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벼룩시장엔 없는 게 없다.

독일 Floh markt

by su
벼룩시장 안내판이 붙여졌다. 파리채도 하나 샀다.

독일의 여름을 처음 맞이하고 있는 나에게 제일 당황스러운 것은 방충망 없는 독일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파리이다. 나는 냉장고 외에는 밖에 먹을 것을 밖에 두지 않는데 신기하게 창문 사이로 파리가 들어온다. 파리를 잡기 위해선 전기 파리채가 필요하다. 아니면 날아다니는 파리를 잡기가 어렵다. 그러나 한국에서 갖고 온 전기 파리채가 바다 건너오는 동안 고장이 나있었다. 그동안 전기 파리채의 존재를 잊고 있다 요즘 들어 파리들이 창문 사이로 자주 들어오다 보니 이제는 사야 할 때가 된 거 같아 우리 동네 전기용품을 파는 매장으로 향했다.

내가 매장에 다 달았을 때 주차장에 Floh markt을 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Floh markt은 우리나라 말로 벼룩시장, 중고품 교환시장이다. 이번 주 일요일에 한다니 남편이랑 아이들이랑 자전거 타고 오면 좋겠다 싶어 사진을 찍어뒀다. 나는 가족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가서 이런 지역의 행사에 참여하면 뭔가 지역주민이 된 느낌을 받는다. 나에게 소속감이 필요했는지 모르겠다. 이날은 파리채도 4.99유로를 주고 사고 벼룩시장을 한다는 것도 알아 기분이 좋았다.



5월 22일이 되어 우리 가족은 자전거를 타고 벼룩시장이 하는 장소로 출발했다. 독일에 와서 처음 참여하는 거라 어떤 물건들이 있을지 기대가 되었다. 아이들도 앞으로 매는 가방을 하나씩 메고 큰 애는 학교 간식을 먹을 때 사용하는 1유로, 2유로 등을 지갑에 야무지게 챙겨갔다. 혹시 동전이 필요할 수 있다면서 말이다. 우리가 11시쯤 도착했을 때 이미 잔뜩 사서 돌아가는 사람도 있었다.

처음 도착했을 땐 내가 생각했던 규모보다 훨씬 컸다. 파는 사람들이 해당 구역에 차를 주차하고 그 앞에 테이블을 두고 팔거나 바닥에 돗자리 같은 걸 깔고 팔고 있었다. billiger.(더 싸요)라는 말이 많이 들렸다.

중고 장난감, 책, 목걸이, 신발, 가방, 옷, 선풍기, 믹서기, 라디오 등도 팔았고 예쁜 돌을 파는 곳도 꽤 많았다. 크리스털로 된 그릇도 있었다. 전기 콘센트, 바구니, 세제, 옛날 번호판, 나무 십자가, 거품기 등등 생각지도 않은 많은 물건들이 있었다. 세제 코너에 섬유탈취제를 팔고 있어 3개를 사면 더 싸게 준다는 말에 나는 얼른 3개를 구입했다. 담을 비닐봉지가 필요하냐고 해서 비닐봉지도 달라고 했다.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발음이 안 좋아도 나는 가격을 독일어로 물어보고 얼마라고 이야기하면 내가 남편에게 이야기를 해줬다. 내가 독일어를 잘하는 건 아닌데 그래도 이젠 가격 말하는 것은 좀 알아듣는다. 혼자 뿌듯함에 들리는 단어를 해석해주고 돌아다녔다. 남편에 너무 빨리 말하는 독일어 가격은 도저히 못 알아듣겠다고 해서 내가 듣고 얼마인지 알아맞혔다. 내가 teuer(비싸다)라고 이야기를 하면 물건을 파는 아저씨가 갂아주기도 했다. 단어로 보면 세상 간단한 건데 알아듣고 말하는 것에 혼자 기분이 좋았다. 아이들도 원하는 미니어처 인형을 하나씩 샀다. 자기들 방에다 장식을 해놓겠다고 했다.

우리가 바닥에 있는 예쁜 돌들을 보고 있는데 어떤 독일 아주머니와 파는 아저씨의 대화가 들렸다. 독일 아주머니는 테이블에 있는 반지를 사려고 얼마냐고 묻자 파는 아저씨가 말하는 가격을 듣고는 너무 비싸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파는 아저씨는 이거는 은이다. 무게가 무겁다. 그 가격에 줄 수 없다. 등 대화를 하는 것이 조금 들렸다. 현지인들이기 때문에 말을 빨리하니 아는 단어를 캐치하려고 가만히 귀를 집중했다.



벼룩시장을 열심히 구경하러 돌아다니는 데 우리에게 난관이 하나 있었다. 바로 햇볕이었다. 독일 햇볕은 강해도 너무 강하다. 아이들이 햇볕에 덥고 힘들어질 때쯤 사람들이 슬러시를 하나씩 들고 다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아이들은 슬러시가 너무 먹고 싶다고 했다. 나는 슬러시가 어디서 파는지 몰라 슬러시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한테 이거 어디서 살 수 있냐고 물어보니 저 쪽으로 가라고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아이들과 같이 가서 애들에게 돈을 주고 사 갖고 오라고 했다. 아이들은 체리맛 슬러시를 2개를 사서 왔다.

둘째는 독일어에 관심이 많아 물건을 파는 사람한테 이거 얼마냐고 물어보고 오기도 하는데 큰애는 영어로 말하는 것은 잘하는데 독일어로 이야기를 하는 거에 약간 떨려한다. 그러나 이번에 큰 애가 동생을 데리고 가서 주문을 하고 사서 오니 기분이 좋았나 보다. 내가 너무 기특하다고 이젠 주문은 너희들이 해도 좋겠다고 하자 아이들은 알았다고 했다.



집에 와서 나는 아이들과 남편과 산 물건들을 정리하며 다음에 또 열리면 가보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날씨는 더웠지만 독일어로 물어보며 필요한 것들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어 좋았다.

내가 벼룩시장에 가서 한 말은 이거 얼마예요? 가격을 듣고 비싸면 비싸다. 이거 어디서 파느냐, 비닐봉지 주세요. 고맙다. 등 말한 게 전부였다. 근데 나는 그냥 현지인들이 말하는 가격을 알아들을 수 있는 것이 좋았고 이런 행사를 참여해서 지역주민이 된 거 같은 느낌이 그냥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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