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 드디어 우리 집에 둘째가 독일에 와서 만난 제일 친한 친구가 놀러 왔다. 엄마인 내가 이야기하지 않아도 둘이 알아서 계획을 짜고 만날 약속을 했다.
작년 이맘 때는 둘째의 외국인 친구가 우리 집에 놀러 오고 싶다고 했을 때 나의 언어능력이 부담이 되던 때였다면 지금은 내가 독일 생활 1년이 지나는 시점이다 보니 뭐라도 말하려고 하는 단계라 둘째의 외국인 친구를 만나도 크게 부담이 없다.(사실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이젠 조금 익숙해졌다.)
지난번에 둘째가 그 친구 집에 한 번 초대를 받아 갔었다. 나는 그때 한국 라면과 한국 과자를 사서 보냈었다. 그날 둘째는 단둘이 집에서 놀아 정말 재밌었다며 우리 집에서도 플레이데이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잡은 날이 지난주 토요일이었다.
둘째 친구가 온다니 내가 더 떨렸던 거 같다. 둘째가 자기 친구가 매운 건 못 먹으니 안 맵게 음식을 부탁한다는 주문에 나는 후라이드 치킨에 머핀과 짜파게티를 준비했다.
친구와 즐겁게 노는데 6시간은 짧다.
우리 집에 놀러 온다고 둘째 친구 엄마가 직접 크리스마스 카드에 그림도 그려서 선물을 같이 전달해줬다. 독일은 크리스마스에 진심이다. 친구 엄마와 반갑게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 이날 6시간을 아이들은 놀았다. 나는 독일어로 말을 시도했지만 그 친구는 영어를 쓰니 내가 한국어로 이야기를 하면 둘째가 그 친구에게 전달해줬다. 몇 번 학교에서 둘째 친구를 만나서 그런지 그 친구도 나를 낯설어하지 않았다. 너무 고마웠다. 남편은 혹시 그 친구가 부담스러워할까 봐 등산을 하러 나갔다.
친구 엄마가 직접 만들어준 크리스마스 카드가 너무 마음에 들었는지 둘째가 나보고 친구에게 그림을 하나 그려주면 좋겠다고 해서 갑자기 나는 도화지에 그림까지 그리기 시작했다. 모두가 바라보는 가운데 그림을 그리니 너무 떨렸다. 다행히 둘째 친구는 내 그림이 너무 마음에 든다며 고맙다고 했다.
나는 아이들이 6시간 놀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아이들이 노는 데는 6시간은 너무 짧은 시간이었나 보다. 둘은 놀면서도 시계를 보며 얼마 안 남았다며 아쉬워했다. 둘은 피아노도 치고 영화도 보고 잔디에 나가 큰 애랑 같이 2대 1로 눈싸움도 하고 정말 알차게 놀았다. 중간 중간 사진을 찍어 친구 엄마에게 사진도 전송해줬다.
사실 이날 내가 한 건 별로 없다. 아이들이 뭐가 먹고 싶다면 챙겨주기만 하면 되었다. 내가 하는 말을 통역해줄 딸들이 있으니 이제 집에서 하는 플레이 데이트는 부담이 없어졌다.
둘째와 친구는 다음 플레이 데이트는 언제 하자며 약속을 정하길래 나는 언제든지 놀러 와도 된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냥 그 모습이 너무 귀여운 거 같다. 1년 만에 이루어진 플레이 데이트이다 보니 더 소중하고 짧게 느껴졌던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