인형들까지, 정말 열심히 세탁하고 말리고 하는 작업을 했다. 그런데도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기분이 너무 좋았다. 빨래를 하고 오면 집안에 좋은 향기가 나는 거 같았다. 이 좋은 걸 진작에 바꿀껄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분간 나는 세탁기와 사랑에 빠져있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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