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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 Oct 08. 2021

운전을 못한다는 것은....

손 발이 고생 중이다.

  내가 살면서 가장 후회를 하는 것은 운전을 잘 못한다는 것이다. 자신감이 충만하던 20대 초반에 면허증을 따고 나서 차가 없다는 핑계로 운전을 하지 않았고 직장을 다니며 운전할 기회가 많았음에도 몰지 않다가 시간이 흘러 어느덧 40대를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굳이 내가 운전을 못한 이유를 대자면 한국은 대중교통이 너무 훌륭하다는 것이다. 버스랑 지하철의 환승도 잘 되고 시간도 정확하니 바쁜 아침 출근할 때 정확한 시간에 출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 길거리에는 전동 킥보드가 비치되어 있다. 자전거도로가 잘 되어 있어 사람들이 자전거도로에서 탄다.

  다행히 작년에 남편의 자전거 교육으로 아이들과 자전거는 함께 마스터를 한 상황이라 그나마 다행이었으나 한국에서 짐이 3개월 뒤에나 온다니 자전거를 3개월 뒤에나 탈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슬프게 했다.

  독일도 한국처럼 곳곳에 전동 킥보드가 길거리에 비치되어 있는데 그렇다고 내가 전동 킥보드를 휙휙 탈 수 있는 자신감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와중에 나의 가장 큰 장점은 걷기를 잘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독일에 와서 느낀 것은 걷기가 아닌 운전이 가장 큰 장점이 되는 곳이었다. 나에게 운전이 너무 절실했다. 특히 마트를 갈 때 말이다. 독일이 우리나라처럼 인터넷 배송이 빠른 것도 아니고 언어가 잘 되는 것도 아니고 생각보다 물가도 비싸서 주중에 남편 없이 물품을 사기 위해서는 아이들과 장바구니를 하나씩 들고 나서야 했다. 아이들이 다음 주부터 학교를 등교하기 시작하면 나 혼자 장을 보러 가야 한다. 문제는 독일 물은 석회가 있어 생수를 사서 마셔야 하는데 생각보다 생수값이 비쌌다. 그러던 중 이번 주 전단지에 L***마트에서 물을 세일을 한다길래 아이들과 얼른 마트로 향했다. 마트 안에서 물을 찾아다니는데 물을 파는 코너에서 독일 아주머니가 6개 세트를 카트에 싣고 가고 있었다. 2개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나는 내가 이걸 안 사면 이번 주는 싼 가격에 물을 못 사겠구나 하는 생각에 얼른 2개를 집어 들었다. 항상 백팩을 메고 다니는 나는 짐이 많아도 백팩에 넣으면 된다는 생각에 장을 많이 봐도 걱정이 없었으나 문제는 물이었다. 양손으로 물 2L짜리를 6개씩 들고 갈 생각을 하다니..  글을 쓰는 지금도 참 미련한 생각이었다.


물 2L를 12개나 사서 고생 중인 나.. 앞에 걸어가는 큰 딸은 장바구니를 들고 가고 있고 둘째는 여기서 제일 힘이 없다며 양배추 한 통만 들고 가고 있다.

  그때부터 나의 사서 고생은 시작되었다. 들고 가다 쉬고 들고 가다 쉬고.. 15분이면 갈 거리를 30분이 넘게 가고 있으니 가면서도 내가 한심해 보이기 시작했다. 멀리서 우리 집이 보이는데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그 와중에 우리 딸들은 엄마가 너무 힘들어 보인다고 이야기를 해주는데 고맙기도 하고 운전 못하는 엄마 때문에 고생하는 딸들에게 미안하기도 했다.

  겨우겨우 아이들과 장을 보고 집에 도착을 하여 식탁 의자에 앉았다. 나는 잠시 쉬는 동안 두 딸에게 이야기를 했다. "너희들은 운전할 나이가 되면 반드시 운전을 해야 해!" 차마 운전을 못하는 엄마에게 그렇다고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아이들도 운전이 필요한 거 같다고 동의를 하는 눈치였다.

   앞으로 독일에서 이러한 일이 많이 있을 텐데 얼른 한국에서 자전거나 와서 마트를 자유롭게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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