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독일생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 Dec 29. 2021

독일 마트 열혈 고객 되기

대장정의 인형 모으기 완성

  우리 동네에 내가 자주 가는 독일 마트가 있다. 이젠 자주 가서 몇몇 점원들과는 인사도 한다. 나는 소액으로 여러 번 사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마트를 자주 간다. 나처럼 독일어를 잘 못해도 마트를 가는 데는 크게 문제는 없다. 점원에게 인사를 하고 계산하고 나오면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즐겨가는 독일 마트에서 10월부터 인형 모으는 이벤트를 했고 마트에서 물건 5 Euro를 사면 1 Punkt로 스티커를 하나씩 줘서 55개를 모으면 인형을 14.99 Euro를 0.99 Euro에 살 수 있었다. 나는 코알라 인형을 시작으로 열심히 이 마트만 다녔다. 열혈 고객이 된 것이다. 처음에는 Punkt란 말 대신 "Geben Sie mir bitte die Aufkleber" (스티커 주세요.)라고 했는데 점원들이 못 알아들어 나의 발음이 안 좋아서 모르나 위축이 되었었다. 그러나 알고 봤더니 "Geben Sie mir den Punkt. Bitte."(포인트 주세요.)라고 이야기를 했어야 했다. 계산을 하러 줄을 서는데 독일 사람들이 Punkt. Punkt 란 단어를 하는 것이 들렸기 때문이다.

  인심 좋은 독일 마트 점원들이 5 Euro를 샀다고 1 Punkt 만 주는  게 아니라 넉넉히 줘서 Punkt를 모으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러다 가끔 14.97 Euro를 사면 2 Punkt를 주는 계산원도 있어 그분이 있는 날은 피해서 마트를 가곤 했다. 그러다 7개까지 인형을 어렵사리 모으고 마지막 인형이 남은 상황에서 Punkt 종이가 있어야 할 곳에 Punkt 종이가 없는 것이다. 이런... 낭패였다. 내가 Punkt종이 앞에 서성이고 있으니 어떤 독일 아저씨가 월요일에 오란다. 신기하게 말을 잘 못하는데 대충 알아는 들을 수 있다. 나는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내 생각엔 그 아저씨도 아이 때문에 Punkt를 모으는데 종이가 없어 점원에게 물어본 것 같았다.  


다른 지역의 독일 마트를 가는 길은 꽤 험난했다.  우리는 한참을 가다 밭이 나와 가다 과감히 포기했다.

  그러나 월요일에 가도 없고 화요일에 가도 없었다. 나는 점원에게 Gibt es kein Punktpapier?(포인트 종이 없나요?)라고 물어봤다. 이런 문맥의 문장은 하도 많이 마트에서 써서 말은 할 수 있다. 대충 듣기로는 내일 오란다. 계속 내일만 기다릴 수도 없어 나는 구글 지도에서 다른 체인점의 독일 마트로 아이들과 가기로 했다. 이번 주 금요일까지인데 포인트를 48개 모아놓은 상황에서 7개만 모으면 되는데 너무 아까웠다. 사실 한국에서는 이런 거에 이렇게 열정적이지 않았는데 독일 와서 이러고 있다.

  우리는 Punkt종이를 받으러 집에서 가장 가까운 독일 마트 외에 그다음으로 가까운 독일 마트를 찾았다. 거리가 2.3km였다. 나는 아이들에게 가자고 했다. 아이들이 방학이라 어디를 가려면 다 같이 나가야 한다. 사실 코로나로 계속 집에서 한국 문제집만 풀던 아이들은 완전 신나 얼른 옷을 입고 준비를 했다. 연말이라 그런지 사람들은 없었고, 아침부터 내리던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가다가 공원묘지가 나오더니 더 난감했던 건 밭이 나왔다. 나는 지난번 학부모 모임을 갈 때 밭을 지나간 경험이 있는데 너무 큰 개들을 많이 봐서 무서웠다. 집에서 20분 정도를 걸어가다 나는 아이들에게 그냥 집에 가자.라고 이야기를 했다. Punkt가 뭐라고.. 그러고는 아이들과 다시 집 근처 독일 마트로 갔다.



