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룽지 고수가 되었다.
엄마, 간식으로 누룽지를 싸가고 싶어.
시작은 이러했다. 아이들이 올해 새로운 학교로 옮겼는데 아이들은 내가 도시락을 싸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아이들은 급식이 입에 잘 안 맞아 많이 남긴다고 했다. 아이들의 제안에 나는 어차피 새벽에 일어나는데 해줄 수 있지 싶었다. 나는 흔쾌히 알았다고 하고 한국에서도 안 싸본 도시락을 독일 온라인 샵에서 도시락통까지 구매해서 1월 말부터 3월 지금까지 매일 도시락을 싸주고 있다. 도시락 이후 나의 새벽은 더 굉장히 바빠지고 활기가 넘치는 시간이 되었다. 매일 도시락을 싸면서 내일은 뭘 싸지 메뉴를 고민하지만 말이다.
그러다 둘째가 어느 날 간식타임에 누룽지를 싸가고 싶다고 했다. 둘째는 누룽지를 너무 좋아한다. 나는 누룽지가 과자보다 낫겠다 싶어 알았다고 하고 계란 프라이를 하려고 산 팬에 누룽지를 지금까지 아침마다 4개씩만 굽고 있다. 또 많이 구워두면 맛이 없다. 뜨거움을 유지하려면 가족 수대로 4개씩 굽고 먹어야 한다. 덕분에 나는 그렇게 나는 누룽지 고수가 되었다.
엄마, 엄마 누룽지가 진짜 맛있대.
어느 날 학교를 마치고 온 둘째가 기분이 너무 좋아 보였다. 집으로 들어오면서 나에게 하는 말이 엄마 친구가 내 누룽지를 보더니 먹고 싶다고 해서 떼어 줬는데 진짜 맛있다면서 너희 엄마 요리사냐고 했단다. 자기도 기분이 너무 좋았다면서 그 친구는 누룽지를 처음 먹어봤는데 너무 맛있다고 했다고 했다. 설탕도 안 뿌리고 과자처럼 만들었을 뿐인데... 또 칭찬을 듣고 나니 그 이후 더욱 열심히 새벽에 누룽지를 굽고 있다.
딸의 외국인 친구에게 인정까지 받았으니 왠지 기분이 더 좋았다. 나는 칭찬에 약한 거 같다.
뜨거운 불 앞에서 밥알을 연신 누르고 탄 부분은 없는지 확인하며 누룽지를 굽는다고 뜨겁기는 하지만 나의 마음을 아는지 잘 먹어주는 아이들과 남편이 있어 요리할 맛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