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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 Nov 07. 2021

독일에서 처음 겪는 이웃 간의 갈등 2

조 씨네 독일 입성기

누가 버리고 간 자전거를 우리 집 지하에 버리고 갔다.

  1편에서 처럼 난 단 세 단어로 이웃집 간의 첫인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하지만 갈등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인사를 마친 날 저녁, 나는 세탁물을 한움끔 싸서 내 집의 지하실로 내려갔다. 그러나 우리 집 지하는 평소와 다르게 아주 낯선 느낌이었다. 무엇이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고, 지하의 나만의 창고는 이미 누군가의 짐으로 채워져 있었다. 마치 나라를 빼앗긴 듯한 억울함과 슬픔이 순간 몰아쳤다. 세탁기 안에는 어제 세입자가 이사를 하며 집 청소를 했는지 더러운 수건들과 걸레들이 잔뜩 들어있었다. 세탁기 안에 각종 흙과 먼지가 뒤엉켜 돌고 있는 모습을 보자마자 내 마음 속 윤봉길 의사의 도시락 폭탄이 터지고 말았다. 그 순간 화를 참지 못하고 아무런 영어 또는 독어 멘트를 준비하지 못한 채 2층 새댁의 집으로 올라갔다.



 '저기요!!! 아니지 아니지...'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헬로~~ 우~'영어로 하니 급친절 해진다.. 학창 시절 '헬로'를 너무 친절한 억양으로만 배운 탓일까.. 그렇다고 '뻑!'을 왜 칠 수도 없고.. 난감했다.

'프리벳 플랏츠' 라고 써놨다.

윗집 새댁이 나왔다. '하이~' 내가 물었다. '라운드리?(세탁물)'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매우 상냥하게 '예스~'라고 답했다.

  나는 연신 No.No.No를 외치며 '머신 이즈 마인~'이라 했다. 그녀의 눈은 더 똥그랗고 커지면서 연신 '쏘리, 쏘리'라고 말했다. 그리고 우리는 같이 내려갔다.

  지하실 세탁기 앞에서 그녀의 질문은 내 마음에 비수를 꽂았다. 'take it out now? (지금 빼야 하나요?)'. 여기서 나는 한 번의 세탁기 사용 기회를 주면서 한국인의 친절함을 보여줘야 하는가.. 아니면 동양인을 만만하게 보지 못하게 하기 위해 단호히 거절해야 하는가... 그 짧은 순간,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다. 두 가지의 대답이 각각 미칠 후 폭풍에 대하여 주마등처럼 미래가 예측되었다. 그리고.....

나의 선택은...

No였다. 지금 당장 빼 달라고 했다.. 당장을 표현하기 위해 'No! right away'라고 했다. 그녀는 약간 서운한 눈빛을 하며 뺐다. 보름달처럼 동그랗고 큰 눈이 처음으로 반달만 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오늘 창고의 짐도 다 빼서 가져가라고 했다. 여기는 지하실은 다 내 거고 너는 여기에 절대 들어오면 안 된다고 했다. 긴장해서 어떻게 이야기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분명 그녀는 '예스'라고 했다.

  그녀가 돌아간 후 지하에 문을 모두 잠그고 '프리벳플랏츠'(개인 공간)라고 독일어로 붙여놨다.


  집에 와서 깊은 생각에 빠지게 되었다. 과연 오늘은 잘한 행동을 한 것 일까,  더 관대함을 보여줬어야 했나?  서로 국적이 다른 것을 떠나 새댁이 어려서 개념이 없는 것일까? 아니면 집주인이 충분히 새댁한테 고지하지 않은 것일까? 나중에 나한테 또는 우리 애들한테 해꼬지 하는 건 아니겠지? 나 없을 때 내 마당에 몰래 들어오진 않겠지? 많은 걱정거리를 만든다.

  나의 권리를 찾고도 찜찜한 것은 여기가 내 나라가 아니어서인가..?

  아주 조그마한 일도 마음 깊은 걱정이 되는 것은 내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나를 보호해주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있어서 그런 거겠지. 고민이 깊어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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