7개의 PUNKT만 모으면 마지막 모험 친구를 만날 수 있다.

  항상 마트에 가면 친절한 여자 독일 점원이 물건을 진열하고 있길래 나는 내가 미리 모은 48개의 Punkt를 비닐 파일에 꽂은 것을 보여주며 "Ich sammle Punkte."라고 말하고 Gibt es kein Punktpapier?라고 물었더니 여자 점원이 55개 포인트를 모아서 오란다. 대충 내가 듣기로 그랬다. 나는 얼른 아이들과 집으로 가서 종이에  Punkt를 붙였다. 나머지 7개만 모으면 되는 상황!  내일 갈 수도 있었지만 내일 가면 Punkt를 반올림도 아닌 내림을 해서 주시는 점원이 있기 때문에 오늘 사야 했다. 나는 큰애에게 엄마가 10분 내에 올 거니까 둘째를 잘 보고 있으라고 하고 문을 잠그고 나갔다. 나는 다시 마트에 가서 필요한 물건을 사고 스티커를 8개를 받았다. 얼른 준비해 간 종이에  Punkt 7개를 붙이고 마지막 대미를 장식할 낙타 인형을 들고 섰다. 나에게  Punkt를 모아서 오라고 했던 여자 점원이 있었다. 나는 당당히 낙타 인형과 내가 모은  Punkt를 보여줬다. 여자 점원은 나에게 엄지 척을 하며 다 모았냐고 하는 거 같았다.

드디어 마지막 낙타 인형을 만났다.

 나는 여자 점원에게 당당히 55개라며 Zehn(10개), zehn(10개), zehn(10개), zehn(10개), zehn(10개), fünf(5개). 독일어로 또박또박 이야기를 했다. 기쁜 순간이었다. 그냥 돈 주고 살 수도 있지만 계산을 할 때마다 나는 안 되는 발음이지만 "Geben Sie mir den Punkt. Bitte."(포인트 주세요.)라고 이야기를 하고 받은 그동안의 시간들이 생각이 났다. 사실 말을 안 하면 Punkt를 안 준다. 말을 해야 Punkt를 줬다. 낼모레 나이 40에 인형을 모으기 위해 독일어 문장을 기계적으로 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덕분에 아이들은 하나씩 생기는  Punkt인형에 즐거워했다.




   사실 우리 집에는 한국에서 갖고 온 인형도 많다. 나는 킨더 조이에서 나온 조그만 장난감도 다 모아서 장식을 하는 스타일이다. 아이들이 갖고 놀다 바닥에 떨어트려놓으면 아이들 모르게 비닐봉지에 다 모아놓는다. 장난감은 예쁜 쓰레기이지만 모아두면 집안을 인테리어 할 때 큰 몫을 한다. 내년이면 40인데 아직도 이런 걸 모아서 장식을 하다니 나도 참 어지간하다. 나는 인형을 일부러 사서 즐겨 모으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아이들 덕분에 사는 인형들은 잘 전시를 하며 혼자 대리만족을 하는 거 같다.

  독일에 와서 마트를 다니며 크게 말할 기회가 없었는데 Punkt 모으는 이벤트 덕에 마트에서 말을 많이 하고 다녔다. 나는 Punkt 덕에 독일 마트 열혈 고객이 되었다.  

  8마리의 인형 친구들이 4년 뒤에 같이 한국에 가게 되면 독일 마트의 추억으로 기억될 거 같다. 이젠 당분간 인형 모으기도 끝났으니 마트 나들이는 쉬어야겠다.

드디어 8마리의 모험을 떠날 친구들이 완성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독일에 한국 짐이 도착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