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 Apr 19. 2023

딸의 길 안내에 따라 자전거를 탔다.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고 달렸다.
구름모양이 신기해서 사진을 찍어봤어요. 이때만 해도 비가 오지 않았어요.

  

  주말을 맞아 우리 가족은 오랜만에 수영장을 가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나가기로 했다. 우리 집에서 수영장까지는 차로 가면 10분, 자전거로는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다.

  독일에서 자연의 바람을 맞으며 운동을 할 수 있고 가족 모두 즐겁게 할 수 있는 취미로는 자전거 타는 것만큼 좋은 건 없다.



이번엔 딸의 안내에 따라 자전거를 타기로 했다.

자전거 길을 따라가다 보면 오리나 닭을 자유롭게 키우는 곳도 볼 수 있어요.

   나는 지난번 마트에서 포인트를 모아 산 자전거 핸드폰 거치대를 큰 애 자전거에 설치를 해줬다. 이젠 큰 애도 지도의 안내를 따라 자전거를 타보는 것도 좋을 거 같은 생각에서였다. 사실 큰 애가 나보다 방향감각이 좋다. 

  우리 가족은 자전거를 타고 가다 보면 남편과 둘째, 나와 큰애로 자연스럽게 조가 나눠진다. 긴 거리를 가다 보면 신호도 걸리기도 하고 헬멧이 흘러내리면 다시 줄을 조이기도 해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나는 이 날 큰 애의 자전거에 자전거 핸드폰 거치대도 설치한 기념으로 큰 애의 길 안내에 따라 같이 자전거를 타고 가기로 했다. 이 길은 몇 번 자전거를 타고 갔던 길이라 나름 익숙한 길이지만 중간에 헷갈리는 갈림길이 있어 지도는 반드시 필요하다.

   큰애는 핸드폰 지도에서 수영장의 위치를 검색하고 자전거 경로를 설정한 후 출발했다. 

   한참을 가다 남편과 둘째가 앞서 가게 되었고 나와 첫째가 지도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나와 큰 애는 중간에 자전거를 타고 가다 지도에서 안내한 길을 잘못 착각해 다른 길로 빠졌다. 우리는 자전거를 멈추고 나는 큰 애에게 다시 지도를 설정해 보자고 했다. 큰 애가 지도를 현재 위치에서 다시 설정한 후 바른 길을 찾아 수영장으로 갈 수 있었다. 큰 애가 침착하게 지도를 다시 보고 설정해서 길을 찾는 게 너무 기특했다. 우리가 수영장에 도착할 때 저 멀리 남편과 둘째는 이미 도착해서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가끔 비를 맞으며 자전거를 타는 것도 나쁘진 않다. 
조금씩 내리던 비는 집에 도착할 때는 더 많이 내리고 있었다.

  우리 가족은 수영장에 도착해 신나게 수영을 하고 있는데 창문 밖에서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우리가 수영을 마치고 나올 때까지 비가 그칠 줄 모르고 계속 내리고 있었다. 우리가 수영을 마치고 자전거를 타러 나왔을 땐 이미 자전거는 이미 비를 홀딱 맞은 상태였다. 비를 맞으면 집에 가서 씻으면 되니 내리는 비를 맞고 자전거를 타고 가기로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자전거를 탈 때 바람이 셀 걸 예상하고 옷을 따뜻하게 입고 장갑까지 착용했다는 것이다. 독일의 봄이 왔다지만 독일의 4월 날씨는 갑자기 우박이 내리다가 따뜻했다가 비가 내리기도 한다. 

  수영장을 갈 때 큰 애가 한 번 길을 헷갈렸다면 집에 갈 때는 그 길을 안 헷갈리고 나를 안내해 줬다. 우리는 30분을 달려 비를 맞고 집에 도착했다. 집에 도착했을 땐 온통 자전거와 옷, 신발 등에 흙탕물이 다 묻어있었다. 이 날 큰 애의 길 안내에 따라 자전거를 타고 오면서 큰 애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 나는 큰 애에게 우리가 이렇게 비를 맞고 언제 자전거를 타보겠냐며 오늘이 기억에 남을 거 같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큰 애에게 나는 "엄마는 네 나이에 이렇게 자전거를 잘 타지도 못했어. 그리고 네가 자전거를 잘 타는 것도 너무 신기하고 길 안내도 척척 잘 해내는 것도 신기하고 대견하다"라고 이야기를 해줬다



  아이들은 스스로 자신의 길을 찾아갈 것이다. 


   이날 나는 큰 애의 길 안내에 따라 자전거를 타고 오면서 아이들에게는 성공의 경험이 너무 중요하다는 것을 한 번 더 깨달았다. 그리고 단순히 아이들을 내가 데리고 다니는 존재가 아닌 같이 길을 찾아보고 엄마로서 아이들이 옳은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옆에서 격려하고 실수하면 다시 길을 찾을 수 있는 단단한 힘을 길려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아이들은 내가 모르는 사이 많이 성장해 가고 있었다. 아이들이 앞으로 커가면서 스스로의 목표에 따라 자신의 길을 찾아갈 것이다. 나는 앞으로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아이 옆에서 또는 뒤에서 잘 가고 있나 바라봐주고 혹여 잘못 길을 들어섰다면 다시 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격려해 주는 엄마가 되어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멋지게 자전거를 타고 학부모 참관 수업을 하고 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