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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 Oct 23. 2022

독일 슈미텐(Schmitten)에서 만나는 자연

 자연을 걷는 건 언제나 즐겁다. 

  온전히 걷기 위해 출발한 슈미텐 (Schmitten)

  지난주 주일 우리 가족은 그냥 자연을 걷기 위해 차를 타고 슈미텐으로 향했다. 슈미텐(Schmitten)은 독일 헤센주 다름슈타트 현 호흐 타우누스 군의 행정 구역이다. 내가 사는 프랑크푸르트와 24km 떨어져 있다.

  우리가 간 날은 비가 보슬보슬 내려 안개가 자욱했다. 우리 가족은 방수 잠바를 입고 공영 주차장에 차를 대고 걷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걸으면서 사람들이 없어 무섭다며 야생동물이 나타날 거 같다고 했다. 아이들은 동화 속으로 들어가는 거 같다고 했다.

  이날은 안개는 있었지만 공기도 맑고 조금씩 내리는 비가 나의 머리를 맑게 하는 거 같았다. 무엇보다 아무도 없는 곳을 가족과 함께 걸으니 더 좋았다. 아이들 말대로 비까지 내려 안개까지 자욱하니 동화 속으로 들어가는 거 같았다.


  10월 중순을 지나가고 있는 독일의 자연의 시간은 겨울을 준비하고 있었다. 연일 내린 비로 잎사귀도 많이 떨어졌다. 그러다 보니 내리는 비와 낙엽을 밟는 소리가 고요한 산 속에 울리는 거 같았다.



Limeserlebnispfad Hochtaunus : 독일에서도 로마의 발자취를 찾을 수 있다.

  정상을 향해 한참을 걷다 보면 Limeserlebnispfad Hochtaunus의 안내 표시가 나온다. 옛날 로마시대 이 지역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나온다. 독일이나 유럽을 다녀보면 로마의 흔적이 없었던 곳이 없었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낀다. 



 Falkenhof (야생 새 보호소)


  우리가 한참을 숲 속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니  Falkenhof가 나왔다. Falkenhof 안에는 여러 종류의 맹금류와 올빼미가 있었다. Falkenhof은 자연에서 위험한 상황에 발견된 새들을 데리고 와서 사육장에서 보호했다가 90%를 자연으로 돌려주는 보호소 같은 곳이다. 사육사가 멋진 포즈로 독수리를 옆에 두고 나를 포함한 다른 독일인들에게 설명을 해줬다. 물론 다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계속 서서 들었다.

 Falkenhof은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는데 이 입장료가 다친 새들을 보호하고 치료하는 데 사용된다는 생각이 드니 아깝지 않았다. 

 Falkenhof은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는데 이 입장료가 다친 새들을 보호하고 치료하는 데 사용된다는 생각이 드니 아깝지 않았다. 

  매사냥도 이루어지는데 우리는 시간이 안 맞아 매가 사냥하는 걸 볼 수는 없었다. 단순히 동물원이 아닌 자연에서 다치거나 위험한 상황에 있던 새들을 구조해 보호했다가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보호소를 갔다 오니 더 뜻깊었던 거 같다. 

  평소에 볼 수 없던 올빼미, 독수리 등의 새들을 이렇게 가까이서 볼 수 있다니 신기하기도 하면서 이 날 내가 만난 새들이 여기서 안전하게 보호를 받다 자연으로 건강하게 돌아가길 바라본다.  



정상의 공기는 너무나 맑았다. 

  우리 가족은 정상을 향해 걸어갔다. 슈미텐 정상의 공기는 더 맑고 시원했다. 연을 준비해 와서 날리는 가족도 있었고 자전거를 타고 온 가족도 있었다. 걸어오기도 힘든데 이 길을 자전거를 타고 오다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개가 자욱했지만 그래도 한참 걸어서 올라온 정상의 공기가 맑아 기분이 좋았다. 아이들도 올라올 때 힘들다고 했지만 막상 정상에 오르고 나서 기분이 좋다고 했다. 정상에 도착한 기념으로 사진도 연신 찍었다. 



언제나 독일은 소시지다. 

  슈미텐 정상에서도 역시나 독일은 소시지다. 여기는 감자튀김을 팔지 않아 소시지와 감자 샐러드를 같이 먹었다. 우리는 한 테이블에 독일 가족과 같이 앉았는데 옆 가족이 엄청 큰 개를 같이 데리고 왔는데 우리 옆에 있는지도 모르게 조용하게 앉아있었다. 나는 다 먹고 일어서서 나갈 때 당신의 개는 정말 멋지다고 생각한다.라고 이야기를 하고 나왔다. 부인은 나에게 고맙다고 했다. 아무 말을 안 하고 나올 수도 있었지만 그래도 같이 옆자리에 앉아 먹었던 잠깐의 인연이 있었기에 한 마디라고 하고 나오고 싶었다. 



걷는 건 언제나 좋다. 

  이날 나는 가족과 함께 슈비텐 정상을 향해 걸어가며 오르막이 나올 때 아이들이 힘들다고 하면 손을 잡아주고 다 도착했을 땐 잘했다고 서로 칭찬을 해줬다. 

  나는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고요한 산속을 걸으며 자연이 주는 기운을 듬뿍 받고 왔다. 걷는 시간은 언제나 나의 생각을 전환시키고 나의 기분을 맑게 해 주는 소중한 시간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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