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유로치 장을 보면 스티커를 하나 준다. 55개까지 채워야 인형을 0.99유로에 살 수 있다.
독일에 오고 아이들과 마트를 가는 시간이 많아졌다. 나도 아이들도 온라인 구매만 하다 직접 마트에 가서 가격을 비교하고 물건을 고르는 재미에 푹 빠졌다. 특히 나는 아이들과 남편이 학교로 회사로 가면 같이 그날 먹을 재료들을 사러 동네 마트를 돌아다닌다. 우리 동네는 독일의 유명한 마트는 다 있다. 마트들이 붙어있는 게 아니라 한참 걸으면 다른 마트가 나오고 또 걸으면 다른 마트가 나오고 해서 운동도 할 겸 오전에 사람이 없을 때 주로 걸어 다닌다.
우리 아이들과 자주 가는 동네 마트에 가면 항상 둘째는 장난감 코너로 슛하고 달려간다. 이번 주는 어떤 새로운 장난감이 나왔나 구경을 하는 게 마트 가는 일정 중 하나다. 한국에서도 장난감을 자주 샀는데 여기와 서도 그런다. 아직 한국에서 부친 짐이 오려면 두 달은 더 있어야 하니 한국의 장난감을 잊은 게 틀림없었다.
나는 둘째에게
"이제 두 달만 기다리면 네가 기다리는 디즈니 공주들부터 털 달린 인형들이 다 올 거야. 그러니 이건 나중에 사자"라고 이야기를 하고 내려놓게 했었다.
보통 때와 같이 아이들과 남편이 회사로 학교로 간 후 나는 동네 지리도 살필 겸 마트를 자주 다니던 마트를 지나가는데 항상 둘째가 만지작 거리던 인형들이 마트 입구에 붙어있었다. 자세히 보니 쿠폰북을 모으면 인형을 14.99유로에서 0.99유로로 살 수 있는 거였다. 마트에 들어가 보니 스티커북도 있었다.
순간 나는 탄식이 나왔다. 이 마트를 자주 갔는데 미리 알았더라면 진작에 사서 모았겠다 싶은 마음과 12월까지라고 하니 아이가 둘이니 하나 모으고 아이들에게 주고 또 모으까 등등 다양한 생각을 했다. 역시 주변을 잘 살피고 다녀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는 순간이었다.
나는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에게 엄마가 이제 OO마트에서 스티커를 모으면 인형을 0.99유로에 살 수 있으니 사주겠노라 선전포고를 했다. 5유로치 물건을 사면 스티커를 하나 주니 꾸준히 모여 사주겠다고 했다. 큰 애는 자기는 새를 갖고 싶고 둘째는 코알라를 갖고 싶다고 했다. 우선 스티커 쿠폰북은 하나니 먼저 하나 사고 다른 걸 사자고 했다.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처음에는 몰라 5유로치를 사야 하나 주는 줄 알았는데 30유로치를 한 번에 사도 6장을 주는 거였다. 마음 착한 계산원 분이 한 장씩 더 줄 때도 있었다.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분이었다. 고마웠다.
드디어 나는 쿠폰북을 다 모으고 당당히 코알라 인형을 들고 계산대로 갔다. 계산원에게 말은 안 했지만 쿠폰북을 슬며시 내밀고 1유로를 냈다. 1센트를 돌려받으며 남모를 뿌듯함을 느꼈다. 사실 큰 애가 둘째에게 양보를 해서 자기는 새를 사도 되고 안 사도 되니 코알라부터 사라고 했다. 기특한 딸이다.
아이들이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왔는데 코알라를 보더니 둘째가 난리가 났다. 오늘부터 안고 잘 거라나. 자기에게 양보해준 언니가 최고라며 안아주었다. 스티커를 하나씩 모아 처음으로 산 코알라 인형이 나도 남달랐다.
나는 새를 양보한 큰 애에게 엄마가 다시 시작했다고 스티커북을 보여줬다. 큰애는 안 사줘도 된다고 했지만 내가 스티커 모으는 재미에 빠진 거 같다. 큰애는 굳이 필요 없다는데 나 혼자 엄마가 사주고 싶어서 그래 라고 이야기를 했다. 생각해보면 나도 인형이나 미니어처, 스티커 등 아기자기한 걸 좋아한다. 나이가 든다고 그런 마음이 없어지는 것은 아닌 거 같다. 4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는데 스티커 모아 인형사는 재미에 빠졌다니...
마트에 가서 결재를 하고 스티커북을 내미는데 내가 지난번에 스티커북으로 하나 인형을 사고 다시 스티커북을 내밀고 스티커를 달라고 하니 계산원분이 독일어로 웃으며 뭐라고 하셨다. 물론 못 알아들었다. 느낌상 열심히 모은다라는 거 같았다. salmmen이라고 하는 거 같았다.
모으려면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이번엔 새를 살 예정이다. 나이 39에 독일에 와서 쿠폰북 모으는 재미에 빠졌다.
독일에 와서 초콜릿을 주면 나오는 인형들을 모아놨다. 왜 사냐고 했지만 막상 모아두니 참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