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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 Mar 21. 2023

외국인 친구에게 인정받는 누룽지

누룽지  고수가 되었다.


엄마, 간식으로 누룽지를 싸가고 싶어. 

 

  시작은 이러했다. 아이들이 올해 새로운 학교로 옮겼는데 아이들은 내가 도시락을 싸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아이들은 급식이 입에 잘 안 맞아 많이 남긴다고 했다. 아이들의 제안에 나는 어차피 새벽에 일어나는데 해줄 수 있지 싶었다. 나는 흔쾌히 알았다고 하고 한국에서도 안 싸본 도시락을 독일 온라인 샵에서 도시락통까지 구매해서 1월 말부터 3월 지금까지 매일 도시락을 싸주고 있다. 도시락 이후 나의 새벽은 더 굉장히 바빠지고 활기가 넘치는 시간이 되었다.  매일 도시락을 싸면서 내일은 뭘 싸지 메뉴를 고민하지만 말이다. 

  그러다 둘째가 어느 날 간식타임에 누룽지를 싸가고 싶다고 했다. 둘째는 누룽지를 너무 좋아한다. 나는 누룽지가 과자보다 낫겠다 싶어 알았다고 하고 계란 프라이를 하려고 산 팬에 누룽지를 지금까지 아침마다 4개씩만 굽고 있다. 또 많이 구워두면 맛이 없다. 뜨거움을 유지하려면 가족 수대로 4개씩 굽고 먹어야 한다. 덕분에 나는 그렇게 나는 누룽지 고수가 되었다. 


  엄마, 엄마 누룽지가 진짜 맛있대. 

  어느 날 학교를 마치고 온 둘째가 기분이 너무 좋아 보였다. 집으로 들어오면서 나에게 하는 말이 엄마 친구가 내 누룽지를 보더니 먹고 싶다고 해서 떼어 줬는데 진짜 맛있다면서 너희 엄마 요리사냐고 했단다. 자기도 기분이 너무 좋았다면서 그 친구는 누룽지를 처음 먹어봤는데 너무 맛있다고 했다고 했다. 설탕도 안 뿌리고 과자처럼 만들었을 뿐인데... 또 칭찬을 듣고 나니 그 이후 더욱 열심히 새벽에 누룽지를 굽고 있다. 

  딸의 외국인 친구에게 인정까지 받았으니 왠지 기분이 더 좋았다. 나는 칭찬에 약한 거 같다. 

  뜨거운 불 앞에서 밥알을 연신 누르고 탄 부분은 없는지 확인하며 누룽지를 굽는다고 뜨겁기는 하지만 나의 마음을 아는지 잘 먹어주는 아이들과 남편이 있어 요리할 맛이 난다.  



매거진의 이전글 알고 보니 남편은 초밥 전문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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