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도 겨울이 오고 있어 낙엽에 거리에 많이 떨어져 있다. 그래서 환경미화원분들이 거리에서 낙엽을 버리고 정리하는 모습을 자주 찾아볼 수 있다.
나는 아이들의 플라스틱 물통 바닥이 깨져서 이제는 깨지지 않는 재질의 물병을 사기 위해 우리 동네 지하철 역을으로 향했다. 거기에는 식료품 마트 외에도 다양한 마트가 많기 때문이다. 남편 덕에 독일 마트는 동네에서 다 구경하고 있다. 보통 때와 같이 한참을 걷고 있는데 한 달 동안을 그 거리를 걸었지만 보지 못했던 네모난 글씨가 적혀있는 황동색이 반짝이는 걸 볼 수 있었다. 이게 뭐지? 하고 가까이 가보니 글씨가 새겨져 있고 여기서 살았다. 이름, 생년월일 등이 적혀있었다. 물통을 사고 돌아오는 길도 그쪽으로 걸어가서 사람들이 없어 사진을 찍어봤다.
집에 와서 인터넷을 찾아보니 Stolperstein이란다.Stolperstein은 걸림돌이란 뜻인데 나치 정권 때 탄압이나 박해를 받았던 사람들의 이름을 집이나 학교, 의미 있는 장소의 보도블록에 새겨서 박아 놓은 것으로 90년대 초 Gunter Demnig이란 예술가가 황동에 새기는 프로젝트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황동이다 보니 산화가 잘 되어 시민단체가 봉사활동으로 또는 가족단위 등으로 Stolperstein을 닦아주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내가 무심코 지나가던 길이 역사적인 희생자가 살았던 곳이고 그곳에 내가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마음 한 켠이 이상했다. 그 길을 걸으면서 역사적인 희생자를 기리는 독일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 그 길을 걷게 되면 우리 아이들에게도 독일의 역사에 대해 설명해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