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푸트렌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오시 Jun 19. 2023

사람은 전문점으로 향한다.

선택과 집중 속 피어나는 전문성

 모든 외식업뿐 아니라 사업의 시작은 아이템 발굴에서 부터 시작한다.

외식업의 경우 본인의 경험과 기술들을 토대로 한식, 중식, 일식, 양식 등 음식의 장르를 선택하고, 그 안에서 세분화된 카테고리로 나눠 판매할 메뉴들을 선별한다.


 이 선별 과정 중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지금까지 갈고닦은 모든 것들을 쏟아내려는 실수와, 메뉴 선택의 다양성이 많은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 호감을 생길 것이라고 착각한다.

사실 전혀 그렇지 않다. 요즘 외식업의 대세는 '전문점'이다. 소비자들의 음식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짐에 따라 음식의 퀄리티는 발전하고, 소비자의 입맛 수준도 굉장히 까다로워졌다. 이제 소비자들은 마냥 저렴하고 질 보다 양을 추구하는 가성비 매장 보다 맛이 뛰어나고 미식의 길을 걷고 있는 것만 같은, SNS에 올리고 싶어지는 화려한 비주얼의 음식들을 찾는다. 그것이 값이 비싸더라도 말이다.

소비심리 양극화의 산물인 오마카세와 야키니쿠 같은 일본 전통 식문화가 최근 유명세를 떨치는 것이 위의 발언을 반증한다.


 또, 더 이상 소비자들은 식사 메뉴를 정할 때 음식을 한식 중식 등 장르로 나누지 않고 더욱 세분화 돼 메뉴를 정한다. 예를 들면 '돼지고기 먹을래?' , '짬뽕 먹을래?'와 같이 포괄적인 개념의 장르가 아닌 명확한 메뉴명이나 식자재로 나눠서 말한다. 나라 별 교류가 발전하기도 하고, 여러 요리사들의 노력으로 새로운 식자재에 대한 발굴이 이어지던 이 시대 포괄적인 장르로 말하기에는 일반인이 아는 음식은 너무나도 많아진 것이다. 옛날에 '중국집 갈래?'라고 하면 통용되던 모든 것이 이제 중국집이라 하면 자장면이 맛있는 곳인지, 짬뽕을 잘하는 곳인지 혹은 마라탕 집인지, 양꼬치집인지, 훠궈집인지 생각할 변수가 너무나도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을 통해 사람들은 포괄적 개념이 아닌 확실한 주제를 가진 음식점을 찾게 된다. 자장면이 먹고 싶다면 자장면 맛집으로, 짬뽕이 먹고 싶다면 짬뽕 맛집을 말이다. 그렇게 해서 나오는 곳을 우리는 '전문점'이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개인의 개성이 중요시되는 사회적 현상이 반영되는 것 또한 작게나마 반영되겠다. 그러나 가장 큰 것은 SNS 발달로 인해 여기저기서 맛집 정보를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 같았으면 직접 경험 및 지인 추천만으로 맛집을 찾을 수 있었기에 실제 가게 메뉴, 가격대, 컨디션 등을 몰라 지인에게 추천하는 것이 어려웠다. 하지만 이제는 검색 하나만으로 혹은 보고 싶지 않아도 광고 영상으로 맛집 관련 포스팅들이 즐비해 모르고 싶어도 모를 수 없고, 미리 사전에 해당 매장에 대한 정보를 모두 알 수 있으니 그만큼 추천하는데 거리낌이 없어지는 것도 크게 한몫한다. 잘 생각해 봐라, SNS 맛집 관련 포스팅에서 'XX 맛집' 혹은 'XX 전문점'이라는 타이틀이 있지 '중국집 맛집', '일본요리 맛집' 같이 포괄적으로 적혀있는 것을 본 적 있는가?


 옛날 김OO국 혹은 싸OO밥 등 분식집 같은 곳은 실제로 당시 시기에 여러 메뉴들과 저렴한 가격으로 많은 서민 소비자들의 호감을 받았고, 아직까지 건재한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이는 분명히 말하지만 이전 시대의 기준이고 적어도 '값이 저렴하다'는 전제가 걸려있다. 외식은 사치고, 기념할 만한 일로 치부되던 이전 세대와 달리 요즘은 오히려 집에서 펼쳐놓고 먹는 게 잔칫날이 돼버린 요즘 사회와는 갖다 붙이기 어려운 것이다.


 이제 한번 우리네 매장들을 둘러보자, 지금 우리가 하려는 혹은 하고 있는 가게의 메뉴는 어떤가? 내가 일식을 해왔기 때문에 덮밥도 팔아야 하고, 사시미도 팔아야 하며 나아가 생선구이나 가정식 등도 함께 팔아야 하지 않겠는가? 배우고, 해왔던 것인데 남들은 하고 싶어도 기술이 없어 못하면 내가 하는 것이 맞고, 기왕 하는 것이면 이것저것 팔아서 A를 먹고 싶은 소비자와 B를 먹고 싶은 소비자 모두를 만족시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


 틀렸다. 이제 외식업을 준비할 때는 포괄적은 음식의 장르가 아닌 현 트렌드에 맞는 세분화된 카테고리로 확실한 전문성을 갖춘 매장을 준비해야 한다. 더 이상 대한민국 소비자는 어중이떠중이들에게 돈을 내려하지 않는다. 이들은 이제 보다 확실한 전문성을 가진 매장을 선호한다.


 그러니 매장의 가짓수를 줄이던, 간판을 갈아치워 내가 잡다한 일본음식집을 운영하고 있었다면 덮밥 전문점으로 바꾸던, 사시미 전문점으로 바꾸던 해서 명확한 정체성을 가진 매장을 운영하길 바란다. 오히려 그러는 편이 식자재 관리나 실제 근무도 수월할 것이 분명하다.


 기왕 시작하는 장사다. 여러 가지 메뉴로 여러 고객에게 만족을 주고자 하는 취지는 절대 그른 것이 아니다. 하지만 비단 여러 고객에게 만족을 주는 방법이 꼭 불특정 다수인 고객 모두를 만족시키고자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경우의 수를 계산해서 여러 메뉴들을 선별해 판매해야 하는 것인가? 아니 애초에 그렇게 많이 고민하고 메뉴들을 선별했는가?

차라리 한 가지의 식재료 위주의 요리를 만들어 전문성을 기르거나, 한 가지 메뉴의 여러 어레인지를 통한 메뉴들을 만들어 전문성을 길러가지고 확실한 선호도를 가진 고객들에게 확실히 회전율이 높아 항상 신선할 식자재들과 확실히 전문점의 퀄리티를 가진 맛으로 만족을 주는 것이 모두에게, 사회적 흐름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돈가스를 먹고 싶은 사람은 돈가스 전문점을 가지 분식집에 가서 떡튀순과 돈가스를 시켜 먹지 않는단 말이다. 여럿이서 다양한 음식을 먹고 싶어도 돈가스는 돈가스 전문점에서, 분식은 분식 전문점에서 시켜 먹는 게 요즘 사람들이다. 그러니 우리는 이제 확실한 선택과 집중을 통한 '대중음식집' 사장님에서 '전문음식집' 사장님으로 환골탈태할 때가 됐다.






 

매거진의 이전글 마라탕 언제까지 먹힐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